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여 있는 에밀레종
-장진희
나를 울게 해다오
울려퍼지게 해다오
종소리 하늘에 닿게 해다오
가물어 말라비틀어지는 세상에
비를 내리라 고하려니
배고픈 이 섧고
배부른 이 배 터지는 세상에
비처럼 고루 쏟아지라 고하려니
총칼로 죽인, 죽이는 자들
원한으로 부릅뜬 두눈
눈물처럼 내려 씻기려니
이 당목의 쇠사슬을 풀어다오
오래 전에도
침략자들은 종소리부터 묶어
파묻고 부수었단다
저항의 소리 널리 퍼질까 봐
정의의 붉은 소리 번져 나갈까 봐
때로는 총칼로
때로는 먹이 같은 돈으로
을러대는 음산한 소리
독가스처럼 퍼질 때
어진 사람들
산과 나무와 꽃
파도와 바람과 구름
십리 밖 백리 밖 삼천리 밖까지
결 고운 숨으로 스미리니
아침 저녁으로 울려퍼지리니
그렇게 세상에 나왔거늘
소리도 없는 종
수만 근 쇳덩이가 무슨 보물이랴
향로 받쳐들고
이 소리 하늘로 실어나를
하늘 사람과 꽃과 바람과 구름은
지금도 기다리고 있다
이 당목의 쇠사슬을 풀어라
설운 이
배고픈 이
죽는 이
기쁜 이
춤추는 이
노래하는 이
숨결에
신령이 스미도록
나를 울게 해다오
종소리로
울다 죽게 해다오
*정말로
저 종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저렇게 주야장창 묶어두는 것보다
날을 정해서 혹은 하루 한번이라도 종소리가 울려퍼지게 하는 것이 후손의 도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장진희
돈 안 벌고 안 쓰고 안 움직이고
땅에서 줏어먹고 살고 싶은 사람.
세상에 떠밀려 길 위에 나섰다.
장터로 마을회관으로.
곡성 죽곡 보성강변 마을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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