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걸음걸이에 문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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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걸음걸이에 문제가 있었다
  • 장진희
  • 승인 2022.01.3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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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희의 시와 산문
사진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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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 년만에 깨닫는다. 내 걸음걸이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몸의 무게를 발바닥에 다 싣지 않고 발바닥 앞부분 도톰한 쪽에만 힘을 실어 걷고 있었던 것이다.

장구나 꽹과리를 치면서 걷거나 뛸 때 오금을 굽혔다 폈다 하는 것이 영 자유롭지 못해서, 내 아랫도리가 가늘고 부실해서 그런 줄 알았다. 또 산에 들 때, 내려오는 길은 나는 듯 가벼운데 오르는 길에서는 일행들에게 민폐를 끼칠 만큼 느려터진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던 것 같다.

발바닥 앞쪽에 힘을 싣는 걸음이었으니, 내려올 때는 누구보다 빠르고 올라갈 때는 다리가 퍽퍽하니 훨씬 힘이 들었던 것이다. 며칠을 묶여 있었던 개가 안쓰러워 아침 산책을 나섰다가, 꽹과리 칠 때 오금이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 떠올라 오금질을 하며 이렇게 저렇게 걷고 뛰어 보았다. 발뒤꿈치에 힘을 실으니 오금질이 훨씬 자유롭고 다리도 더 짱짱해지는 것이었다.

언제부터 그렇게 걸었던 것일까? 돌 무렵부터 걷기 시작했을 테니까, 그러니까 육십 년을 그렇게 걸어왔던 것일까? 

발이 땅에 다 닿기를 주저했었던 것일까? 지상이 편치 않아서였을까? 앞으로만 내달리려고 해서였을까? 새삼 발뒤꿈치에 힘을 실어 온 발바닥으로 걸어본다. 그렇다. 이렇게 걷는 거다. 단 하루를 살더라도. 땅에 발을 온전히 딛고 걷는 거다.

다시 산에 올라봐야겠다. 이 걸음걸이로. 코로나19로 올 대보름굿도 영 틀려버린 것 같은데, 마스크 벗는 굿을 하는 날, 짱짱한 오금질로 구르고 뛰며 한바탕 꽹과리를 쳐야겠다.

 

장진희
돈 안 벌고 안 쓰고 안 움직이고
땅에서 줏어먹고 살고 싶은 사람.
세상에 떠밀려 길 위에 나섰다.
장터로 마을회관으로.
곡성 죽곡 보성강변 마을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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