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포기했을 때 더욱 깊이 하느님의 신비 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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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포기했을 때 더욱 깊이 하느님의 신비 안으로
  • 마크 엘리스
  • 승인 2021.10.11 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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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일꾼공동체에서 보낸 1년-4월 11일

4월 11일

마태오가 오늘 죽었다. 아니, 실제로는 이틀전에 죽었고 오늘 시체로 발견된 것이다. 사흘동안 마태오가 공동체에 나타나지 않아 걱정이 된 짐이 길 건너 아파트에 그가 괜찮은지 보러 갔다. 문을 두드려도 대답이 없자, 짐이 유리창문을 통해 들어갔다. 그는 안락의자에 미끄러져 있는 마태오의 시신을 발견했다.

마태오는 이웃에서 거의 일생을 살았고 수년동안 가톨릭일꾼공동체 삶의 한 부분이었다. 일생을 총각으로 지내면서, 그는 단촐하게 살았고 독실한 가톨릭신자였다. 무엇보다 나는 마태오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친절한 말과 웃음을 지녔다. 매일 아침 10시30분이면 그가 공동체에 나타난다. 한 사발의 스프와 빵 한 조각을 먹고, 점심식사는 조그만 간이식탁에서 한다. 마태오는 거의 매일 자신이 읽고 있는 책에 대하여 말하고 또 토론꺼리를 던지곤 하였다. 점심 후 그는 지하실로 내려가 두세 시간 동안 생각하거나 낮잠을 잔다. 그리고 나서 올라와 저녁식탁 차리는 것을 돕는다. 난 마태오를 품위있고 개방적이며 깊은 사람으로 항상 기억할 것이다.

지난 주간 내내 마태오는 매우 창백해 보였다. 그리고 외모에 대해서나 자신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이 보였다. 이제와 돌이켜보니 그는 이 지상에서의 삶을 조금씩 조금씩 포기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삶을 포기했을 때 그는 더욱 깊이 하느님의 신비 안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저녁식사 시간에 마태오의 빈 자리를 보자니 기분이 이상했다. 공동체의 어떤 식구도 그의 자리에 앉으려고 하지 않았다. 밤은 이상하게 고요했고 나는 내 삶과 일에서 마치 아주 귀중한 부분이 떨어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후에 길거리 사람들에게 저녁식사가 제공되었을 때, 가위에 찔린 사람이 팔꿈치에서 피가 흐르는 채 들어와 마태오의 자리에 앉았다. 스티브가 그에게 식사를 갖다 주었을 때 나는 도대체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 질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곳의 이 광적인 현실 때문에 마태오의 삶과 죽음은 곧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도 난 잘 알고 있다. 오늘밤은 아마도 저녁식사 준비를 돕기위해 지하실에서 올라오며 우정어린 웃음을 지었던 그의 모습을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때가 될 것이다.

 

마크 H. 엘리스 / <피터 모린; 20세기에 살다 간 예언자>의 저자. 엘리스는 미국 텍사스 베일러 대학에서 유다학연구센터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유다학을 가르치다 은퇴하였다. 그는 스무 권 이상의 책을 쓰고 편집했다. 그의 대표작은 <해방의 유다신학>, <거룩하지 않은 동맹>, <우리시대의 종교와 포악성>, <예언의 미래: 고대 이스라엘 지혜의 재현> 등이 있다. 그는 유대인이면서도 유대극우주의의 강력한 비판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스라엘의 미래를 팔레스티나와의 평화로운 연대에서 찾고 있다. 최근에는 <불타는 아이들: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유대적 관점>(2014), <추방과 예언: 새로운 디아스포라의 이미지>(2015)를 저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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