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 데이 “난 자면서도 하느님과 성인들에게 말하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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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 데이 “난 자면서도 하느님과 성인들에게 말하곤 해요”
  • 로버트 콜스
  • 승인 2021.09.22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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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콜스의 [DOROTHY DAY, A RADICAL DEVOTION]

성서와 친밀하게 살아가는 도로 데이의 삶에서 몇몇 인물들이 특별하게 부각된다. 도로시는 바오로 성인이 그리스도교적 사고방식의 부조리한 측면들을 드러내고, 기존의 사고를 전복시키는 측면들을 밝혀낸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리고 예레미야, 이사야, 아모스 등 히브리 예언자들에 대한 관심이 컸다.

아마도 세속세계에서 그의 모습에 탄복하는 사람들은 그의 지적인 삶이 지니고 있는 성서와의 깊은 관계를 쉽사리 지나칠 수 있다. 우리는 그의 정치적 사회적 관점에 매혹 당하지만 리지외의 데레사나 십자가의 성 요한에게 그가 얼마나 깊은 관심을 가졌는지는 놓친다

(도로시 데이의 정치적 견해는 궁극적으로 그의 종교, 신앙의 표현이었다. 그는 “해방신학”이 태어나도록 영감을 주었던 인민주의적 분노와 관대함을 이해했지만 이러한 경향들이 맑스주의적 강조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적합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의 정신과 마음이 갖고 있었던 신비적인 측면은 십자가의 성 요한과 같은 전통 속의 다른 사람들에게로 더 끌리게 하였다.) 도로시 데이는 그의 이런 성향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았다.

“나는 교회의 어떤 성인들에게 지나치게 더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친구들은 내가 초기교회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한다고 말합니다. 그들이 옳습니다. 난 성 프란치스꼬가 우리와 함께 있었으면 이곳에 있는 것이 너무나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그를 직접 만나고 싶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나는 그가 우리와 여전히 함께 있으며, 만일 우리가 그에게 가까이 있을 수 있다면 그리고 그가 했던 것을 증언하고 또 그가 했던 방식을 증언할 수 있다면 그가 우리에게 더 잘 가르쳐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는 뜻이지요. 어떤 때 정말로 문제가 되는 것은 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떤 태도로 행동을 하는가가 중요한 것이니까요.

어느날 손님들을 맞을 준비가 되어가고 있을 때 마음이 썩 좋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배도 약간 아팠고 또 다른 문제도 있었지요. 그날 아침 일어났을 때 생각했지요. 이런 날은 그냥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이 나 자신이나 여러 사람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요. 그런데 나는 그렇게 관대하지 못했습니다. 난 일어나서 자잘구레한 일들을 하려고 준비했지요. 사람들을 맞을 준비가 다 되었을 때 난 그들에게 정말로 관심을 두지 않았고 방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난 그저 나 자신의 이기적인 세계에 빠져버린 것이지요.

갑자기 우리 집에 정기적으로 오는 남자 한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그는 퉁명스러웠으나, 분명히 나를 돕고 싶어했습니다. 그는 ‘무얼 좀 도와 줄까요?’ 라고 물었습니다. 난 놀랐지요. 그런데 그 순간에 악마에게 져서 그 사람에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니요! 그런데 왜 나에게 묻죠?' 난 귀찮았으며 그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요. 그는 아마도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상황을 전혀 ’개의치 않는‘ 사람이었지요. 난 나 자신의 세계 속에 꽁꽁 숨어 있었습니다. 그 전날 밤에 읽은 시들을 생각하고 있었고 식사를 하러 온 사람들을 그냥 무시해버리고 있었습니다.

