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안도 가는데 비는 그쳤을까 바람은 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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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안도 가는데 비는 그쳤을까 바람은 잤을까
  • 장진희
  • 승인 2021.09.11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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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희 시편
사진출처=pixabay.com
사진출처=pixabay.com

소안도 엄매

-장진희

 

배는 떴을까
배 아프다
배 타고 두 발로 뭍에 병원 나왔다
영영 하늘로 돌아가버린
엄매
몇 줌 뼛가루로 집에 가는데

소안도 건너다보이는
정도리 구계등
파도 따라 몽돌 구르는 소리 거칠던데
비 내리던데
바람 불던데

사랑해요
행복하다
안 하던 소리 한다고
저도 휴가 내어
늙은 엄매 밥 해먹이고
살림 사주고
안 하던 짓 해놓고
평생 애증 어린 맏딸년 볼멘소리
아랑곳없이
환하게 웃으며 가셨을까

유복자 외아들 신랑 일찍 저세상 보내고
다섯 새끼 키워 뭍으로 보내고
숙제 같던 홀시어머니
어느덧 동무였나
의기가지였나
시어머니 보내고
휘청 허당이었나
이태만에

낌새도 못 챈 새
느닷없이
홀로 가버린 엄매
딸년 큰 눈에서
회한의 눈물 뚝뚝 떨어지는데

아가, 괜찮다
울지 마라, 아가
집에 가자
집 뒤 언덕에
이제 좀 누울란다

소안도 가는데
비는 그쳤을까
바람은 잤을까
배는 떴을까

 

장진희
돈 안 벌고 안 쓰고 안 움직이고
땅에서 줏어먹고 살고 싶은 사람.
세상에 떠밀려 길 위에 나섰다.
장터로 마을회관으로.
곡성 죽곡 보성강변 마을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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