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바로 하늘로 들어가는 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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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바로 하늘로 들어가는 문이다
  • 이원영
  • 승인 2021.08.07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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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 칼럼

1987년 1집 앨범인 <사랑하기 때문에>를 남기고 26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사망했지만 대한민국 대중음악계에서 이 앨범의 영향과 가치가 인정받아 대한민국 가요계의 전설로 남아있는 가수이자 작곡가가 있다. 바로 유재하다.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앨범 중에 ‘가리워진 길’이란 노랫말은 아래와 같다.

보일 듯 말 듯 가물거리는/ 안개 속에 쌓인 길
잡힐 듯 말 듯 멀어져 가는/ 무지개와 같은 길
그 어디에서 날 기다리는지/ 둘러보아도 찾을 수 없네
그대여 힘이 되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터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

이리로 가나 저리로 갈까/ 아득하기만 한데
이끌려 가듯 떠나는 이는/ 제 갈 길을 찾았나
손을 흔들며 떠나보낸 뒤/ 외로움만이 나를 감쌀 때
그대여 힘이 되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터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

노랫말 중 ‘그대’라는 대상은 누구를 가리킨다고 생각하는가? 대중가요에서 나오는 ‘그대’라는 대상은 대체로 사랑하는 연인이다. 위의 노래를 그렇게 보아도 무방하다. 하지만 위의 그대를 하느님으로 바꿔서 천천히 읽어보라. 어떤 느낌이 드는가? 진솔한 기도문으로 바뀐다. ‘그대’라는 대상을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대중가요 또는 기도가 된다.

 

위의 노래를 통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성(聖)과 속(俗), 다시 말해 성스럽거나 속된 것의 기준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부르는 노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 한정된 장소나 특정한 물건이 거룩하거나 또는 속된 것인가?

어느 날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이 예수님의 제자 중 몇이 씻지 않은 손으로 떡을 먹는 것을 보고 부정한 행동, 율법을 어기는 행동, 다시 말해서 속되다고 말했다. 이때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히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것, 그것이 사람을 더럽힌다”고 말씀하셨다. 입에서 나오는 것은 그 사람의 생각에서 비롯된다. 즉 노래, 음식, 장소, 물건 중에 성스럽거나 속된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성과 속을 나누는 사람의 생각에 모든 것을 성스럽거나 속되게 한다는 말이다.

성과 속은 우리 생각에 따라 구분되어지지 않는다. 속된 것은 우리의 제한된 인식과 판단일 뿐 모든 것이 거룩하고 모든 곳이 성스러운 장소다. 무엇이 속되다고 터부시할 것이 없으며 무엇이 거룩하다고 우상화할 필요도 없다. 무소부재하신 하느님이 나와 함께 하심을 인식하는 곳이 예배의 장소이며 주님을 초청한 식탁이 성만찬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우리의 마음자세다.

창세기 28장의 벧엘 이야기를 기억할 것이다. 야곱이 에서를 피해 밧단아람으로 도피하던 중 돌을 베게 삼아 잠을 자던 중 하느님을 만나게 된다. 잠에서 깬 야곱은 이렇게 고백한다.

“주님께서 분명히 이곳에 계시는데도, 내가 미처 그것을 몰랐구나.”
“이 얼마나 두려운 곳인가! 이곳은 다름 아닌 하나님의 집이다.”
“여기가 바로 하늘로 들어가는 문이다.”

 

이원영 
노동이 기도요 기도가 노동인 삶을 추구하는
포천 사는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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