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저희 손님으로 오면 너무나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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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저희 손님으로 오면 너무나 좋겠어요
  • 도로시 데이
  • 승인 2021.10.11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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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 데이 에세이

난 우리가 겪었던 진짜 거칠고 미친 것 같던 시절로 돌아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 그 때 우리 환대의 집에는 매우 골치 아픈 사람들이 오곤 했어요. 언젠가 아주 악명이 높고 화를 잘 내는 한 알코올 중독자 선원이 우리에게 왔던 때가 기억납니다. 그는 방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입을 다물라고 하면서 몇몇 사람들에게 방에서 나가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말했어요. 그때 나는 스프와 빵을 나누어 주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에게 가서 그날 그가 우리에게 아주 귀중한 친구이며 고맙게, 매우 고맙게 여긴다고 말했어요. 그는 나를 바라보았어요. 난 그의 푸른 눈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 그 눈은 나에게서 움직이더니 다시 가까이 다가왔어요.

그의 눈은 온갖 곳을 춤추듯이 바라보기도 하고 꼼짝 않고 꿰뚫어보기도 했어요. 나는 그가 갖고 있을 칼이나 총보다도 그의 눈이 더 무서웠어요. 그 시절에 그런 것처럼 그의 머리는 길었고 오른손으로 두텁고 곱슬거리는 머리를 만지더니 마치 더러운 것을 만진 것처럼 바지에 대고 문질렀습니다. 그런데 그의 바지는 꽤 더러웠어요. 그는 내가 그의 손과 바지를 바라보는 것을 눈치 채고 큰 소리를 쳤지요. “당신은 뭘 보고 있어?” 이 말에는 어떤 저주가 담겨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경우에, 나는 가능한 재빨리 그리고 단호하고 정직하게 그를 대하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당신을...”이라고 말하려는데, 그는 곧장 소리쳤어요. “왜 나를 보고 있는 거야?” 나는 대답했어요. “여기 서서 당신과 이야기하고 있으니까요.” 그는 또 소리쳤어요. “그런데 당신은 누구야?” 나는 이름을 말했고, 그에게도 이름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내게 자기 이름을 말해줬어요, 프레드라고. 나는 악수하자고 손을 내밀었고, 그도 손을 내밀었으나, 악수하기 전에 그가, 더러워서 내가 언짢냐고 묻더군요. 나는 아니라고 말하면서, 나도 손을 안 씻었고 부엌에서 온갖 지저분한 것이 묻어서 미안하다고 말했어요. 그는 괜찮다고 말했고, 이어 우리는 악수를 했습니다.

내가 먼저 그에게 고맙다고 했어요. 방금 그가 생명의 은인이 되었다고 말했더니,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습니다. 그는 눈을 낮추고 바닥을 응시하면서 나를 쳐다보지 않고 말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생명의 은인이라고 불리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며, 내가 그렇게 부르지 말아야 한다고 했어요. 그는 투덜거리고 있었는데, 난 그가 소리쳤을 때보다 더 무서웠어요. 온 방이 얼어붙었지요.

난 생명의 은인이라는 말에 대해 설명하지 않기로 결심했어요. 단지 그에게 스프를 주어도 괜찮겠느냐고 물었어요. 그는 스프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물었고, 난 그 안에 온갖 야채가 들어있다고 말했어요. 그는 나도 스프를 먹겠느냐고 물었고, 난 배가 고파서 먹겠다고 대답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식탁에 앉았는데, 그는 내가 먹기 시작할 때까지 먹지 않았어요. 그는 내가 몇 수저 스프를 뜨는 것을 보고는 그의 스프를 먹기 시작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마음을 바꾸고 내 스프를 자기가 먹을 수 있냐고 물었어요. 나는 그러라고 말했고, 그는 게걸스럽게 스프를 순식간에 다 먹어치웠습니다.

한편 나는 그가 스프를 응시하는 것을 보면서 한 가지 생각이 섬광처럼 스쳤어요! 난 내가 그의 스프를 먹을 수 있느냐고 물었어요. 그는 그러라고 했어요. 실상 그는 그의 스프를 나에게 주려고 했던 것 같았어요. 그는 다시 투덜댔어요. 나는 스프 그릇을 받아서 맛있게 소리를 내며 먹었어요. 나는 배가 고팠거든요. 그는 앉아서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나를 열심히 바라보고 있었어요,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고 침묵을 지키면서요. 우리가 무료급식을 시작한 이후로 처음 겪는 어색한 침묵이었습니다.

스프를 거의 다 먹을 즈음에 나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기 시작했어요. 그의 눈은 나에게서 스프 그릇으로 옮겨갔거든요. 나는 그에게 더 원하는 것이 있느냐고 물었어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어요. 난 그를 만나게 되어 기쁘다고 말하고 나서 가까이 앉아있는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서 안부를 물었어요. 그 사람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방금 나와 스프를 나누었던 그 큰 사람이 나에게 가까이 왔어요. 방에 있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마도 그가 나를 치고 공격할 것처럼 보였던 것 같아요.

그는 약간 투덜거리더니, 개처럼 으르렁 거렸어요. 나는 그를 바라보았고 그는 나를 응시했어요. 난 그때 일어난 일을 어제 일어난 것처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그때 난 다만 한 가지 일만 생각할 수 있었어요. 오래전에, 내가 가톨릭이 되기 수년 전에 성경을 읽으면서 배운 것인데 “악에 굴복하지 말고, 악을 선으로 이겨내라.”는 말씀입니다. 이 말은 로마인들에게 보내는 바오로 서간의 12장 마지막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이 장은 피터 모린과 내가 좋아하는 구절들 중의 하나입니다.

나는 이 장을 며칠마다 한 번씩 읽고 때로는 몇 번씩 읽곤 합니다. 나는 이 말씀들을 상기했어요. “악에 굴복하지 말고 악을 선으로써 이겨내라.” 그리고서 그를 보고 웃었어요. 그는 웃지 않았어요. 난 빵 하나를 집어서 반으로 잘라 하나는 내 입에 넣고 다른 하나는 그에게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는 빵을 받았어요. 그는 고맙다고 말했고, 나는 (할 수 있는 대로 편안하게 평상적인 모습으로 보이려고 애쓰면서) “언제든지 오세요. 당신이 다음에도 우리 손님으로 이곳에 오면 너무나 좋겠어요.” 그리고서 실례하겠다고 말했어요. 내일 먹을 스프를 준비하기 위하여 야채를 얻으러 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앉아서 빵을 다 먹었어요. 방을 나오면서 나는 방안이 다시 떠들썩해지는 것을 느꼈어요. 그 시끌벅적한 소리가 얼마나 듣기 좋았는지요! 그런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세요? 다음 날 아침 일찍 그 사람이 샐러리와 당근, 감자, 토마토가 가득 들어있는 가방을 들고 왔어요. 난 그에게 부디 와서 그가 가져온 채소가 담긴 스프를 먹으라고 청했어요. 그는 그러자고 했지요. 그는 우리 집에 오는 단골손님이 되었습니다. Ω


[출처] <Dorothy Day, a Radical Devotion>, Robert Coles, 1987
[번역문] <도로시 데이, 뿌리로부터 온전히 살다>, <참사람되어> 2002,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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