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뿔도 아닌 지구
-닐숨 박춘식
‘지구가 우주에 끼치는 영향은 제로에 가깝다’*는
글을 개뿔 보듯 열여덟 글자를 다시 읽어보다가
개 코에 붙어 있는 저의 모습이 보입니다
잠시 후 개 혓바닥이 썰물같이 덮쳐 저도
요나처럼 개 배 속으로 끌려갈 뻔했습니다**
주문한 벽돌 170장을 싣고 온 배달 트럭 기사가
담배만 뻐끔뻐끔 태웁니다
장갑을 주면서 좀 도와달라고 하니
‘나는 배달만 하지, 짐 내리는 일꾼이 아닙니다’
이 말에 벚꽃 나무 이파리가 떨어집니다
지구가 홍익인간 어휘까지 붙잡고
온통 사막으로 돌진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에 짓눌린 2021년 가을
그 가을이 색동저고리도 마다하며 엎어집니다
<출처> 닐숨의 미발표 시(2021년 10월 25일)
* ‘뇌, 생각의 출현’ 박문호 2008 휴머니스트 8쪽.
** 구약성경 요나서 2장 1절
‘주님께서는 큰 물고기를 시켜 요나를 삼키게 하셨다.
요나는 사흘 낮과 사흘 밤을 그 물고기 배 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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