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민들레국수집 이야기
상태바
필리핀 민들레국수집 이야기
  • 서영남
  • 승인 2021.04.03 13: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필리핀 민들레국수집 이야기
사진=서영남
사진=서영남

지난 3월 29일부터 4월 2일까지 유튜브에서 KBS 레전드 "뭉클TV"에서 2015년에 인간극장에서 방영된 <필리핀으로 간 민들레국수집>을 올렸습니다. 6년만의 일입니다. 필리핀 민들레국수집 이야기를 몇 차례에 걸쳐서 나누겠습니다.

7년 전입니다. 세월호가 어이없게 침몰되던 때, 저는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계획하고 준비했던 필리핀 민들레국수집 프로그램을 모두 포기하고, 어떻게든 필리핀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하려고 마닐라로 갔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말라본에 있는 필리핀 요셉의원의 최영식 마티아 신부님이 공항에 마중 나오셨습니다. 최영식 신부님은 안타깝게도 몇 해 전 돌아가셨습니다.

2011년부터 어떻게든 필리핀의 가난한 사람을 도우려고 했습니다. 퀘존에 있는 빠야따스 쓰레기 처리장에 아이들을 조금씩 돕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2013년에 말라본의 요셉의원에 계시는 최영식 신부님의 도움으로 마닐라 칼로오칸교구 까리따스 담당 신부님과 연결되었습니다. 그래서 칼로오칸 교구 안에서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민들레국수집 10주년 미사 때 인천교구 주교님께서 도와주시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모든 준비를 다 했는데 2014년 2월 어느 날 사회사목국장인 신부가 느닷없이 감사를 하겠다고 합니다. 민들레국수집은 인천교구로부터 운영비 보조를 받은 적도 없는 데 말입니다. 이 때문에 민들레희망센터 건물을 포기하고, 교구 사회복지 가입시설에서 탈퇴했고, 교구와 함께 한 필리핀 준비도 모두 포기했습니다.

 

사진=서영남
사진=서영남

필리핀에 도착하기 전 날, 민들레국수집이 자리 잡기로 했던 공동묘지 마을에 큰 화재가 났습니다. 까리따스 담당신부님이 요셉의원에 찾아왔습니다. 인천교구와 상관없이 화재가 난 마을에서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해 달라 부탁하고, 아무 조건 없이 건물을 무상으로 빌려주었습니다. 곧바로 건물을 구조 변경하고 마을에서 가장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 100명을 뽑았습니다. 매일 급식과 방과 후 공부를 하고 점심과 간식을 먹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이들이 민들레국수집에 온 첫날부터 난감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오빠와 누나를 따라 네댓 살 아이들이 서른 명쯤 왔습니다. 집에 보내봐야 돌봐 줄 이가 없습니다. 곧바로 유아반을 만들었습니다.

필리핀 마닐라의 초등학교는 거의 오전반 오후반으로 학교를 다닙니다. 필리핀 민들레국수집도 자연스럽게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뉘어졌습니다. 오전 일곱 시부터 오후반 아이들이 옵니다. 거의가 아침을 못 먹은 상태로 옵니다. 오는 대로 간단하게 요기를 할 수 있게 한 후에 오전 아홉 시부터 영어공부를 합니다. 오전 11시에 점심을 먹습니다. 점심식사 전에 모두들 차례로 손을 깨끗이 씻고 밥과 반찬 한두 개 뿐인 점심을 먹습니다. 아이 엄마들이 미리 와서 식사가 끝난 아이들이 학교에 잘 갈 수 있도록 거들어 줍니다.

오후반 아이들이 학교로 떠난 다음에는 곧 이어서 오전반 아이들이 학교 공부가 끝나고 민들레국수집에 옵니다. 아이들이 오는 즉시 손을 씻고 점심을 먹도록 합니다. 그렇게 오후 두 시에 영어공부를 할 때까지 자유롭게 놀이를 합니다. 오후 네 시에 간식을 먹습니다. 그런 다음 마당엣 자유롭게 놀다가 엄마와 아빠가 아이들을 데리러오면 돌아갑니다. 

오후반과 오전반은 정기적으로 바뀝니다. 특이한 것은 학부모들도 분명 배가 고플 텐데 선택된 아이들만 밥을 먹습니다. 고맙다고 인사하는 엄마에게서 꼬르륵 하는 배고픈 소리를 들은 다음에는 우리 아이들 엄마들도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같이 식사를 하게 된 엄마들이 난감한 표정으로 식사를 합니다. 집에 있는 배고픈 아기 생각이 나서 그렇습니다. 민들레국수집 장학생들의 가족은 누구든지 아이가 올 때 함께 와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의 식사 인원이 매일 이백 명이 넘게 되었습니다. 

칼로오칸 민들레국수집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자마자 나보타스와 말라본에 세 군데의 무료급식소를 열었습니다. 세 곳의 급식소에서 150명의 아이들이 점심을 먹을 수 있게 했습니다. 각 급식소에서 봉사할 자매님들, 취사도구를 마련하고 쌀과 부식을 지원해서 급식을 매일 했습니다. 아이들이 사탕과 요구르트 그리고 과자를 참 좋아합니다. 

 

서영남 베드로
민들레국수집 대표

 

 


 

도로시데이영성센터-가톨릭일꾼 후원하기
https://v3.ngocms.co.kr/system/member_signup/join_option_select_03.html?id=hva82041

종이신문 <가톨릭일꾼>(무료) 정기구독 신청하기 
http://www.catholicworker.kr/com/kd.html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