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헌금을 강조할 수 없는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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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헌금을 강조할 수 없는 곳이 되었다
  • 최태선
  • 승인 2021.12.1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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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선 칼럼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습니다. 한복을 입은 아내와 정장을 한 친구의 사진입니다. 딸의 결혼식이라면 제게 연락이 왔었을 것입니다. 추측을 해보았지만 얼른 떠오르는 것이 없었습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아내가 권사로 취임했다고 했습니다. 축하한다는 말을 전했더니 기념으로 집에서 탕수육과 잡채밥과 짬짜면을 시켜 먹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멋진 곳에서 외식을 하지 그랬느냐고 했더니 자신들의 수준이 그 정도라고 했습니다. 가까이 살면 조금 더 그럴듯한 식사대접을 하고 싶었습니다.

친구는 참 검소하게 삽니다. 춘부장을 꼭 닮았습니다. 그래도 저보다는 수입이 많습니다. 그런데도 언제나 저보다 돈을 더 못씁니다. 돈이 늘 모자랍니다. 그래서 저에게 기도 부탁을 하기도 합니다. 자신에게 수입이 많아지면 저에게도 국물이 떨어질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말입니다. 실제로 오래 전에는 친구가 제게 한 달에 십만 원씩 도서비를 부쳐주기도 했습니다. 옛날이야기입니다. 지금은 수입이 줄어 저와 식사를 해도 늘 제가 식사비를 냅니다.

 

사진출처=pixabay.com
사진출처=pixabay.com

제가 친구보다 돈을 더 잘 쓸 수 있는 이유는 제게 필요한 돈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저를 위해 돈을 거의 사용할 일이 없습니다. 최근에는 책도 잘 사보지 않으니 그야말로 돈 쓸 일이 없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도 친구를 제외하고는 제가 돈을 내지 못하게 합니다. 제가 가난하다는 걸 모두가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늘 돈에 여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든 가난한 분들을 만나면 즉시 그 돈을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 어제도 한 분에게 십만 원을 부쳐드렸습니다. 대개 이십만 원 정도를 가장 많이 부치지만 상대방의 형편에 따라 오십만 원 정도는 즉시로 부쳐드릴 수가 있습니다.

제가 돈을 모으는 이유는 이렇게 필요한 분들에게 보내드리기 위함입니다.

저는 이 훈련을 헌금을 통해 해왔습니다. 헌금은 돈을 업신여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그래서 헌금을 많이 하면 신앙에 큰 유익이 됩니다.

그런데 목사라는 분들이 헌금을 유용하거나 자신만을 위해 사치스럽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생각해보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사실 그런 목사들은 그리스도인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그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남의 주머니를 털어 자신을 위해 쓰는 것은 사기꾼들이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오늘날 너무나 많은 목사들이 이런 사기꾼들이 되었습니다. 성서에 기록된 삯꾼이라는 말로는 표현이 불가능해진 그런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진 것입니다.

교인들 가운데 자신보다 더 궁핍한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목사는 아무리 자신이 빈궁한 처지에 있더라도 자신의 것을 나누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본이 되고 그래야 그리스도인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자신의 집을 짓는데 사용하고 비자금을 만들고 자녀들의 유학비나 아내의 차를 사는 데 사용한다는 것은 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모두가 괜찮다고 해도 목사는 마다해야 하는 일들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교회는 헌금을 강조할 수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자발적인 기부를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강요하고 그렇게 강요해서 드려진 헌금을 목사가 마음대로 사용한다는 것은 그 목사가 있는 교회가 교회가 아니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너무나 많은 교회들이 그렇게 되었고 목사들이 고급차를 타야 행세를 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오늘 아침도 이런 글을 보았습니다.

아무리 봐도 '직업종교'는 구라다. 하느님께서 정말 누가 주일 잘 지키고, 돈 잘 바치고, 예배 잘 드리는 무속 행위에 그리도 관심을 두실까? 그런 건 계룡산 맹신도들도 무당보다 더 잘한다. 예수님이 주신 참 계명은 사랑과 정의다.

