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민족의 봄과 부활-5.18 광주민중항쟁 41주년을 반추하며
상태바
80년 민족의 봄과 부활-5.18 광주민중항쟁 41주년을 반추하며
  • 박철
  • 승인 2021.05.18 12: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철 칼럼

1980년 5월, 민주화의 봄이라고 일컬어지던 그 때에 광주에서는 우리 역사에서 다시 떠올리기조차 싫은 대 참살극이 벌어졌다. 그 처절한 피의 신음소리가 41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되는 것은 어쩐 일인가? “너의 아우 아벨의 피가 땅에서 나에게 울부짖고 있다.”고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우리는 5.18광주민중항쟁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루가복음 1,46절 이하의 ‘마리아의 노래’에 보면 아래와 같이 기억되고 있다. 이는 마리아가 엘리사벳의 집에 가서 ‘주님의 어머니’라는 인사를 받은 후 부른 노래이다. 태중의 아들이 태어나면 선포될 이 땅의 모습을 찬양한 것이다.

1980년 5월, 민주화의 봄도 이와 같았다. 이는 마치 메시아를 대망하는 이스라엘 민중들의 설렘과 기대감 같은 것이라 생각된다. 당시 이스라엘 민족은 밖으로는 로마제국의 직접, 간접 지배 하에서 폭압적 제도와 무거운 조세의 착취와 폭력, 안으로는 성전을 중심으로 한 부유한 지주계급과 종교적 특권층의 사회, 경제, 문화적 착취와 억압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대다수의 소농민과 노동자들은 빈곤의 골짜기에서 헤매고 있었으며, 부끄러움과 치욕 속에 살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종교적 율례를 지킬 능력이 없거나 교육을 받지 못해 먹고 살기 위해 비천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착취와 폭력 아래서 살아가던 그들은 제2의 출애굽, 메시아의 출현을 대망하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민주화의 봄’을 맞으면서 온 국민은, 이 땅이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이전의 독재정권이 민주정권으로, 불평등한 경제구조는 평등한 관계로 국민의 종이 된 위치에서 공평한 세계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확신을 가장 먼저 실행에 옮긴 사람들은 학생들이었다.

이들의 주장은 ① 계엄해제 ② 유신잔재 청산 ③ 노동악법 철폐 ④ 농민 생존권 보장 ⑤ 정보공작정치 철폐 등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성서적으로는 교만한 자의 마음을 흩어버리는 것이며, 권세 있는 자를 자리에서 내치고, 묶인 자에게 해방을 알리고, 눈 먼 자들을 보게 하고, 주님의 해방의 해를 선포하는 구체적인 시도였다.

이러한 행위를 권력자들은 국가안보에 절대적인 위협을 끼치는 내란행위, 이적행위라고 불렀고,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무관심, 몰역사, 침묵을 국민화합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의 신앙고백사적 사건인 출애굽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하느님이 개입하여 평등, 자유, 평화 등을 약속하신 계약은 권력을 가진 자들에겐 소요의 여지로 보이지만, 이 계약을 원하는 자들에겐 희망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집트의 압제 밑에서 이스라엘은 보이지 않는 미래를 향해 발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이것이 바로에게는 폭동, 국가안보의 위기라고 느껴졌던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민족에게는 해방과 평등, 자유를 향한 위대한 행진이었다. 헤로데 왕은 박사들에게 속은 것을 알고 몹시 화가 났다. 그래서 박사들이 알아본 때를 추정하여 베들레헴과 그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를 모조리 죽였다. 이리하여 예언자 예레미야를 시켜 “라마에서 들려오는 소리, 울부짖고 애통하는 소리, 자식을 잃고 우는 라헬, 위로마저 마다하는구나” 하신 말씀이 이루어졌다.

광주에서는 민주화와 통일을 갈망하는 민중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가고 이에 예수의 탄생, 메시아의 출현에 큰 불안을 느낀 헤로데처럼 당시의 권력욕을 가진 자들은 불안의 근원을 없애려고 안간힘을 썼다. 마침내는 참담한 동족 학살극을 벌이게 되었다. 당시 이스라엘 민족은 로마의 하수인이었던 헤로데가 통치하고 있었다. 유다는 로마의 주변국가로서 경제적 착취와 과다한 강제적 징수가 다반사였다. 친 로마파인 지도자들은 민중을 착취하는 일에 앞장섰다. 대규모의 학살을 즐겼다.

로마는 군사적 경제적으로 막강하였다. 정치적 지배와 조정은 주로 분봉왕, 대지주, 귀족 등 사회 귀족계층에 의해서 자행되었다. 당시 유다의 지배는 분봉왕 헤로데 안티파스, 대지주들은 산헤드린 의회를 중심으로 한 귀족, 대제사장을 위시한 종교지도자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었다.

