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물 땅콩
-닐숨 박춘식
작은 땅콩이 예쁘다고 손뼉을 치는
아이를 보며
엄마는 고개 돌려 눈시울을 훔칩니다
알갱이 하나만 껴안고
늦익은 조그만 땅콩은
흡사 엄마를 따르는 아기 오리같이 보이니까요
코로나바이러스로 억눌린 엄마가
장터 구석에 끝물 땅콩을 펴놓은 그
할머니의 깡마른 모습을 생각하며
바르르 떠는 손으로 하느님을 끌어당깁니다
누구든 가난한 이에게서 얼굴을 돌리지 마라. 그래야
하느님도 너에게서 얼굴을 돌리지 않으실 것이다.(토빗기 4.7)
<출처> 닐숨의 미발표 시(2021년 9월 27일)
*** 대도시에는 끝물 땅콩을 볼 수 없습니다. 상품가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끝물 땅콩을 처음 본 작년, 이것을 지금 보게 되어 의아하고 송구스럽게 여겼습니다. 가난을 이야기 하는 분들은 어떤 곡물이든 그 끝물을 꼭 보시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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