이런 글들을 대할 때마다 참 마음이 아픕니다. 돈을 잘 바치다니요. 앵벌이를 떠올리게 만드는 그런 말은 너무도 비참한 이야기입니다. 헌금이 목사에게 돈을 바치는 앵벌이 같은 행위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개혁을 주장하는 분들은 이런 글들을 보면 벌떼같이 달려들어 기쁨의 환호를 지릅니다. 급기야 그리스도인들이라는 사람들이 ‘헌금 없는 교회’를 목표로 삼기에 이르렀습니다.

“‘잘 사는 사람들과 원하는 사람들은 기부한다. 각자가 자신이 원하는 정도만큼씩’ 헌금은 공동체의 대표에 의해 적립되고, 대표는 그것을 고아, 과부 병자, 죄수, 교회 안에 머물고 있는 여행자들을 위해 사용한다. 유스티누스가 반복해서 강조하듯이, 곤경에 처한 이들을 돌보는 것은 교회의 아비투스의 핵심적 가치였다. 그리고 공동체가 그 일을 진지하게 행하도록 만드는 것이야말로 경쟁적인 물질주의의 굴레로부터 해방된 공동체를 유지하는 책임을 맡은 자인 공동체 대표가 해야 할 일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대표는 ‘곤경에 처한 모든 이들의 보호자’가 된다.”

유스티누스의 호교론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이곳에서 말하는 대표가 누구일까요. 개신교에서는 목사입니다. 목사는 이 글의 내용처럼 ‘곤경에 처한 모든 이들의 보호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목사가 좋은 차를 타고 다니고 사모도 따로 차를 사고 자녀들은 유학을 가고 그것도 모자라 골프를 즐기기까지 합니다.

오늘날 가장 존경을 받는 목사님 한 분은 그렇게 동남아에 나가 골프를 즐기시다가 아예 여생을 그곳에서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런 일에 ‘카르페 디엠’이라는 영적 의미까지 부여합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 이런 분이 우리 시대의 가장 존경 받는 목사님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지요.

유스티누스의 글을 잘 보십시오. 목사는 위 글에서 기부라고 표현된 헌금을 통해 교회가 경쟁적인 물질주의의 굴레로부터 해방된 공동체를 유지하는 책임을 맡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런 분이 돈이 주는 쾌락을 즐기는 것을 현실에 충실한 믿음의 행위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직무유기 정도가 아니라 자신이 그리스도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온 천하에 공표하는 것입니다. 그런 목사님이 ‘곤경에 처한 모든 이들의 보호자’가 되실 수가 있겠습니까. 물론 제가 지금 말하는 목사님은 ‘이삭줍기’와 같은 자신이 해오던 헌금을 예로 들면서 자신은 이미 그런 일을 다해왔다고 말씀하실 것입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다 지켰습니다. 아직도 무엇이 부족합니까?"

이렇게 당당하게 말했던 젊은이가 어떻게 되었습니까. 물론 그 목사님은 이 청년이 물질에 관해 약했기 때문에 예수님이 그것을 지적한 것이지 모두가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교하셨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소유를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주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해석이 그리스도인들을 향한 해방의 선언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개혁을 주장하는 분들은 이구동성으로 ‘헌금 없는 교회’를 진정한 교회의 표상으로 삼기에 이른 것입니다.

아닙니다. 틀렸습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가진 모든 것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어야 합니다. 물론 그렇게 하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가능한 만큼 나누어주고 모든 것을 팔지 못한 자신의 부족함에 대해 늘 인식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마음이 가난해지다 마침내 온전히 마음이 가난해질 때 가진 모든 것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사람이 될 것이고 마침내 하나님 나라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 무엇입니까. 구원입니다. 저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이 구원을 얻으시기를 바랍니다.

곤경에 처한 이들을 돌보는 것은 교회의 아비투스의 핵심적 가치였습니다. 그 일을 가능하게 한 것이 자발적인 기부였습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헌금 없는 교회가 아니라 모든 것을 팔아 헌금하는 교회를 이루어야 할 것입니다. 써놓고 보니 웃음이 나옵니다. 제가 또 이단들이나 하는 말을 했습니다. 돈을 업신여기는 일이야말로 우리 신앙의 가장 확실한 시금석입니다!!

ps. 목사가 ‘곤경에 처한 모든 이들의 보호자’가 된다는 것은 교회에서 가장 가난한 자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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