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의 혼인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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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의 혼인잔치
  • 이선
  • 승인 2021.06.08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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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이신 어머니, 마리아 -11
이선. 400*300mm. 종이에 펜
이선. 400*300mm. 종이에 펜

하늘은 맑고 바람은 잔잔합니다. 카나의 혼인 잔치에 초대받은 오늘 마리아는 아들 예수와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싶습니다.

오랜만의 나들이입니다. 아들 예수와 함께 아름다운 들꽃 길을 한없이 걸어가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하느님 나라를 이루기 위해 예수가 떠나는 날을 기쁘게 받아들일 것입니다.

혼인 잔치의 흥이 무르익을 무렵입니다. 잔치에 풍미를 더해주는 포도주가 떨어져 주인장이 당황하는 모습이 마리아의 눈에 띄었습니다. 마리아는 예수에게 난감해 하는 주인장의 사정을 일러주었습니다. 예수는 마리아의 걱정스런 청을 귀담아들으며 어머니를 바라보았습니다.

“어머니,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요한2,3-5)

신중해야 했습니다.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 나라가 시작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리아도 아들의 깊은 의중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어머니가 아들 예수와 함께 보내는 흥겨운 잔치 아니던가요. 함께 웃으며 음식을 나누는 마지막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운 속내가 울컥울컥 치솟았습니다.

마리아는 하인들에게 다가가 말했습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

예수도 어머니 곁으로 다가와 물독 여섯 개를 가리키며 하인들에게 말했습니다.
“물독에 물을 채워라”(요한 2,7)

하인들이 항아리의 물을 나르자 물은 향 좋은 포도주로 변했습니다. 예수는 마리아에게도 새 포도주를 드렸습니다. 자주빛 포도주가 찰랑거립니다. 마리아는 언제나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는 아들 예수의 속 깊은 사랑을 느끼며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이선 李線 프란치스카
서강미술가회 전시 참여작가
"사랑하는 나의 자녀들아" 하고
부르시는 성모님과 동행하는
펜 그림 작가.
<왜 그토록 사랑했을까>(바른북스, 2019)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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