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화 장편소설 '아웃사이더'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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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화 장편소설 '아웃사이더'를 읽고
  • 이원영
  • 승인 2022.01.1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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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 칼럼

아웃사이더

아웃사이더(outsider)는 국외자(局外者)·문외한 등을 뜻하는 말이다. 경제학에서는 몇 개의 기업이 카르텔·트러스트·동업조합을 결성하고 있는 경우, 그 협정에 참가하지 않은 채 경쟁적 입장에 있는 기업은 아웃사이더가 된다. 사회학에서는 내집단에 대한 외집단을 의미한다. 2개의 서로 다른 사회나 문화, 또는 시대적 변화의 과도기에 있어서 어느 쪽에도 결정적으로 속하지 못하고 밀려나는 집단은 아웃사이더의 성격을 갖는다.
(참고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14a2059a)

위의 정의처럼 아웃사이더는 소속이 없다. 조직에 속해 있지만 조직의 부속처럼 보이지 않기도 하고 자의나 타의에 의해 조직에 속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 말은 긍정적 의미보다 부정적 의미가 강해서 한연, 지연, 혈연의 소속문화가 강한 한국사회에서 아웃사이더는 실패자란 인식이 강하다.

아웃사이더, 이덕화, 푸른사상, 2021
아웃사이더, 이덕화, 푸른사상, 2021

소설 아웃사이더

이덕화 선생님의 <아웃사이더>는 탈북민을 주제로 한 소설이다. 소설 속에서 경제학교수 공순국은 북한의 경제방식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불륜관계인 아내와 대학위원장의 음모로 남한에서 생활해야 했기에 아웃사이더다. 그의 딸 공주미는 불순분자의 딸이 되어 꽃제비로 떠돌다 갖은 고생 후 월남하게 되었지만 유년기의 트라우마로 남한이란 사회에서 적응하기 어려운 아웃사이더다.

현실의 아웃사이더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탈북민은 우리사회 속에서 아웃사이더로 살아간다. 신념을 지키며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 자청한 것이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관계의 진입장벽이 높아 내몰린 아웃사이더다.

2022년 새해가 시작되고 탈북민의 월북기사를 접했다. 탈북민의 재입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최소 탈북민 30명이 월북했다.

한국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제3국으로 출국해 돌아오지 않는 탈북민도 늘고 있다. 연도별로 2015년 664명, 2016년 746명, 2017년 772명, 2018년 749명, 2019년 771명이 해외로 출국한 뒤 돌아오지 않았다.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발표한 2021 북한이탈주민 경제사회통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탈북민 407명 가운데 재입북 생각이 있다는 이들은 75명으로, 전체의 18.5%에 달했다.
(참고 https://www.bbc.com/korean/news-59856610)

아웃사이더가 아웃되는 이유

살기 위해 월남한 이들이 살 수 없어서 사선을 넘고 있다. 이들이 재입북을 생각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다시 목숨을 거는 이유는 뭘까?

경제적 어려움이다. 2020년 11월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분석한 '북한 이탈 주민 정착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탈북민의 월평균 소득은 204만원으로 일반 국민(264만원)에 비해 60만원 적었다고 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탈북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다.

자기가 태어난 땅에서 살 수 없어서 살아보려고 이 땅에 발을 디딘 사람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어 우리 사회는 차별하고 혐오할까? 소설 속 공순국은 이렇게 속울음을 운다.

“주미가 꽃제비가 된 것도 북한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딸들도 제대로 건사 못 해 꽃제비로 살게 한 자괴감은 주미로 인해 황당한 일을 부딛칠 때마다 더 커진다. 자신이 북한에서 그대로 버텼다 해도 결국 유배형으로 사지를 떠돌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죽어 없어지지 않는 한 똑같은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 헤매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당이 외치는 구호를 그대로 따로 외칠 수는 없었으니까. 자신이나 주미의 고통은 모순 덩어리의 땅에 태어난 죄다. 순국은 자신이 주미를 꽃제비라는 나락으로 떨어뜨린 책임을 자신이 결코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다. 어느 누가 자신의 딸을 꽃제비라는 나락으로 밀어 넣겠는가.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혼자 살아남으려고 한 무의식까지는 부정 못한다. 순국은 캄캄한 밤 자신도 모르게 흐느끼고 있는 자신을 만난다.”

