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수도원
-닐숨 박춘식
2월 2일은 축성 생활의 날
시메온 한나 두 예언자를 만나는 날
수도자를 위해 기도 바치는 날
지구가 칙칙하게 썩어 더러워지니까
하느님께서 이참에
모든 가정을 사막 수도원으로 만들려고 하시는지?
침묵 시간이 길어지니까 대침묵으로
텔레비전을 멍히 보다가 슬며시 펴는 성경으로
아빠는 두꺼운 구름만 바라보는 수도원장으로
부원장 겸 수련장 엄마는 반찬을 줄이는 청빈으로
딸아이는 예비 수녀로, 사내는 예비 수사로
강아지도 꼬리 내리는 코로나 수도원으로
2022년 2월 2일은, 코로나 수도자들의 날
모래 언덕 서넛을 넘어 함께 모이는 날
아이들을 위해 사과나무와 귤나무를 심는 날
<출처> 닐숨의 미발표 시(2022년 2월 7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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