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지금 우리 가운데 계신다, 라는 각성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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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은 지금 우리 가운데 계신다, 라는 각성을 위하여
  • 가톨릭일꾼
  • 승인 2021.07.1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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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 칼럼

날이 더워지는 요즘 물을 많이 마시게 된다. 더우니 당연히 차가운 물이 최고다. 물이 아닌 음료로 많이 마시는 것 중 하나는 커피다. 여름에는 많은 사람들이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는다. 커피의 수요가 많음을 알 수 있는 단적인 예는 한 집 건너마다 있는 카페다. 그렇게 많은 카페가 있는데도 유지가 되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커피를 많이 마신다는 단적인 증거일 수 있다.

커피의 유래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의 하나로 6~7세기경에 에티오피아의 칼디라는 목동에 의해서 처음 발견되었다고 한다. 염소들이 열매를 먹고 흥분하여 날뛰는 모습을 본 칼디는 이 열매를 자신도 먹어보게 되었고 이 열매를 먹어보니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칼디는 이슬람 사원의 사제들에게 이를 알렸고 사제들은 커피가 잠을 쫓아서 수양에 도움이 되었기에 커피를 신비의 열매로 여겨 먹었다고 한다. 커피의 효과 중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커피 속에 카페인이라는 각성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도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커피 속에 들어 있는 카페인을 통해 나른한 몸과 정신을 각성시키기 위해서다.

언젠가 산사의 아침을 맞은 경험이 있다. 산사에서 예불을 드리기 전에 범종(梵鐘), 법고(法鼓), 목어(木魚), 운판(雲版)으로 고요함을 깨뜨린다. 절에서 사중사물(寺中四物)로 소리를 내는 이유는 하늘, 땅, 물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들을 각성시켜 불법에 귀의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잠들어 있는 영혼들을 깨우기 위해서 네 가지 악기 소리를 내는 것이다.

교회에서는 예배를 시작함과 동시에 오르간으로 차임을 울린다. 예전에는 종을 쳤고 요즘은 교회마다 전례신학에 따라 다양한 타악기를 쳐서 예배의 시작을 알린다. 이것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우리의 영혼을 각성시키기 위함이다. 그런데 의미를 담지 않은 각성은 '예배가 시작되는구나!'라는 타종소리에 지나지 않다. 타종소리와 함께 믿음의 고백으로 영혼을 각성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각성시켜야 할까?

 

우리는 매순간 숨을 쉬면서도 산소가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않고 숨을 쉰다. 하지만 지금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언어를 통해 산소의 존재를 각성하게 된다. 하느님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신다. 하지만 우리는 하느님의 임재를 깨닫지 못한다. ‘하느님은 지금 우리 가운데 계신다’라는 각성을 통해 재인식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영을 깨워 이렇게 고백해야 합니다.

"지금 하느님께서 이곳에 함께 계신다."
"내 옆에 앉아계시고, 내 앞에서 나와 눈을 마주치고 계신다."

이렇게 예배의 시작을 알리는 징소리와 함께 믿음의 고백으로 우리의 영을 각성시킬 때 예배 속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하느님의 음성을 듣고 하느님의 손을 잡고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예전에 교회에서 성찬을 돕는 자로 참여하였다. 떡과 잔을 나눌 때 나는 예배자들의 눈을 보면서 ‘이것은 주님의 살입니다’, ‘이것은 주님의 피입니다’라고 말했다. 어떤 이는 ‘이게 무슨 말인가?’라고 되묻는 이도 있었고 멋쩍게 ‘네’라고 받는 이고 있고 내 말을 소리없이 따라하는 이도 있었다.

예배 후 어떤 이가 찾아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목사님이 ‘이것은 주님의 살과 피'라고 말씀하신 후 성찬에 집중하게 되었고 주님을 내 몸에 모시게 되었습니다.”

몸이 나른할 때 커피를 통해 각성하듯 우리의 삶이 지치거나 힘들고 권태에 빠질 때 주님의 현존을 각성시키자. ‘지금 주님이 나와 함께 하십니다’라고 입술로 고백해 보자.

"참되게 예배를 드리는 사람들이 영과 진리로 아버지께 예배를 드릴 때가 온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다.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예배를 드리는 사람을 찾으신다. 하느님은 영이시다. 그러므로 하느님께 예배를 드리는 사람은 영과 진리로 예배를 드려야 한다." (요한복음 4,23, 24)

 

이원영 
노동이 기도요 기도가 노동인 삶을 추구하는
포천 사는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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