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푼 자아가 하느님 나라를 잠식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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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푼 자아가 하느님 나라를 잠식하고
  • 최태선
  • 승인 2021.07.1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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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선 칼럼
사진출처=pixabay.com
사진출처=pixabay.com

얼마 전 나는 페친 한 사람을 페삭했다. 나는 이런 일을 정말 하고 싶지 않다. 다른 사람이 내 글에 관심을 보이느냐 안 보이느냐 하는 것은 내게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자신이나 자신의 글에 대한 과도한 집착에서 나온다. 나는 아무런 반응 없이 매일 내 글을 읽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분들은 나나 내 글에 관심이 없는 분들이 아니라 정말 나를 신뢰하는 분들이다. 오히려 좋아요가 아니라 최고에요를 눌러주는 분들은 내 글을 읽지도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어쨌든 나는 이런 것에 반응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내가 그런 것들에 반응한다는 것은 내가 나의 자아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자아가 부풀려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자아에게 집중하고 또 집중하는 존재들이다. 그렇게 자아에 집중할수록 우리는 그리스도와 복음으로부터 멀어진다. 당연히 하느님 나라는 물 건너 갈 수밖에 없다. 하느님 나라는 자기를 부인한 사람들의 나라이다. 자기를 부인했다면서 자아가 부풀어 오른다면 그건 정말 부끄러운 동시에 안타까운 일이다.

복음이 가난한 자에게 전해지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부자가 되면 자아가 커진다. 돈과 권력의 가장 큰 특징은 그것을 가진 자의 자아를 부풀린다는 사실이다. 물론 당사자들은 자신들이 그렇다는 사실을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 자들은 언제나 자신이 겸손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아가 부푼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겸손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그것은 당연하다. 자아가 부푼 사람들은 결코 만족할 수 없다. 모든 것이 자신이 누려야 할 것들에 미달하기 때문이다.

명성교회 41주년 기념 예배의 설교자로 오정현 목사님을 초대했다. 그가 그곳에서 한 설교의 내용을 보았다. 토악질이 난다. 어떻게 하느님의 말씀을 그토록 아전인수로 사용할 수 있는가.

이제 내가 서두에서 말한 사람을 페삭한 이유를 말할 때가 되었다. 내 글의 모든 주제는 ‘하느님 나라 관점으로 바라보는 복음과 세상’이다. 당연히 나는 하느님 나라에 대해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페삭을 한 사람이 내 글을 읽고 하느님 나라에 대해 알게 되면 될수록 하느님 나라는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하느님 나라를 모르는 사람들이 하느님 나라에 대해 알게 되려면 가난해져야 한다. 그래야 복음을 알고 하나님 나라에 대해 비로소 알게 된다. 그런데 가난해지지 않으려는 사람이 하느님 나라에 대해 알게 되면 심령이 가난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의 자아가 부푼다. 그렇게 되면 하느님 나라는 의미를 상실하고 된다. 그것은 이단들이 공동체성을 잠식한 것과 똑같다. 자아가 부푼 사람들이 하느 나라에 대한 지식을 가지면 가질수록 하느님 나라는 잠식된다. 하느님 나라는 보호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을 페삭했다.

오정현과 김삼환과 김하나 목사님들은 바로 이런 사람과 같다. 이들이 복음에 대해 많이 알면 알수록 복음은 잠식된다. 이들이 인용하는 말씀은 절묘하다. 그러나 이들의 그런 적용은 그 절묘한 말씀들을 의미 없는 것으로 만든다. 이것이 바로 복음의 잠식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복음을 전하는 자들이 아니라 복음을 오염시키고 잠식하는 자들이 되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사탄 마귀라고 한다. 씨 에스 루이스가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서 지적했듯이 그들은 사탄의 적이 아니라 동료이자 우군이다.

“저런 사람들은 거짓 사도요 궤휼의 역군이니 자기를 그리스도의 사도로 가장하는 자들이니라. 이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라 사단도 자기를 광명의 천사로 가장하나니 그러므로 사단의 일군들도 자기를 의의 일군으로 가장하는 것이 또한 큰 일이 아니라 저희의 결국은 그 행위대로 되리라.”

