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지도자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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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지도자를 바란다
  • 이원영
  • 승인 2021.09.2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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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 칼럼
사진=이원영
사진=이원영

날이 서늘해지면서 태양이 늦잠을 자는지 조금씩 늦게 산을 넘어온다. 여명과 함께 잠에서 깨면 습관처럼 클래식 라디오를 들으며 아침을 시작한다. 하지만 요즘은 틀었던 라디오를 다시 끄고 창옆 의자에 앉는다. 자연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풀벌레, 바람이 스치는 나뭇잎, 새의 합창이 사람의 음악보다 아름답다.

새는 저마다 다른 소리를 내며 노래한다. 까마귀는 ‘까악까악’, 참새는 ‘짹짹’, 산비둘기는 ‘구구’한다. 새의 노랫소리를 의성어로 표현하고 문자로 기록하지만 사실 새는 그렇게 울지 않는다.

우리는 뻐꾸기 소리를 ‘뻐꾹뻐꾹’이라고 하지만 영미권은 ‘cuckoo cuckoo’한다. 잘 모르지만 다른 언어권에서는 또 다른 말로 표기할 것이다. 같은 새의 노래를 다른 소리글로 표현한다. 언어의 한계다.

어떤 사람은 뻐꾸기 소리를 들으면 글로 표기하지만 어떤 사람은 음악으로 표현한다. 대표적인 음악이 요나손의 뻐꾹 왈츠다. 다장조 조성에서 ‘미도 미도’ 음정으로 표기한다. 하지만 뻐꾸기가 같은 음정으로 노래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뻐꾸기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린다. 소리를 듣고 새의 형상을 먼저 떠올리기 때문이다. 이 사람은 소리보다 시각이 더 발달한 사람일까? 하지만 그의 그림이 소리를 내고 있는 뻐꾸기의 모습은 아니다. 비슷한 형상을 그리거나 새 모양을 그리고 뻐꾸기라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구는 새소리를 울음으로, 누구는 노래라고 말한다. 새가 운다는 관점에서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다. 소쩍새 이야기다.

 

사진출처=pixabay.com
사진출처=pixabay.com

옛날 옛적에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살고 있었는데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밥을 먹는 것, 잠을 자는 것까지 미워하였다고 한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밥을 먹지 못하게 하려고 솥을 작게 만들어서 밥을 짓게 했다고 한다. 솥이 작으니 밥이 모자라서 며느리는 늘 밥을 먹지 못하고 굶고만 있었다.

이런 나날이 계속되면서 며느리는 점점 야위어 갔고, 결국은 어느 날 피를 토하며 죽고 말았다. 며느리가 피를 토한 자리에서 철쭉이 피어 났는데 며느리의 피의 색깔이 무척 붉어서 철쭉의 색도 붉은 것이라고 한다.

며느리는 한 마리의 새로 변했는데, 그 새는 밤이면 시어머니 집 앞 소나무에 찾아와 솥이 적다, 큰솥으로 밥을 해달라고 "솥적다" "솥적다" 하고 구슬피 울어 소쩍새가 되었다고 한다.

이야기에서 나오는 소쩍새는 ‘솥적다’고 울지 않는다. 배를 곯는 며느리의 상황에 있는 사람이 그렇게 들은 것이다. 소쩍새 이야기를 통해 과거에 우리나라가 얼마나 먹고 살기 힘들었는지, 또 며느리의 시집살이가 얼마나 고달팠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릿고개를 지나는 5월 소쩍새의 울음이 ‘솥적다’라고 들리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새소리를 통해 인간은 다양하게 반응한다. 이야기를 만들고 글로 표현하고, 음악을 만들고, 그림을 그려 생각과 감정을 전달한다. 문학, 철학, 예술활동으로 사람은 자신을 표현한다. 이를 인문학이라고 한다.

인문(人文)이란 사람이 살아가면서 남긴 흔적을 통칭한다. 인문학을 배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사람은 어떤 상황에 대해 글, 그림, 음악으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다. 사람의 기록을 듣고 읽으면서 타인과 그 시대적 상황을 이해하고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서 인문학이 필요하다.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하다는 건 자기중심적이고 독단적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한 개인이 그렇다면 고집이 세고 자기만 아는 사람일 것이고 이런 사람이 지도자의 위치에 오른다면 독재자가 되어 타인과 사회를 어지럽게 할 것이다.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13일 안동대학교 대학생들과 청년 일자리를 주제로 가진 간담회에서 "공학·자연과학 분야가 취업하기 좋고 일자리를 찾는데 굉장히 필요하다"며 "지금 세상에서 인문학은 그런 (공학·자연과학 같은) 것을 공부하면서 병행해도 된다. 그렇게 많은 학생들이 대학교 4년과 대학원까지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를 생각하면, 윤석열이 얼마나 오만방자하고 안하무인이며 고집불통의 인간인지 알 수 있다. 나는 그의 말을 개에게 미안하지만 개소리로 듣는다. 정치권에서 이런 사람은 한둘이 아닐 것이다. 인문학적 소양이 없는 사람은 지도자 될 자격이 없다. 넓은 인문학적 식견으로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고통을 어루만질 수 있는 지도자가 세워지면 좋겠다.

 

이원영 
노동이 기도요 기도가 노동인 삶을 추구하는
포천 사는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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