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대신 시간을 선택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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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대신 시간을 선택한 행복
  • 이원영
  • 승인 2021.12.2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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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 칼럼

딸이랑 하루종일 집에서 보내고 있다. 대학을 합격하고 즐겁게 방학을 보내는 딸, 농한기라 책과 빈둥거리는 아빠의 일과는 간단하다. 눈을 뜨면 각자 자기 시간을 보내다가 함께 밥먹고 잡담을 나누고 저녁에 졸리면 잔다.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여유롭다고 하지만 아내가 출근한 후 청소하고 딸아이의 밥을 챙겨주고 설거지하고 집안일을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퇴근한 남편이 전업주부인 아내에게 ‘집에 있으면서 하는 일이 뭐냐’는 말에 화가 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 집안일은 뭔가 했는데 늘 제자리다.

매일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옛 추억 하나가 지나간다. 아이가 이유식을 시작할 때 나는 신학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방학이면 직장인인 아내가 출근하고 지금처럼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청소, 빨래를 하고 끼니마다 아이에게 이유식을 만들어 먹였다. 이유식은 좋은 책의 도움을 받아 식단을 달리해서 먹였다. 아침에 한번 먹은 이유식을 점심에 먹지 않은 까다로운 딸의 입맛 더하기 모든 음식을 골고루 먹여야 한다는 육아원칙 때문이었다. 이유식을 할 때 모든 식재료를 골고루 사용해서 그런지 아이는 커서 가리는 음식이 없었다. 세 살인가 네 살 때 지인이 사온 회를 너무 잘 먹어 놀란 기억이 있을 정도다.

아내가 경제생활을 전담하고 있기 때문에 구인광고를 들쳐보곤 한다. 아내에게 이런 일은 어떠냐고 물어보면 그냥 쉬라고 한다. 고맙고 미안하다. 자본주의시장에서 땅이나 생산기반이 없는 노동자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노동력을 팔아야 한다. 노동력에 시간을 더하면 임금이 나온다. 시간이 곧 돈이다. 그래서 시간이 많으면 돈이 없고 돈이 많으면 시간이 없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나는 시간이 많은 대신 돈이 없다. 많은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딸과 함께 보내고 있다. 걸음마를 시작할 때 딸과 보냈던 때를 성인이 된 아이와 이야기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나누듯 미래의 어느 날에는 독립해서 생활하는 아이와 오늘의 시간을 추억으로 꺼내먹을 것이다.

딸과 함께 한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다. 그래서 이 시간이 행복하다. 돈 대신 시간을 선택한 행복이다. 아이가 대학생활을 시작하면 함께 할 시간이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이 시간이 더 소중하다. 많이 웃고 맛있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야겠다.

 

이원영 
노동이 기도요 기도가 노동인 삶을 추구하는
포천 사는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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