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불안한가, 행복한가?
상태바
당신은 불안한가, 행복한가?
  • 이원영
  • 승인 2021.07.25 15: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출처=pixabay.com
사진출처=pixabay.com

일상에서 사람은 무엇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가? 잘 먹고(食), 잘 입고(衣), 잘 살면(住) 행복하다. 한마디로 의식주(衣食住)가 해결될 때 사람은 포만감(食), 따뜻함(衣), 안락함(住)이란 만족으로 행복을 느낀다. 이렇게 볼 때 우리의 행복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다음 세 가지 질문에 답해보라. ①당신은 굶지 않고 생활합니까? ②당신은 헐벗지 않습니까? ③당신은 거주할 곳이 있습니까? 이 질문에 예라고 답한다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다.

그런데 우리 자신에게 다시 질문해 보자. 나는 행복한가? 위의 논증에 따르면 ‘나는 행복하다’라는 결론에 도착해야 하지만 ‘나는 행복하다’라고 명쾌하게 자답하지 못 이유는 무엇인가?

행복(幸福)이란 다행, 운수란 뜻의 행(幸)과 저장, 제사란 뜻의 복(福)가 합쳐진 단어다. 뜻을 풀면 신에게 제사를 드려 탈 없이(요행) 살아가는 모습이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유교의 영향을 받아 복을 오복(五福/ ①수(壽: 장수) ②부(富: 물질적으로 넉넉함) ③강령(康寧: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한 것) ④유호덕(攸好德: 덕을 좋아함/ 성품) ⑤고종명(考終命: 복된 죽음))으로 생각했다. 오복은 하늘의 도움이 아니고는 얻을 수 없기에 행복에 대한 상형문자인 한자적 표현은 적절하다.

수치상으로 과거와 비교해 볼 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평균수명이 늘어났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에 살며, 의학의 도움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물질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행복의 조건이 주어졌음에도 스스로 행복하다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정신적인 문제다. 평안하지 않고 불안하기에 행복하지 못하다.

현대인은 왜 불안한가?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책 <불안>에서 현대인이 겪는 불안의 이유를 다섯 가지로 지적하고 있는데 사랑의 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이다. 사랑의 결핍은 자신이 타인에게 존중, 인정을 받지 못한 상태이다. 이것은 사회적 지위와 직결된다. 속물근성은 가치, 철학, 인격보다 권력, 소유에 집착하는 모습(질보다 양)이다. 기대란 미래는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란 마음상태를 말하는데 이는 욕망과 직결된다. 능력주의란 사회적 성공은 개인의 능력과 직결된다는 생각이다. 불확실성은 나를 둘러싼 모든 상황을 예측할 수 없기에 성공을 보장할 수 없음을 말한다. 보통에 따르면 현대인은 다섯 가지의 원인으로 인해 불안을 느끼고 행복을 빼앗긴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불안으로부터 빼앗긴 행복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행복과 관련된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바로 마테를링크의 ‘파랑새’다. 이 이야기는 크리스마스에 옆집에 들른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요술할멈의 제안으로 병을 고치는 파랑새를 찾아 생각의 나라로 떠나지만 결국 집에서 파랑새를 찾는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파랑새는 행복을 상징한다. 마테를링크는 파랑새를 통해 이미 행복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알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지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알랭 드 보통은 우리의 행복을 빼앗는 불안의 실체에 대해 ‘사회에서 제시한 성공의 이상에 부응하지 못할 위험에 처했으며, 그 결과 존엄을 읽고 존중을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미 행복할 조건을 다 갖고 있으면서도 타인의 시선에 따라다니느라 불안에 떠는 현대인들에게 그는 철학적 사유와 예술적 감수성과 직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공동체적 연대(정치), 영적 추구(그리스도교), 세속적 가치를 역류하는 삶(보헤미아)을 살라고 권한다.

행복을 말하는 영어 Happy(해피)는 우연히 일어나는 사건을 뜻하는 Happen(해픈)에서 왔다. 내가 기대한 바가 일어날 때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진짜 행복은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 내 주변에 함께 하고 있는 것에 대한 깨달음(자각(自覺))과 그에 따른 놀라워하는 감정(경의(驚疑))이다. 그래서인지 찾기 힘든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지만 쉽게 찾을 수 있는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다.

 

이원영 
노동이 기도요 기도가 노동인 삶을 추구하는
포천 사는 농부

 

종이신문 <가톨릭일꾼>(무료) 정기구독 신청하기 
http://www.catholicworker.kr/com/kd.htm

도로시데이영성센터-가톨릭일꾼 후원하기
https://v3.ngocms.co.kr/system/member_signup/join_option_select_03.html?id=hva8204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