거기 서서 그 남자로부터 빠져나갈 구실을 찾고 있었던 나는 배가 아픈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남자는 나를 놓아주지 않았어요. 그는 나를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곳에 많이 왔었고 내가 걱정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바로 그때 난 배가 정말로 아픈 것을 알아차렸고 이어 리지외의 소화 데레사를 생각했으며 그가 겪었던 온갖 고통과 그 고통을 얼마나 용감하게 견디어나갔는지 기억했습니다. 난 그 날 하루종일 소화 데레사 생각을 하며 지냈지요. 마치도 소화 데레사가 내 옆에 서서 기분을 바꾸고 웃으라고 말하며 하느님께 기도하라고 그러면 내 기도의 응답을 얻을 것이라고 말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난 그 남자에게 앉으라고 하고 나서 함께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그건 아름다운 대화였지요. 그는 정말로 내 기분을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우리 모두의 느낌들 ­ 올라갔다 내려갔다 변하는 우리의 분위기를 다 알고 있었습니다. 난 혼자 생각했어요. 그는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려고 하는 사람이고 그런데 그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바로 우리들이라고 말입니다.

사람들은 와서 우리에게 아주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누가 우리들로 하여금 그렇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지 멈춰서 생각해보지 않습니다. 내가 말하는 것은 이곳에 와서 그냥 단순히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 남자처럼 우리에게로 다가오려고 애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는 우리공동체의 한 사람이 한 사발의 스프를 그에게 줄 때, 그를 똑바로 바라보고 웃으며 우정어린 한 두마디 말을 건넬 때 얼마나 기분이 좋은가를 말했습니다.

그리고 스프나 커피 먹는 시간이 끝나고 우리가 설거지를 하면서 어떤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이 느껴질 때에 쓰레기더미 속에 가라앉는 기분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피터는 우리를 보러오는 이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 예수님이나 그분의 제자 중 한 사람일지도, 혹은 그분의 성인들 중의 한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바로 그 순간에 주님께서 당신의 그 노인을 보좌관으로 만드셔서 우리가 사는 이곳에 급파하셨음을 참으로 확신했습니다.

또 다른 때에도 대화를 하면서 도로시 데이는 자신이 원하는 만큼 다른 이들을 위하여 충분히 하지 못하고 다만 사건들을 겪을 때 멈춰서 성서의 어떤 구절이나 성인의 삶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비슷한 경우들을 묘사하였다. 때때로 그는 멈추고 눈을 감고 그 성인에 관한 대화를 계속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어떤 환시나 환각에 대해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만일 우리가 원한다면 우리모두를 지켜주는 성인들이 가까이 있다는 그의 느낌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었다.

도로시는 믿는 사람이란 삶의 신비들과 씨름하는 또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결속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에게 성인들이란 그러한 노력을 열심히 하는 남자들과 여자들이었고, 그들의 상실, 그들의 고통과 불확실함, 그들의 승리, 그들의 도덕적 만족이나 종교적인 황홀경 등은 우리 모두가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유산들이었다.

한번은 “난 자면서도 하느님과 성인들에게 말한다고 생각해요,”라고 그가 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난 내가 깨어있는 동안 내내 그들에게 말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사람들이 나에게 잘하려고 애쓰면서 내가 혼자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았다고 말해 줄 때 난 늘 그 말을 부정합니다. 난 나 자신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다른 사람에게, 다시 말하자면 사랑하는 주님이나 그분의 아드님, 하느님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 사람들, 교회의 성인들에게 말하고 있다고 그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웃지만, 난 심각하게, 진지하게 말합니다. 어떤 살아있는 사람에게 보다, 한때 살았었고 지금은 하느님을 직접 뵈러 떠나간 사람들에게 더 많이 말을 합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감히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듣는 것은 그분들의 말을 기억하는 내 목소리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나를 어떤 ‘특별한 사례’나 광신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종교적으로 사로잡힌 어떤 나이 들어가는 여인의 경우라고 생각될 수 있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원출처] <DOROTHY DAY, A RADICAL DEVOTION>, Robert Coles, 1987
[번역문 출처] <도로시 데이, 뿌리로부터 온전히 살다>(<참사람되어>2002, 7월호)

로버트 콜스(Robert Coles)
하버드 의과대학의 정신의학과 및 사회윤리학과 명예교수. 청소년 문제 상담 전문가로 활동해 왔으며, 50여 권이 넘는 책을 집필한 작가. 1973년 미국의 다양한 계층과 인종의 아이들을 직접 취재하고 분석한 <위기의 아이들>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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