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감
-장진희
비바람 몰려오고
추위가 닥친다네
만산홍엽
등짝 따듯한 가을볕
오늘은 또 오지 않으리
산천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걸어놓고
강아지 앞세운 사람 하나
가을 속을 걷는다
대차나 고요하다
강물이 흐르다 고인 동네
억새 갈대 사이로
어리연 속으로
개구리 물고기 물뱀 들
겨울집 장만하는 습지 옆
길 없는 길 풀숲 헤매다
목이 마른가
홍시 나무 눈에 띈다
새들이 쪼아먹고 남은 홍시를 달게 먹는다
덜 익은 감 몇 개 주머니에 넣는다
여기야 여기
붉은 기척 뒤꼭지를 잡아댕겨
고개 돌리니
커다란 감나무 하나 서 있다
나 사는 이유는 붉은 감
봄부터 애써
주렁주렁 내어놓았는데
맑은 순정 보람없이
찾는 이 아무도 없네
사람 기척 반가운 감나무
고개 숙여
손에 닿을 만큼 내려온다
강아지도 사람도 달디달게 배를 채우고
배낭 가득 감을 채워넣는다
감나무 고개 들고
헛수고 할 뻔했네
두 팔 벌려 환히 웃는다
감잎 사이로
햇살 반짝
눈부시다
장진희
돈 안 벌고 안 쓰고 안 움직이고
땅에서 줏어먹고 살고 싶은 사람.
세상에 떠밀려 길 위에 나섰다.
장터로 마을회관으로.
곡성 죽곡 보성강변 마을에서 살고 있다.
종이신문 <가톨릭일꾼>(무료) 정기구독 신청하기
http://www.catholicworker.kr/com/kd.html
도로시데이영성센터-가톨릭일꾼 후원하기
https://v3.ngocms.co.kr/system/member_signup/join_option_select_03.html?id=hva82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