돈과 권력은 자아를 부풀린다. 그리고 자아가 부푼 사람들은 결코 자신이 사단의 일군이 되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사람들이 바로 바리새파 사람들이다. 예수님이 왜 그토록 바리새파 사람들을 미워하셨는지 아는가. 자아가 부푼 그들이 실제로는 하나님의 말씀을 왜곡하고 잠식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열정과 실천이 그들의 자아를 부풀렸으나 그들은 그것을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랑으로 여겼다.

결국 자아가 부푼 사람들이 하는 모든 일은 복음을 잠식하고 하느님 나라를 부인하는 일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 오정현 목사님을 보라. 그분은 주일에 교인들과 같은 식사조차 할 수 없다. 하느님 나라는 밥상공동체가 아닌가. 그런데 밥상 자체를 부인하는 자가 되신 것이다. 그리고 부푼 자아에 걸맞게 혼자만을 위한 출장 뷔페를 차릴 수밖에 없다. 그것이 얼마나 참람한 일인지를 결코 인식할 수가 없는 것이다. 자아는 그런 대우조차도 검소한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그렇게 싼 뷔페를 차리게 하는 자신이야말로 가난한 자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이것이 “광명의 천사로 가장” 한다는 것의 의미이고 그렇게 가장하는 자는 말씀대로 사단의 일군이 된다.

누구건 비대해진 자아는 자신을 위험에 빠뜨린다. 이것은 오늘 아침 본 기사의 제목이기도 하다. 그 기사의 내용이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의 심리학자 브레드 부시먼 교수는 30여년에 걸친 공격성 연구 끝에 내린 결론은 '자신이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믿음(종교, 인종, 성별, 성적지향, 정치적 입장, 이데올로기, 학교, 국가 등)이 만악의 근원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믿음의 목록 가장 첫 번째가 종교이다. 소름이 끼친다. 생각해보라. 정말 그렇지 않은가. 김삼환 목사님과 오정현 목사님과 김하나 목사님은 물론이고 부처님 오신 날 절에 가서 찬송가를 부르는 분들과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외치는 분들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은가. 이들의 공통점이 바로 자아가 부푸신 분들이라는 사실이다. 권력과 부와 상관없이 그 반대인 경우도 자아가 부풀어지는 경우가 있다는 말이다. 특히 종교적인 신념의 경우에 그런 경우가 많다. 남의 말을 들을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인용하고 싶은 말씀이 있지만 오늘은 인용을 하지 않는다. 지금 내가 말하는 자아가 부푼 사람들이 하는 일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커지기를 원하고 특별한 대접을 받기 원한다. 그러나 복음은 그리스도인들에게 그 반대를 요구한다. 그리스도인은 누구나 자기를 부인하고 작은 자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하나님 나라의 평등이 이루어지고 하나님의 샬롬이 임한다.

자아가 부푼 사람들에게는 사단이 주는 영광이 화려하게 펼쳐질 것이다. 우리가 명성교회 기념예배에서 보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부러우면 진다는 말은 사실이다. 그 영광이 부러운가. 쉬이 대답하지 말고 자신을 돌아보라. 아니라고 분명하게 대답할 수 없다면 기도하라. 모둔 것을 비우신 주님을 묵상하라.

인간만큼 자아 중독인 동물이 없다. 정말 자신이 나르시스트가 아닌지를 묵상해보라. 자신이 나르시스트가 절대로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백 퍼센트 나르시스트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우월감은 타살행위이고 열등감은 자살행위라는 사실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아무리 잘 알아도 우리는 우월감에서도 열등감에서도 벗어날 수 없다. 우리가 우리의 자아를 부인하지 않으면 그것은 불가능하다.

“나를 따라오려는 사람은,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너라.”

주님은 오늘도 동일한 방식으로 당신의 제자들을 부르신다. 자기를 부인하지 않으면 우리의 자아는 언제든 부풀어 오른다.

당신은 지금 하느님의 일꾼인가. 사단의 일꾼인가.

쉬이 대답하지 말고 당신의 자아를 살피라. 부푼 자아가 보인다면 부푼 자아를 제거하려 하지 말고 자기를 부인하라. 그러면 명성교회와 사랑의교회에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고 돌아설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아직도 한국교회의 명운이 그런 교회들에 달려 있다고 믿는 분들이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최태선
하느님 나라의 시선으로 살아가는 
55년생 개신교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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