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간의 삶에 대하여 얼마나 아는 것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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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간의 삶에 대하여 얼마나 아는 것이 없는가
  • 마크 H. 엘리스
  • 승인 2021.05.1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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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일꾼공동체에서 보낸 1년-2월 12-14일

2월 12일

크리스틴은 61살이다. 그는 몸집이 큰 여인이고 나이에 비해 동작이 빠르고 긴 검은 머리의 중서부 억양을 지닌 사람이다. 그는 지난 1년간 3층의 큰 방에서 지냈다. 마리아와의 논쟁은 길고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마리아는 수집가였다. 큰 커텐으로 막은 그의 방은 길에서 모아 온 물건들로 산더미다. 다른 한편으로 크리스틴은 너무나 단정하게 그가 있는 주변을 정리해 놓는다. 크리스틴에게 마리아는 더럽고 정신이 없는 여자이다. 그리고 항상 둘 사이에는 언쟁이 끊이질 않는다. 싸움은 3층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1층에서도 계속된다.

더 날쌔고 기운이 많은 크리스틴은 오후에 집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을 자신의 지지세력으로 확보한다. 오후 4시쯤 마리아가 저녁을 먹기 위해 내려오면, 빵을 손가락으로 찔러보고 스토브에 무엇이 놓여있는가 살펴본다. 크리스틴과 그의 지지자들은 고양이처럼 수근대기 시작한다. 마리아가 식탁에 슬그머니 앉아 그 버릇을 하기 시작하면 욕설을 퍼부어대거나 나에게 와서 마리아가 음식을 손으로 만지지 못하게 하라고 말한다. 이쯤되면 매일 이집안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정경과 시끄러운 소리들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는 정말로 자질구레한 일들이 많다. 크리스틴이 밖에서 돈을 받지만 자기가 묶고 있는 가톨릭 일꾼 공동체에는 한푼도 내놓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는 돈을 거의 쓰지 않고 모으기만 한다. 하긴 이틀마다 크리스틴은 일꾼 신문 30부를 유니온 광장에 갖고 나가 판다. 얼마나 받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확실히 1센트에 팔지는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것과 함께 그는 집 기금에서 하루밤에 50센트씩 달라고 요구한다.

집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필요한 사람들을 돕기 위하여 하루밤 5달라씩 배당된다. 그리고 크리스틴에게 50센트식 주는 것이 이제는 이 집의 전통이 되어 버렸다. 내가 집당번 일 때 크리스틴은 75센트를 요구하였다. 왜 값을 올리냐고 물었다. 그리고 지갑을 열어보니 35센트밖에 남지 않았다. 전날밤 재워달라고 온 사람에게 준 것이다. 나는 크리스틴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며 상황을 설명했고 35센트를 주었다. 그는 화가 나서 내 손안의 35센트를 재빨리 나꿔챘다. 크리스틴은 나를 놀리기 시작했다. “이 싸구려 놈아 … 백정의 더러운 자식아 … 이 젊은 놈팽이야 넌 너를 누구라고 생각하니?” 나는 그녀에게 돌아섰으나 계속 나를 따라다니면서 나의 지성과 도덕, 사람됨을 비난한다.

오늘까지도 전쟁은 계속되었다. 크리스틴은 하루종일 나에 대한 “진실”을 사람들에게 떠들어댄다. 잠시도 가만있지 못한다. 저녁을 먹으려고 갈 때에도 따라와 주변을 맴돈다. 나를 저주하고 책에 있는 온갖 욕설을 다 퍼붓는다. 전에 내 편이었던 사람들도 그에게 합류하여 합창을 해댄다. 저녁을 다 먹지도 못한 채 난 밖으로 나갔다. 우리는 동전 몇 푼 갖고 실갱이를 하고 있지만 갈등은 훨씬 더 깊은 것이다. 긴급할 때 쓰라고 우리는 매일 밤 5달라씩 배당을 받는다. 또 어떤 사람이 문가에 와서 도와 달라고 하면 무엇이라 말할까? “미안합니다. 크리스틴이 75센트가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2월 13일

오늘도 마찬가지다. 크리스틴이 나를 혼자 내버려두지 않는다. 봉사자들은 나에게 동조한다. 크리스틴은 매일밤 50센트를 가질 수 있으나 더 이상은 아니라고 한다. 어떤 사람이 더 도움을 필요로 한다면 돈을 그 사람에게 주어야 한다고. 그러나 원칙으론 봉사자들이 나에게 동의해도, 크리스틴이 요구하면 그 돈을 그에게 준다. 나에게 이건 정의의 문제이다. 집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한 푼도 받지 않는데 오로지 크리스틴만이 시끄럽고 위협한다고 해서 돈을 주는 것이다. 왜 우리는 한결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지 않는가? 버릇은 점점 더 나빠지고 집안의 긴장은 이제 극에 달했다. 나는 샤론에게 봉사자들한테서 구체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면 집 당번을 결코 맡을 수 없다고 말했다.