그들은 로마의 이익과 긴밀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 이해에 따라서 민중을 서슴없이 착취, 억압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민중은 정치적 흐름에서 배제되고 억눌려 있어야 했다. 종교적 율법과 성전에 대한 의무나 로마제국의 세금과 사회적 멸시로 괴로움을 당하고 있었다.

지배 권력의 입장에서 이러한 민중들의 동향은 매우 위험한 것인데, 이제 그 희망을 충족시킬 그리스도, 유대인의 왕이 나신다는 말은 헤로데에게는 충격적인 소식이었고, 그의 배후 세력이자 후원 세력인 로마에게조차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헤로데는 민중들의 의식화를 막으려고 했고, 그 근원을 없애야만 했다. 그러나 그는 메시아가 어디에서 태어날지 몰랐다. 따라서 그는 대학살을 감행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마저 쉬운 것은 아니었다.

첫째, 이스라엘 백성들의 반발이 두려웠다. 언제 반기를 들지 모르는 일이었다. 둘째, 로마가 이를 승인하느냐 하는 문제이다. 최소한 로마제국의 묵인이 필요했고 실제로는 반란이 일어나지 못하게 막는 진압작전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처럼 헤로데는 로마제국의 비호와 협조 아래, 베들레헴 일대의 두 살 이하의 어린이를 모두 죽였다.

도망가는 시민을 쫓아가서 죽이고, 노약자와 여자들에게 무차별 살상을 서슴지 않았다. 사람을 때려서 죽이고, 대검으로 찔러 죽이고, 저항하지 않는 자들도 죽이는 대담성을 보였다. 이는 단순히 군부통치자들의 결정으로만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의 국군 작전 지휘권(통수권)이 미국에 있는 이상, 최소한 묵계나, 동의 선상에서 이루어졌거나 사후승인으로 이루어진 일이었다.

소위 ‘안보’와 ‘양국의 이해’를 기반으로 이루어진 일이다. 광주민중항쟁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같이 생각되어야 할 만큼 중요한 사건이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대속의 의미와 부활의 준비로서의 고난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 죽음은 단순한 대속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회개의 촉구를 의미한다. 회개란 뉘우침과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삶의 전면적인 변화, 즉 거듭남을 의미한다. 광주의 피는 우리 민족의 대속이자 회개의 촉구이다.

회개는 새로운 삶, 즉 새로운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다. 새로운 역사건설을 위한 하느님의 사역에 동참하라는 행동을 위한 명령인 것이다. 그래서 예수는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마가 8:34)고 말하고 있다. 이제 광주는 우리에게 새로운 역사의 지평에 서슴지 말고 자신을 던져 자기가 져야 할 십자가를 지라고 우리를 부르고 있다.

5.18광주민중항쟁의 길은 고난의 길이었다. 그리스도께서 정치범으로 십자가형을 받았던 것처럼 광주민중들의 피의 행진은 권력욕을 가진 불의한 세력에 의해서 “폭도들의 비이성적인 행동”으로 매도되어 죄 없는 어린 양처럼 살육을 당하였다. 이 민족의 십자가를 진 것이다.

그리스도의 고난은 죽음과 죄의 권세, 악의 세력에 대한 승리의 예고편이다. 성서는 “우리가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하는 것을 기뻐하라”(1베드 4,13)고 하였다. 왜냐하면 이 고난은 그리스도와 함께 승리하는 희망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은 승리하지 않았다. 지금은 단지 부활의 가능성을 볼 따름이다.

죽음의 권세가, 악의 세력이 우리를 이길 수 없음을 느끼며, 악마가 부여하는 모든 특권을 포기하고 개인의 욕구를 벗어버리고 “사탄아 물러가라!”고 힘 있게 외치는, 온몸으로 소리치는 예수를 따라 고난 속으로 십자가를 들쳐 업고 걸어야 하는 고난의 여정이 남아 있을 뿐이다.

보리노라는 신학자는 이런 말을 했다.

“오늘 우리에게 그리스도는 누구인가?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자는, 오늘 우리와 함께 계시는 그리스도를 느끼지 못하거나, 거센 이기주의의 풍랑과 세파에 자신의 몸을 맡기고 있는 자이다.”

박철
탈핵부산시민연대 상임대표
샘터교회 원로목사

 

 

 

 

도로시데이영성센터-가톨릭일꾼 후원하기
https://v3.ngocms.co.kr/system/member_signup/join_option_select_03.html?id=hva82041

종이신문 <가톨릭일꾼>(무료) 정기구독 신청하기 
http://www.catholicworker.kr/com/kd.html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