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식 예술, 삶을 디자인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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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식 예술, 삶을 디자인 하면...
  • 한상봉 편집장
  • 승인 2022.01.30 2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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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봉의 오늘 생각

우연히 <싱어게인>을 보다가, "가정식 하드락 가수"라는 말을 들었다. 여성으로서 온갖 살림을 맡아 하면서 하드락 보컬로 일하는 분을 소개하다 나온 말이다. 문득 "가정식 예술"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소소한 일상이라도 "예술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1999년에 귀농해서 10년을 서울을 떠나 무주에서, 경주에서 살았는데, 그 전후로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수행자 그룹이 있다. 그분들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삶의 예술"(Art of Living)이었다. 

헐한 음식을 먹더라도 정갈하게
밭을 갈더라도 아름답게
잡글을 쓰더라도 시적으로
생애가 거칠어도 식탁에 들꽃 한 송이 올려놓는

내 삶의 구석구석을 디자인 하는 것이다. 페북을 하면서 그렇게 삶을 디자인 하고 있는 사람들을 의외로 많이 만나곤 한다. 어설퍼도 아름다운 그림을 매일같이 그려올리는 조기동 선생님, 빛바랜 헌책에서 새로운 빛을 길어올리는 권영숙 선생님, 그리고.... 자잘한 일상에 빛을 던지는 언어들을 페북에 올리는 숱한 인연들이다. 그 깊이와 넓이를 떠나서 제 삶을 애정하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이 삶의 예술가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이분들에게 "사는 게 바빠서"라는 말은 의미를 갖지 못한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대부분 하지 않는 걸 하는 사람들이다. 비슷한 생각을 표현하는 글을 링크하거나 눈팅하는 것만으론 제 삶을 예술로 승화시키기 어렵다.

예술은 내 주변의 자잘한 모든 것을 낯설게 보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낯설고 새로운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게 예술이다. 그러다보면 조금씩, 미세하게, 천천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일상이 승화된다. 그게 삶의 예술이다. 대선 때문에 페북을 열면 온통 시끄럽고 복잡하고 짜증나고 안타깝고 우울해지기도 한다. 허나, 그 갈피에서도 빛나는 일상을 생산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다시, "가정식 예술"이란 말을 되짚어 본다.

 

사진출처=pixabay.com
사진출처=pixabay.com

요즘 피아노를 배우고 있는데 단계가 높아질수록 매우 무척 어렵고, 굳어버린 손가락을 새삼 느끼고 있다. 반복반복반복 만이 조금씩 손가락을 풀어줄 것 같다. 간단한 곡이니 아예 악보를 외워서 쳐보려고도 시도한다. 조만간 그림도 그려보고, 자잘한 목공도 손을 대려고 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모니터를 들여다 보는 것만으로 삶의 예술이 가능할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나는 살면서, 한번도 석학이니 박사니 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한 적이 없다. 내가 가장 부러웠던 사람들은 장인들이다. 그런 장인 가운데 몇을 꼽으라 하면, 이산하 시인의 시/산문이 참 치열하고 곱고 가슴을 친다. 그야말로 생생한 예술이다. 예술 분야는 말할 것도 없지만, 작든 크든 구체적인 생산물을 내어놓는 그래서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예술/삶만이 나를 매혹시킨다.

얼마전 어설픈 피아노 실력으로 뚱땅거리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피아노를 쳤던, 허나 이젠 도통 피아노 근처에도 가지 않던 딸아이가 와서 훈수를 두기에, 한 번 쳐 보라 했다. 정말 오랫만에 딸의 피아노 "연주"를 보면서 "너 참 훌륭하다!" 감탄했다.

누군가에게 실질적으로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짠하게 마음을 울리는 기쁨을 선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 위에 포스팅한 사진은 한 무두장이가 잠깐의 휴식을 즐기며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다. 세상에서 가장 참 아름다운 풍경이다. 저 사람처럼, 아니 비스무리하게 살면 좋겠다.

 

한상봉 이시도로
<도로시데이 영성센터> 코디네이터
<가톨릭일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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