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봄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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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봄을 막을 수 없다
  • 이원영
  • 승인 2022.03.20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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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 칼럼
사진=이원영
사진=이원영

어제는 눈이 내렸다. 세상을 하얗게 뒤덮었다.눈을 쓸어보려고 했지만 어려웠다. 물에 젖은 솜뭉치처럼 무거워서다. 그래도 날이 따뜻해서 늦은 오후엔 녹아내렸다.

일주일 전에 지인이 씨감자를 구입한다고 해서 내 것도 부탁했다. 텃밭에 심을 씨감자를 받아오면서 서로의 안부를 교환했다. 귀농한 이야기를 짧게 들으면서 우리 가정의 밑그림을 조심스럽게 그려보았다.

영상으로 가정집모임을 가졌다. 우리의 예배는 설교가 없다. 함께 찬양하고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임재를 기다리고 성서를 읽고 각자의 생각을 나눈다.

오늘 본문은 사도행전 20장 1절에서 26절까지의 말씀이었다. 바오로 사도는 예루살렘을 향해 가는 여정 속에서 믿음의 형제자매들이 바오로의 여정을 걱정했다. 성령께서 바오로가 결박과 환난을 당할 것을 그들에게 알리셨기 때문이다.

바오로는 교우들을 안심시키며 예수를 위해 기꺼이 어려움을 감수하겠다고 말한다. 형제들은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라고 말하며 그를 축복하고 보낸다.

예루살렘에서 바울을 기다리고 있는 결박과 환난의 원인은 거짓 소문과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그래서 예루살렘의 형제들은 오해와 거짓을 일축시킬 방안을 제시한다.

우리는 이 말씀으로 확증편향과 집단지성이 아닌 집단무지, 인간인식의 개방성과 폐쇄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결국 신앙이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궁극의 세계에 대해 열린 자세를 갖는 것임을 기억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집으로 뭉친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과정 속에 무엇이 최선일까? 어려움 속에서도 정의, 평화를 추구하며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길 기다리는 신실함을 지키자는 결론으로 마무리했다.

눈이 내리고 날이 차갑다고 해서 오는 봄을 막을 수 없다. 하느님의 뜻도 그렇게 다가오고 성취될 것이다. 신앙인은 이미 선취될 하늘 뜻을 붙잡고 오늘을 이기는 삶이다.

세상은 어지러워도 자연은 섭리를 거스르지 않고 성실하게 움직인다. 내일은 춘분이다. 해가 더 길어지고 기온은 점점 따뜻해질 것이다. 수요일부터 영상기온이 회복될 것이다. 다음주 일요일이면 뿌리의 날이다. 그때 감자를 심을 것이다. 심은 감자는 자기 속도로 자라 열매를 맺을 것이다.

 

이원영 
노동이 기도요 기도가 노동인 삶을 추구하는
포천 사는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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