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내 앞에 내 안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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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내 앞에 내 안에 살고 있다
  • 마크 엘리스
  • 승인 2021.11.1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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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일꾼공동체에서 보낸 1년-4월 25일, 5월 2일

4월 25일

짐이 오늘밤 떠났고 나는 다음 주간에 떠날 예정이다. 짐과 여덟 달을 일하고 난 뒤에도 나는 그를 잘 안다고 말할 수가 없다. 함께 5층에 살고 있었는데도 그는 자신을 완전하게 지켰다. 샤론이 그를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 주었다. 나머지 우리들은 1층에서 작별을 했다. 난 그와 악수하고 행운을 빌었다. 퍼킨스는 그를 껴안았고 짐은 연락하겠다고 약속했다.

5월 2일

나는 내일 여러 감정이 뒤섞인 채로 떠날 것이다. 한편으론 내가 그 동안 잘 견뎠고 떠날 시간을 잘 정했다는 긍정적인 느낌도 있었으나 또 다른 한편으론 떠난다는 것이 슬프기도 했다. 그건 나에게 꽤 긴 여정이었고, 그렇게 많은 것을 되돌려 받지 않았다면 무척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 여정은 모든 것이, 모든 믿음과 이해가 아무리 잘 준비되고 심오한 것이라 해도 의문을 제기하는 시기였고 모든 것이 다 뒤바뀌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내가 어느 곳에 기착할 지 알기가 어렵다.

철학과 이성 대신에, 체험 자체는 투신과 섬김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였다. 가난하고 무력한 사람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거나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내 앞에 내 안에 살고 있다.

그러나 대답은 그들만큼 분명치가 않다. 물론 새로운 사회에 대한 갈망은 내 안에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 아마 우리 모두가 마음 깊은 곳에 새로운 사회에 대한 갈망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주 두려움 때문에 우리는 한발자국 물러선다. 그런데 역설은 이 비젼이 우리가 거의 기대할 수 없는 그런 곳에서 더욱 더 자라난다는 사실이다. 어려운 곳, 마비된 곳에서. 나에게 있어 이 비전의 씨앗은 첫 번 보면 그리고 세상의 눈으로 보면 불모지 같은 곳에 그런 사람들 속에 심어져 있다. 이런 고통받는 이들을 섬김으로써 우리는 그들과의 관계를, 이 갈망의 씨앗을 증언하는 셈이다. 그건 그저 신비일 수도 있다. “집짓는 자들이 버렸던 모퉁이 돌이 이제는 주춧돌이 되었다”.

나는 일꾼공동체를 떠난 사람들이 상심하고 세상에 대하여 분노하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냉소적으로 변했다고 한다. 추악함과 잔인함은 견디기가 어렵고 또 그 속에서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다. 가톨릭일꾼공동체는 낡은 것을 고발하기보다 새로운 사회에 대한 선포를 늘 수행해 왔다. “낡은 것의 껍질 속에 새로운 사회를 세운다”. 이렇게 강력하고도 고통스러운 사랑만이 절망 속에 침몰하지 않고 새로운 사회에 대한 갈망을 유지시켜 준다. 난 사랑하기를 항상 기억해야겠다.

T.S.엘리오트는 실존과 영원, 꿈과 종말이 봄에 함께 만나는 장미정원에 대하여 썼다. 이 정원은, 평화와 완전함의 정원인데 모든 고통이 다 지복으로 변화된 곳이다. 이제 가시가 없는 장미들은 마리아의 주변을 에워싸며 선포하는 천사를 맞아들이고 있다. “그분은 갇힌 사람들을 풀어주러 오십니다”. 천사와 마리아의 만남의 의미를 모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누가 그 정원을 가꾸어야 하는지 이제 나는 알고 있다.

 

마크 H. 엘리스 / <피터 모린; 20세기에 살다 간 예언자>의 저자. 엘리스는 미국 텍사스 베일러 대학에서 유다학연구센터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유다학을 가르치다 은퇴하였다. 그는 스무 권 이상의 책을 쓰고 편집했다. 그의 대표작은 <해방의 유다신학>, <거룩하지 않은 동맹>, <우리시대의 종교와 포악성>, <예언의 미래: 고대 이스라엘 지혜의 재현> 등이 있다. 그는 유대인이면서도 유대극우주의의 강력한 비판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스라엘의 미래를 팔레스티나와의 평화로운 연대에서 찾고 있다. 최근에는 <불타는 아이들: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유대적 관점>(2014), <추방과 예언: 새로운 디아스포라의 이미지>(2015)를 저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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