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일이 없습니다, 그래도 불씨는 꺼지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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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일이 없습니다, 그래도 불씨는 꺼지지 않고
  • 서영남
  • 승인 2021.06.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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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남의 필리핀 민들레국수집 이야기 5
사진=서영남
사진=서영남

2016년 3월에 기가 막힌 일이 벌어졌습니다. 인천교구 주보에 "민들레국수집에 대한 인천교구의 입장"이라는 글이 실렸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이 맞이한 절체절명의 순간이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은 2003년 4월 1일 문을 열었습니다. 평신도도 교회라는 생각에 인천교구 사회복지회에 가입 신청을 했지만 거절 당했습니다.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어느 신부님의 도움으로 2005년에 인천교구 가톨릭 사회복지시설 협의회의 가입시설로 인가를 받았습니다. 2009년에 보건복지부의 도움으로 민들레희망지원센터를 열게 되면서 민들레희망지원센터는 인천교구 사회복지회의 직영시설이 되었고, 민들레국수집과 민들레꿈 공부방 등은 인천교구 사회복지회의 가입시설로 되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은 가입시설로서의 규정과 의무를 성실히 지켰습니다. 2014년 초에 직영시설인 민들레희망지원센터 건물을 교구로 반납하고 인천교구 사회복지회 가입시설에서 탈퇴를 하였습니다. 2014년 3월 이후부터 민들레국수집은 천주교 인천교구의 사회복지 시설이 아닙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이 년이나 지나서 터무니없는 일이 생겼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은 인천교구 사회복지회 가입시설 협의회의 가입시설이었습니다. 가입시설은 인천교구로부터 보조금이나 운영비를 받지 않습니다. 프로그램 공모가 수락되면 그것에 대한 재정보고를 할 뿐입니다. 인천교구 사회복지회 가입시설은 어느 곳도 교구의 재정감사를 받는 곳이 없습니다. 그런데 재정이 어쩌구 하면서 인준을 철회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2014년 3월에 제가 스스로 탈퇴를 했습니다.

정의를 구현한다는 모 신부는 모 교회 신문 기자와 결탁해서 엄청난 누명을 씌웠습니다.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이 문을 닫지 않을 수만 있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후원도 끊어지고 싸늘한 눈초리를 감당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 영향이 필리핀까지 다가왔습니다. 칼로오칸 교구는 넌지시 떠나라고 압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보타스와 말라본의 무료급식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고민을 하다가 재산 문제로 그곳 교구와 다툴 수가 없습니다. 그냥 모든 것을 돌려주고 민들레국수집을 닫기로 했습니다. 장학프로그램만 남겨두고 2017년 초에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2017년 6월에 우리 장학생들에게 나눠 줄 장학금을 준비해서 필리핀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사는 마을 안에 민들레국수집을 열 수 있으려나 알아보았지만 그곳 본당과의 관계 때문에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삼년 동안 함께 지낸 영향으로 우리 아이들 가정은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 예로 필리핀 민들레국수집의 첫번째 상급학교 진학을 한 바론의 가정의 놀라운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바론네 가정은 할머니가 마을 재래시장에서 바나나 좌판을 하면서 집도 없이 거리에서 천막을 치고 손자들과 살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들 장학금과 무이자 소액대출에 힘입어서 시장에 작은 가게를 마련했고 손자들과 같이 살 집도 마련했습니다. 또 죠슬린 할머니의 집안도 사리사리 스토어를 훌륭하게 키워서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미련을 가지지 말고 하느님의 섭리에 맡기고 칼로오칸 교구와 관련이 없는 더 어려운 곳으로 옮겨서 다시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2014년에 필리핀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하면서 외국에서 산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그러면서 인천에 있는 많은 결혼 이민을 온 필리핀 어머니들을 도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해부터 매달 필리핀 결혼이민으로 인천에 사는 필리핀 어머니들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에서 모임을 하고 필리핀 음식을 만들어서 먹고 필요한 생필품을 나누고 어려운 일들은 상담하고 나누는 모임입니다.

그 모임에 나온 필리핀 어머니 중에 로사리아 자매는 딸이 우리 나라에 결혼이민을 왔고,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육아를 돕기 위한 비자를 받아 5년 동안 한국에서 지내면서 민들레 모임에 나온 자매님인데 2017년에 당신의 집인 지엠에이 카비테로 귀국해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로사리아 자매님이 사는 집의 마당을 리모델링해서 민들레국수집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동네에 살고 있는 가난한 집의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 50명을 장학생으로 뽑아서 장학금과 무료급식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작은 문고도 만들고 밥도 먹고 공부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곧바로 마닐라 나보타스의 탱고스 마을에도 조그맣게 민들레국수집을 마련하고 50명의 장학생을 뽑아서 아이들 장학금을 나누면서 무료급식을 할 수 있도록 작은 집을 빌려서 집수리를 시작했습니다.2019년에는 나보타스에 작은 공부방까지 마련해서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작게나마 마련했습니다.

2020년 1월에 지엠에이 카비테 민들레국수집에서 그리 멀지 않는 따알 화산이 터졌습니다. 곧이어 코로나19로 인해서 필리핀은 강력한 봉쇄가 시작되어 무료급식을 중단되었습니다. 지난 성금요일에는 나보타스의 민들레국수집 책임 봉사자 자매가 코로나에 감염되어 사망한 안타까운 일도 생겼습니다.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습니다. 끝.

 

서영남 베드로
민들레국수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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