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닐숨 박춘식
친척 누님이 저를 만나고 싶다 하여,
시냇물 건너 오디 따 먹던 추억과
밤이면 공소에서 함께 만과* 바치던 기억으로
곧장 달려가 두 손을 만져봅니다
아들 하나를 신부(神父) 만들어 뒷바라지하며
원 없이 좋아했다는 누님은 이제 눈이 어둡고
저는 귀가 어둑어둑 더듬거립니다
기도는 어떻게 하는지 여쭈어보면서
- 하늘마마 고마워요 - 하늘마마 사랑해요 -
- 주님주님 감사주님 - 주님주님 용서주님 -
제가 바치는 네 박자 기도를 큼직하게 적어 드리니
껴안고 고마워 또 고마워 말합니다
숨넘어갈 때까지 기도합시다 하니 ‘그리하마’
아기처럼 웃는 모습을 바라보는 저의 심장에서는
북소리가 네 박자로 퉁둥퉁둥 퉁둥퉁둥 울립니다
<출처> 닐숨의 미발표 시(2021년 8월 16일)
* ‘만과’는 저녁기도를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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