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존경한다고 말하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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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존경한다고 말하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
  • 최태선
  • 승인 2021.04.20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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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선 칼럼

가끔씩 내 글을 읽고 만나자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교회에 대한 소망이 있다. 이 어두운 시대에 참된 교회는 절실하다. 그래서 나는 드리던 예배까지 멈추었다. 기존의 교회의 틀에는 복음이 담길 수 없다. 다시 말해 오늘날 제도권 교회는 이미 복음과는 관련이 없는 곳이 아니라 복음을 부인하는 곳이 되었다. 그래서 새로운 교회,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향해 가는 중이며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교회를 세우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만나자는 사람들을 만난다. 물론 꼭 그 사람들이 나와 교회를 이루게 되기를 바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교만한 생각인지 모르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내가 그동안 배우고 알게 된 진정한 교회를 소개하고 그 사람들도 나처럼 그런 교회를 향해 나아가기를 바란다. 물론 나와 함께 교회를 이루게 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절대로 나와 함께 해야만 그런 교회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주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 가운데 나에게 다가오면서 나를 존경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그런 말을 듣고 기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런 말을 면전에서 들으면 매우 불편하다. 내게도 아시시의 프란치스코와 같이 제자들이 있다면 제자들을 불러 하루 종일 내게 욕을 하라고 했을 것이다. 어쨌든 나는 그런 말을 들으면 내 귀를 씻어낸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오래 가지 않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관계가 단절된다. 그냥 관계가 단절되면 그나마 다행이다. 더 많은 경우에 그런 사람들은 만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그런 관계가 된다. 나는 그렇게 되는 것이 정말 싫다. 나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사람들이 복음의 이해 차이 때문에 관계가 단절되는 것이 너무도 안타깝다. 그것은 결국 그 사람과 나 가운데 한 사람이 성령의 이끌림을 받지 못하고 성령 안에 있지 않음을 드러내는 일이 아닌가. 나는 상대방이 그렇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얼마든지 내가 그럴 수 있다. 그래서 여간 나를 괴롭히는 경우가 아니면 내 편에서 먼저 상대방을 단절하지 않는다. 사실 그럴 필요도 없다. 잠시 지나면 상대방이 나를 단절한다. 폐절 정도가 아니라 접근금지 조치까지 내리는 사람까지 있다.

 

사진출처=pixabay.com
사진출처=pixabay.com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왜 나를 존경한다고 다가왔던 사람들이 관계를 단절하게 되는가. 나는 나의 부족을 먼저 생각한다. 내가 교만하고 내가 독불장군이기 때문이 아닌가를 늘 성찰한다. 하지만 무척 아픈 일이다. 내 마음 속에도 상대방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쨌든 나는 그런 결과를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는 것을 조심 또 조심하게 되었다.

결국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면 아예 그런 일을 겪지 않을 수 있다. 사실 그래서 내 삶이 어렵다. 나는 목사가 되었다. 그것도 복음대로 살려는 목사가 되고자 한다. 그래서 복음대로 살 수 있는 모판이 되는 성령공동체를 꿈꾼다. 사람을 만나지 않고 그런 일이 일어날 수는 없다. 그런데 그것이 선순환이 아니라 악순환이 되고 마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도 과정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정말 조심해야 하는 존재이다. 언제 돌아설지 모르는 존재가 아닌가. 그러나 그런 사람과 영원을 도모하라는 것이 복음의 내용이다. 그러니까 어쩔 수 없다. 만남이 없는 교회는 없다. 코로나는 더욱 그것을 채근한다. 사람의 만남은 어차피 찌름이다. 키에르케고르가 말한 고슴도치의 비유는 그래서 실감이 난다. 서로의 찌름을 이겨내야 굳은살이 박이고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그래서 주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셔야 했다. 유대인들이 아무리 자신들에게 그 책임을 돌리라고 했지만 주님은 유대인들에게도 다가가신다.

사실 사람의 면전에서 혹은 글로라도 다른 사람을 존경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존경은 함부로 입에 담을 수 있는 말이 아니다. 하느님 이외의 사람에게 존경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늘 지나치기 마련이다. 멀리서 혹은 그 사람이 죽은 후에 사용하는 것이 존경이라는 단어의 올바른 사용법이다.

이제 나는 나를 존경한다고 말하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것은 다만 쉽게 판단하고 경박하다는 증거 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에게 존경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나를 떠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 사람이 내지를 이유에 대비해야 한다. 그것이 그리스도 안에서의 만남을 이루고자 하는 나를 보호하는 것이다.

나도 나를 보호해야 한다. 나도 상대방을 내지르는 방식이 아니라 상대방이 내지르는 공격을 덤덤히 이겨낼 수 있는 인내심을 길러야 한다. 그리스도를 만나면 모든 관계가 회복된다. 그 중 첫 번째가 자기 자신과의 관계 회복이다. 나는 먼저 나를 사랑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이미 인간은 누구나 자기 자신을 극도로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르게 사랑해야 한다. 자신을 극도로 혐오하는 것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한 걸음 물러나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바르게 유지할 수 있다. 그렇게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자기와의 관계를 바르게 유지하고 바르게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나는 그리스도인들의 만남이 서로에게 거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말의 의미는 칭찬만을 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방이 스스로 자신의 잘못된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거울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조언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만남이다.

나는 함석헌 선생의 시,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를 좋아한다. 먼 길을 떠나면서 처자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갖고 싶고,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 반대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더더욱 그런 관계가 그리운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면 반드시 그런 만남, 그런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아직은 그것이 그냥 당위로 내 머릿속에만 존재한다. 어쩌면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가능은 내가 좋아하는 목표가 아니던가. 그래서 나는 그런 만남과 그런 관계를 지향하지 않을 수 없다.

온 세상의 찬성보다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니’라는 말 한 마디를 감내하지 못한다. 특히 존경한다는 말을 쉬이 하는 사람은 결코 자신의 ‘아니’를 견디지 못한다. 여기서 나는 왜 상대방이 나를 존경한다고 말했는지 그 이유를 발견하게 된다. 그는 나에게 패거리문화를 종용하는 것이다. 내가 너를 존경한다고 했으니 너도 내게 존경한다는 말을 해달라고 거래를 하자는 것이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만남을 지향한다. ‘예’인 것은 ‘예’라고 하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관계가 그런 관계이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결코 패거리문화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잘 생각해보라. 자신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지, 그래서 나에게 칭찬만을 해줄 사람을 찾고 있지는 않은지를.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적어도 이런 그 사람이 아니라면 존경한다는 말을 함부로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런 믿음과 신뢰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에게서 ‘아니’라는 말을 듣는 것이 행복할 것이다.

성철 스님이 생각난다. 그분은 욕쟁이셨다. 그것도 쌍욕을 퍼부었다. 수십 년 수행을 한 분 같지 않다. 그런 그분이 왜 그러셨을까. 상대방을 시험한 것이다. 그 욕을 듣고 뒤돌아설 사람이라면 안 만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안 것이다. 새삼 그분이 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짜고짜 쌍욕을 할 수 있는 그분의 수행이 새삼 존경스럽다.

 

최태선
하느님 나라의 시선으로 살아가는 
55년생 개신교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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