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희 시편
월등 고개에 서서
-장진희
붉노랗게 빛나는
동쪽 산 날망 아래
산그늘 짙다
해는 서산 끝에 걸렸는데
배부른 하얀 달 일찍도 나왔다
늙은 농부는
참 사람 좋게 생긴 얼굴
운주사 미륵 같은 미소로
목장갑을 벗는다
지친 발길 옮기어 밭가상으로 나온다
산그늘 서늘 바람에
풀벌레 소리 애닲다
새벽부터 대목장
지쳐 돌아가는 길
월등 고개 날망에 섰다
햇님도 안녕
하늘 땅
온갖 목숨들
우리
오늘 하루도 참 근사했지요
장진희
돈 안 벌고 안 쓰고 안 움직이고
땅에서 줏어먹고 살고 싶은 사람.
세상에 떠밀려 길 위에 나섰다.
장터로 마을회관으로.
곡성 죽곡 보성강변 마을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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