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보다 귀한 아이들 기다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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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보다 귀한 아이들 기다리는
  • 장진희
  • 승인 2021.06.08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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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희 시편
사진=장진희
사진=장진희

노랑꽃 핀 솔밭

-장진희 


깨가 듬성듬성 나다 말어부렀어
비 왔능께 깨모 붙이러 밭에 가야 쓰것다
술꾼들 발길도 깨처럼 듬성듬성
술 칠 일 없는 늙은 주모
찔룩짤룩 다리를 끌며
산밑 괭이밭으로 올라간다

굽은 나무만 선산 지킨다고
마을에 그나마 젊은이라고는
알콜중독자 버버리 반봉사

은둔형외톨이는 아닌가
검은 젊은이 하나
니눈백이 검은개 끌고
강가 솔밭 사이를 걷는다
노랑꽃 깔린

바람은 천상 세살배기 어린아이라고
바짓가랑이에 소맷자락에 머리카락에
매달려서 보채며 잡아끈다던 시인도 일찌감치 떠나고
바람보다 귀한 아이들 기다리는
보성강가 대실
노랑꽃 깔린 솔밭
그리움마저 여울물 따라 흘러가버리고

여기가 어디인가
팔십 평생 살아온 대실이
문득 낯설어
늙은 주모는 괭이를 짚고 서서
먼 강 바라본다

 

장진희
돈 안 벌고 안 쓰고 안 움직이고
땅에서 줏어먹고 살고 싶은 사람.
세상에 떠밀려 길 위에 나섰다.
장터로 마을회관으로.
곡성 죽곡 보성강변 마을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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