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 데이에게 배운 여덟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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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 데이에게 배운 여덟 가지
  • 짐 포리스트
  • 승인 2021.04.12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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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 데이는 제일 먼저 ‘기도에서 시작되는 정의’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나는 수도원에서도 도로시 데이(Dorothy Day)만큼 기도하는 사람을 잘 보지 못했습니다. 나는 그녀를 생각할 때마다 성찬례를 위해 그녀가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녀는 이미 죽은 이들과 살아있는 사람들의 긴 목록을 들여다보면서 기도를 바치곤 했습니다. 그녀는 매일미사를 드리고, 항시 묵주를 놓치지 않았으며, 토요일 저녁마다 고해성사를 바치러 성당에 갑니다.

도로시 데이의 삶에 영감을 준 것은 무엇일까요? 그녀의 깊은 인내심과 용기, 그리고 다른 이들에 대한 철저한 사랑을 이해하려면, 우리는 먼저 도로시 데이의 영적 삶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녀는 “우리는 배고픈 사람들을 먹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노숙인들을 보호하고 그들에게 옷을 주려고 노력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강한 믿음입니다. 우리는 무슨 일을 하든지 기도 안에서 실행합니다. 가톨릭일꾼운동을 알고 싶은 사람들이 만약 우리의 기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우리 운동의 핵심을 놓칠 것입니다.”

둘째, 도로시 데이는 사회적 불평등과 정의의 문제를 정부나 자선단체, 교회기관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아주 새로운 사회질서를 설계하는 급진적인 운동에 맡기지 않습니다. 사회정의는 구체적인 당신과 나를 위해 필요합니다. 예수님은 “사랑으로 기부하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정의로운 사회를 계획하는 너에게 복이 있다.”고도 말하지 않습니다. 그분은 “세상이 창조된 이래 당신을 위해 준비된 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제가 배고플 때, 당신이 저를 먹여 주었기 때문입니다.” 하고 말합니다.

도로시 데이가 행하는 자비의 일을 통해 정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자비의 일은 단순히 주님께서 그리스도인들에게 맡긴 의무가 아닙니다. 도로시 데이는 “우리는 자비의 일을 통해 그분을 축복하려고 여기에 있습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셋째,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급진적인 일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그리스도의 얼굴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편안하게 함께 머물 수 있는 사람뿐 아니라, 항시 우리를 긴장시키고 놀라게 하거나, 심지어 우리를 두렵게 하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그리스도를 발견해야 합니다. 도로시 데이는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서 그리스도의 얼굴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은 참으로 무신론자”라고 말했습니다.

도로시 데이는 어떤 점에서 전통적인 가톨릭 신앙인이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성체성사 안에 계시고, 또한 궁핍한 사람들과 함께 계신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도로시 데이는 우리를 핍박하는 원수들조차 그리스도의 자비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구조를 기다리는 가난한 사람들뿐 아니라, 원수들을 위해서도 기도해야 합니다.

넷째, 아름다움은 단지 부유한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언젠가 가톨릭일꾼의 환대의 집에 어느 귀부인이 찾아와 도로시 데이에게 다이아몬드 반지를 주고 갔습니다. 기부한 것이지요. 도로시는 그녀에게 고맙다고 전하며 반지를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얼마 후 환대의 집에 단골로 찾아오던 노파가 들어왔습니다. 도로시는 주머니에서 다이아몬드 반지를 꺼내 그 여자에게 주었습니다. 그러자 봉사자 가운데 한 사람이 달려와 도로시에게 물었습니다. “우리가 그 반지를 다이아몬드 거래소에 갖고가서 팔아 그 돈으로 그 여인의 1년 집세를 지불해 주었으면 더 좋았을까요?” 도로시 데이는 “그 여인에게도 나름대로 인간이 지닌 품위가 있습니다. 그 여인이 그 반지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됩니다. 반지를 팔아 임대료를 내든, 바하마로 여행을 가든 그 여인 마음대로입니다. 어쩌면 그 여인은 다이아몬드 반지를 준 귀부인처럼 자기 손가락에 그 반지를 끼고 즐길 수도 있겠죠. 하느님은 부자를 위해서만 다이아몬드를 창조하지 않으셨습니다.”

