하느님 시선으로 일상을
상태바
하느님 시선으로 일상을
  • 조용종
  • 승인 2022.05.22 21: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상- 신학단상》, 분도소책 1, 카알 라너Karl Rahner SJ(1904~1984) 지음/장 익 십자가의 요한(1933~2020) 옮김, 분도출판사 펴냄, 2017 17쇄/2003신정판/1980초판

팸플릿이라 해야 할지 책이라 해야할지, 경계에 선 아주 작은 책이다. 마흔 두 해 전 종교와 관련 없이 그저 '日常'이라는 명조체 사진식자 활자로 제목을 박아 서가에 촘촘히 박힌 책등이 이끌려 마주쳤던 책이다. 매우 얇아 눈에 띌까 말까 했지만 여러 권을 나란히 꽂아 놓은 덕에 '日日日日常常常常'이라는 그림으로 보였고, 무료함을 달래던 중 '日常'이라는 낱말에 섬칫하며 반했다.

스마트폰 없던 시절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며 수시로 잠깐 읽다가 이 이 만나서 주고 저 이 만나면 또 주고, 책장이 떨어질 때마다 새로 사고 하던 '분도소책' 첫째 권이다.

나날에서 일어나는 일상 생활의 모든 것. 셀 수 있을까? 세고 분류한다는 행위 자체가 부질없겠다. 그 많은 생각과 행동 과정을 쉰 쪽 소책자에 알차게 기술적으로 담아 냈다.

매 해 봄마다 다시 읽어보는데 해가 갈수록 나이가 들수록 항상 새롭다. 산책길 나무에 돋아난 잎사귀의 신록을 보는 듯 새로움에 깜짝깜짝 놀란다.

"우리는 걷는다. 걸으면서 찾아야 한다. 그러나 궁극의 것, 본연의 것은 우리를 향해 마주 오고있고 우리를 찾고 있다. 이는 다만 우리도 걷고 마주 나아갈 때에 한해서이다. 그리고 우리가 오히려 찾아졌기에 우리 또한 찾아 얻었을 때에는, 우리의 마주 나아감이 벌써 우리를 향해 오던 저 움직임으로, 우리를 향해 움직여 오시는 하느님의 힘으로, 받쳐져 있었음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받쳐짐을 곧 은혜라고 일컫는다."(15~17쪽 <걷는 것>)

"인간은 열려 있고, 두루 살피고, 멀리 있어 좌우할 수 없는 것에도 마음을 둘 줄 알며, 자기 자신을 내보이고, 내심을 드러내고, 남이 나를 있는 그대로 알기를 용납할 용기와 순진을 갖춘 자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세상을 바라보고 자기의 실존을 보는 사람, 즉 세상을 감연히 있는 그대로 보면서 욕심의 허상으로 그 참 모습을 뒤덮지 않는 자, 실상과 외양을 갈라 이중이 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내주는 자는, 정신적인 눈이 건전한, 단순한 눈길을 가진 인간이다. 올바른 '세계관'을 일상의 눈길에 비유한 예수의 산상수훈은 그런 사람을 두고 한 말이다."(24~25쪽 <보는 것>)

 

조용종 프란치스코 바오로

 

 

 

종이신문 <가톨릭일꾼>(무료) 정기구독 신청하기 
http://www.catholicworker.kr/com/kd.html

도로시데이영성센터-가톨릭일꾼 후원하기
https://v3.ngocms.co.kr/system/member_signup/join_option_select_03.html?id=hva8204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