5층에 있는 내 침대로 올라 가면서 난 말할 수 없이 비참했다. 벽은 온통 칙칙한 갈색이었고 페인트는 벗겨지고 있었다. 매층에 있는 문들은 결코 바뀔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 아무것도 움직이거나 달라질 수가 없었다. 2층에는 사람들이 잔뜩 모여 신문을 접고 주소를 붙이고 있었다. 똑같은 사람들이 매일 똑같은 토론과 논쟁을 하고 있다. 3층위에 크리스틴과 마리아가 있었고 계속되는 드라마 속에 서너명이 조연 역할을 하고 있다. 4층에는 이 집에 영구히 거주하는 남자들, 기숙사에서 자고 있는 늙은 남자들, 밤에 자다가 침대에서 죽을 수도 있는 외로운 남자들이 있다. 5층에는 나의 방이, 조금 나아 보이는 침대가 있다. 자질구레하게 수근거리고, 정리되어 있지 않은 침대들, 벽에 걸려 있는 열쇠들 그러나 잠글 수 없는 열쇠들이 보인다.

5층에 올라가 문을 열기도 전에 이미 난 그 안의 정경을 알고 있다. 문을 열었다. 피터는 그의 시를 타자 치고 있을 것이고, 돈은 자고 있을 것이다. 로버트는 취해 있을 테고 신문을 읽으며 욕을 해댈 것이다. 그리고 새로 온 친구 마이크는 옷을 반쯤 벗은 채 머리에는 이가 득실거리고 침대에 누워 벽을 응시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방에 들어섰을 때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다. 피터만이 잠시 멈추고 있다가 타자기 안의 종이를 응시하면서 나에게 사랑스런 어조로 물었다, “어떻게 되가나 이 귀염둥이야?”

살고 일하고 먹는 것이 이곳에 사는 전부이다. 처음 몇 달 동안 이 집에서 사는 것은 기본적인 부분이다. 이런 생활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일꾼공동체 생활의 다른 부분도 따라갈 수가 없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방인으로 비쳐지고 도대체 이 집에서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처음 5개월이 지나면 공간을 좀 얻기 위하여 아파트를 얻어 나가는 것이 중요한다. 당신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어떤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감옥에 갇힌 죄인처럼 느껴질 것이다. 마가렛이 한 빌딩안에 있는 방에 대하여(전에 음악학교였던) 말한 적이 있다. 일꾼 공동체가 후에 버림받은 여성들을 위하여 사용하려고 하는 집이다. 마가렛에게 좀 더 알아봐야겠다.

2일 14일

지난 며칠을 생각해 보다가 나 자신의 판단과 주장에 한 대 얻어맞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크리스틴에게 공평했는가? 숨겨둔 돈이 그에게 있는가? 누가 알겠는가? 난 그점이 마음에 걸렸다. 그는 내가 여기 있을 필요를 느끼는 것처럼 이곳에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에 나오는 아름다운 구절이 생각났다. “우리는 인간의 삶에 대하여 얼마나 아는 것이 없는가 - 우리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우리가 하는 행동에 의하여 자신을 판단한다는 것은 꿈에 의하여 판단하는 것처럼 얼마나 하잘 것 없는 노릇인가” 나는 크리스틴을 잘 모르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그를 판단한 것이다.

 

마크 H. 엘리스 / <피터 모린; 20세기에 살다 간 예언자>의 저자. 엘리스는 미국 텍사스 베일러 대학에서 유다학연구센터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유다학을 가르치다 은퇴하였다. 그는 스무 권 이상의 책을 쓰고 편집했다. 그의 대표작은 <해방의 유다신학>, <거룩하지 않은 동맹>, <우리시대의 종교와 포악성>, <예언의 미래: 고대 이스라엘 지혜의 재현> 등이 있다. 그는 유대인이면서도 유대극우주의의 강력한 비판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스라엘의 미래를 팔레스티나와의 평화로운 연대에서 찾고 있다. 최근에는 <불타는 아이들: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유대적 관점>(2014), <추방과 예언: 새로운 디아스포라의 이미지>(2015)를 저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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