다섯째, 도로시 데이는 복음서에서 말하는 ‘온유한 사람’이 항시 고분고분 부드럽게 말하고 굴종적인 삶을 받아들이는 사람을 뜻하는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신앙인이라도 겸손한 어조를 말할 때가 있으면 분노를 터뜨릴 때도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누군가 “좀 더 예의 바르고 절제하며 말하라.”고 조언했을 때, 도로시 데이는 “나는 당신이 평생 동안 견디어 온 것보다 더 많이 성질을 죽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도로시는 “세상이 이리 된 것은 우리가 더럽고 썩어빠진 사회 시스템을 상냥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도로시는 개인적 친절함과 사회적 공분을 구분하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여섯째, 도로시 데이는 ‘작은 길’을 선택하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작은 길의 영성’은 리지외의 소화 데레사에게서 배운 것입니다. 정말 중요한 변화는 워싱턴이나 뉴욕 월스트리트가 아니라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고립된 방식으로 행하는 극적 제스처나 서명용지나 청원서가 아니라 일상적인 행동, 내가 매순간 살아가는 방식,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 내가 알아차린 것들, 내가 반응하는 것들, 나의 직접적인 관심사라고 말합니다. 그러니, 세상에 대하여 내가 지금 어떻게 응답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도로시 데이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종이봉투를 접는 일, 집 청소, 하루 종일 방문하는 수많은 방문객을 만나고, 전화를 받고, 인내심을 유지하고, 현명하게 행동하는 이 모든 일에서 의미를 찾아나가는 것이 평화의 일이며 종종 아주 ‘작은 길’처럼 보입니다. 이것은 연못에 던져진 조약돌이 사방으로 물결을 일으키는 방법입니다. 우리의 생각과 말, 행동 하나 하나가 그렇습니다.”

도로시 데이는 이른바 ‘그리스도의 기술’을 연습하려고 했습니다. 만약 그리스도라면 이럴 때 어떻게 처신했을까, 하고 말입니다. 이런 기술은 황제와 고위관리뿐 아니라 가난한 노숙인들과 농부, 병자들과 심한 압박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때도 꼭 필요했습니다.

일곱째, 도로시 데이는 교회를 사랑하고 동시에 교회가 잘못하면 그걸 솔직하게 이야기하라고 가르쳤습니다. 도로시는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못 박히신 십자가”라고 여러 번 말했습니다. 교회가 부자와 권력자의 편을 들거나, 약자를 잊어버리거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선’의 부스러기를 던지거나, 사치스럽게 사는 주교를 보았을 때, 도로시 데이는 그리스도가 모욕을 당하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도로시 데이는 “교회는 공무원과 관료들의 소유가 아니라, 모든 사람, 특히 가장 겸손한 남녀와 어린이의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동시에 나는 그녀를 통해, 교회가 안고 있는 명백한 문제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교회의 사명에 주의를 기울이는 법을 배웠습니다. 교회개혁을 위해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소비함으로써, 교회가 행할 자비행을 소홀히 하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우리는 교회에서 동료 신자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판단하기 위해 교회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온 마음을 다해 복음대로 생활하고 교회가 제공하는 성찬례와 다른 모든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여기에 있습니다. 도로시는 로버트 콜스에게 “나는 교회를 정화하기 위해 가톨릭 신자가 된 것이 아닙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교회개혁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먼저 복음대로 사는 것입니다. 내가 행동하지 못하는 이유를 성직자들과 교회제도에서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도로시 데이는 우리가 ‘그리스도를 따르기 위해’ 여기에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우리는 교황이나 대통령이나 성인들이나, 심지어 도로시 데이를 따르기 위해 여기에 모인 것은 아닙니다. 복음서에서는 최후의 심판을 말할 때, 신자인지 아닌지, 신학적으로 옳은지 그른지가 아니라 우리들이 행한 자비에 대해 묻습니다. 우리는 가톨릭신자라는 회원카드가 아니라, 우리 몸을 통해 하느님의 자비를 다른 이들에게 얼마나 전했는지에 따라서 심판받을 것입니다. 도로시 데이는 십자가의 성 요한을 인용하며 “잣대는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도로시는 매일같이 십자가의 길을 걸었습니다. 도로시 데이는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우리에게 오는 모든 사람 안에서 그리스도를 보고, 문자 그대로 복음을 따르려고 노력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Ω

[출처] <U.S.Catholic> 1995년 7월 1일자 기사

*이 글은 종이신문 <가톨릭일꾼> 2021년 봄호에 실렸습니다. 

짐 포리스트 미국의 Orbis사에서 발행하고 Gracewing / Fowler Wright Books사가 영국에 보급한 토마스 머튼의 전기인 Living With Wisdom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이밖에 그의 저서로는 도로시 데이의 전기인 Love is the Measure(Orbis사)와 Religion in the New Russia, Pilgrim to the Russian Church, Making Friends of Enemies(Crossroads 사) 및 어린이용 서적 몇 권, 그리고 가장 최근의 The Whale's Tale(Hunt & Thorpe 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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