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 기뻐하시는 금식을 함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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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 기뻐하시는 금식을 함께 합시다
  • 이원영
  • 승인 2022.03.0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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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 칼럼
사진출처=pixabay.com
사진출처=pixabay.com

이번주에 교회력으로 사순절이 시작된다. 사순절은 부활절 40일 전에 시작된다. 그런데 날짜를 하루씩 세어보면 40일이 넘는다. 예수의 부활을 매주 기념하는 주일을 빼고 계산하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수요일(3/2)을 재의 수요일이라고 부른다.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은 기독교에서 사순절의 시작, 즉 부활절의 준비를 알리는 교회력의 절기다. 이날 신자들은 재를 이마에 바르고 죄를 고백하여 예수의 고난을 40일간 부활절 전까지 묵상하는 사순절 의미를 생각한다.

사순절에 신자들은 주님의 고난을 기억하고 동참하는 의미로 금식을 한다. 금식은 하루 한끼, 또는 사순절 기간 동안 하기도 하는데 종교적 강제성이 없기에 정해진 규범은 없고 개인적 결심에 따라 진행된다.

그런데 금식을 단순히 과거에 십자가 고난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는 신앙적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오늘날 삶의 자리로 가져와야 한다. 십자가 고난에 동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태오복음 25장에는 양과 염소의 비유가 있다. 종말에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구분하게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양과 염소, 즉 의인과 악인을 나누는 분기점은 지극히 작은 자, 즉 이 땅에서 헐벗고 굶주린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함께 했는가의 여부다.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한 이들을 향해 하늘의 임금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 또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으며, 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마태 25,35-36)

지극히 작은 자를 섬기는 것은 십자가 고난의 예수를 섬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십자가 고난을 묵상하는 금식의 목적은 무엇인가?

이사야 58장은 금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성서의 본문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단식은 이런 것이 아니겠느냐? 불의한 결박을 풀어 주고 멍에 줄을 끌러 주는 것, 억압받는 이들을 자유롭게 내보내고 모든 멍에를 부수어 버리는 것이다. 네 양식을 굶주린 이와 함께 나누고 가련하게 떠도는 이들을 네 집에 맞아들이는 것, 헐벗은 사람을 보면 덮어 주고 네 혈육을 피하여 숨지 않는 것이 아니겠느냐?"(이사 58,6-7)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금식은 곡기를 끊고 자기 영혼 구원이나 소원성취를 위한 종교행위가 아니다. 자기 몸을 괴롭히며 죄를 고백하고 고통받는 이들의 아픔에 동참하며 자신이 먹을 양식을 금식을 통해 저축해서 주린 자들과 헐벗은 자에게 나눠주는 실천까지 겸해야 한다. 이것이 예수께서 지신 십자가 고난을 묵상하는 금식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나는 이번 사순절 기간에 금식하면서 금식 기간 동안에 쓰지 않은 식비를 모아 이웃과 나눌 생각이다. 아니 선지급해서 금식의 퇴로를 스스로 막아보려고 한다.

내가 점심에 쓰는 식비는 5000원이 넘지 않는다. 40일을 곱하면 20만원이다. 금식하면서 이 돈을 이웃과 함께 나누려고 한다. 노숙하시는 분들의 급식을 돕는 단체, 적자에 시달리는 환경운동단체, 장애우나 노동자를 위해 일하는 단체 등 여러 단체가 있다. 적은 돈으로 이 모든 단체에 나누기는 어렵고 기도하면서 한 곳에 보내려고 한다.

혹시 내 글을 읽는 기독교인은 나와 같이 하느님이 기뻐하시는 사순절 금식에 동참하면 어떨까하고 감히 제안한다. 이 작은 움직임으로 우리의 이웃의 눈물과 배고픔이 사라지고 하느님의 창조세계가 회복되면 좋겠다.

 

이원영 
노동이 기도요 기도가 노동인 삶을 추구하는
포천 사는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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