 

영화 [방문객] 스틸 사진
영화 [방문객] 스틸 사진

아웃사이더를 만드는 정치

자신이 태어날 곳을 정하고 생을 시작하는 이는 누구도 없다. 북한, 아프카니스탄, 시리아, 미얀마 등과 같이 이념, 종교, 정치로 고통받는 나라에 누가 태어나고 싶을까? 하지만 그곳에 태어난 이들의 고통이 우리의 고통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우리도 이들과 같은 고통의 시대를 지나왔다. 이념으로 서로가 서로를 죽였던 6.25가 그렇다.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도 아웃사이더인 땅이 있다. 제주도다. 제주도에는 4.3의 고통이 아직도 생생하다. 제주사람 뿐인가? 빨갱이란 주홍글씨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고 고문을 당해야 했던가?

“창걸은 정말 4.3사건 이야기를 싫어했다. 자신이 그동안 이쪽저쪽 인터뷰에 응해봤지만 그들은 양쪽 진영 다 피해자들 이름을 팔아 이용만 한다는 것이다. 창걸은 요순시대 이야기를 하며 현재 국민들 마음 편히 해주고 잘 살게 해주면 그보다 더 좋은 정치는 없다는 것이다.”

정치는 정의로와야 한다. 정의가 무너진 정치는 권력을 휘둘러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내기 바빴고 외세의 침략에는 무력해서 국민을 팔고 뒷주머니를 채웠다. 무능한 정치는 이념과 대의란 깃발만 흔들었지 고통받는 민중의 눈물을 닦아줄 손수건과 곯은 배를 채워줄 솥단지는 없었다.

그래서 <예기>(禮記) 단궁(檀弓), <공자가어>(孔子家語) 정론해(正論解)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공자(孔子)가 태산 옆을 지나가는데 어떤 부인 하나가 무덤에서 슬피 울고 있었다. 공자는 수레 앞턱의 가로나무를 잡고 듣고 있다가 제자인 자로(子路)를 시켜 그 연유를 묻게 했다. “부인이 우는 것이 심히 깊은 근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부인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얼마 전에 우리 시아버지가 호랑이에게 죽었고, 남편이 또 호랑이에게 죽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 아들이 또 호랑이에게 죽었습니다.” “왜 떠나지 않았습니까?” 하고 공자가 묻자 부인이 대답했다. “가혹한 정치 때문입니다.” 공자가 말했다. “제자들아, 명심해라.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아웃사이더가 만들어가는 세상

소설 아웃사이더는 배척만 당하던 이들이 모순으로 가득한 세상을 박차고 일어나 제3의 길을 이야기하면서 매듭을 짓는다.

“북한에서 추방당하셨수꽈?”
했다. 순국은 순간 당황했지만
“아, 네.”
라고 답했다.
“여기 남한은 북한보다 어떤 점이 좋수꽈?”
“차츰 이야기하죠.”
이상하게 창걸을 만나면 항상 그가 이야기를 주도한다.
“저희 집안 쪽에도 대학에 있는 분도 있고, 공무원 하는 분도 있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수다. 그중에 치열하게 좌파 진영에서 열심히 운동하던 조카가 언젠가 동독의 시인이라든가, 이름이 생각 안 나수다.”
머리를 긁적였다.
“자신도 이제 운동 진영에서 빠져나오겠다며 그때 그 시인 이야기를 했는데 잊을 수가 없수다. 그 시인이 소년 시절 동독으로 건너갈 때 지녔던 꿈, 어머니가 그에게 이루어주기를 바랐던 소망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주마씀. 오히려 그는 사회적, 정치적 이상이 남김없이 실현된 낙원을 억지로 건설하려는 것은 지옥으라 그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수다. 불의와 죄악에 대해 대항으로써 세계를 개선하도록 노력하는 일을 멈출 수는 없지만, 그것은 공산주의 사회에서 말하는 낙원의 환상 때문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 편에 서기 위해서우다, 라고”

아웃사이더는 소속이 없어 배제와 소외를 경험한다. 하지만 아웃사이더가 주체성을 갖게 될 때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아웃사이더는 기성의 가치관을 깨고 패러다임을 바꾸는 개혁가로 세상을 탈바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반도, 천민도 아닌 서자 홍길동이 율도국이란 새 세상을 건설했던 것처럼.

 

이원영 
노동이 기도요 기도가 노동인 삶을 추구하는
포천 사는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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