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하면 가장 먹고 싶고 하고 싶고 보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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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하면 가장 먹고 싶고 하고 싶고 보고 싶은...
  • 서영남
  • 승인 2021.03.22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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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남의 민들레국수집 일기
사진=서영남
사진=서영남

코로나 19로 교도소 문이 아예 닫혀버렸습니다. 겨우 편지와 전화 그리고 영치금 넣어 주는 것 외는 별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평상시에는 저의 가족은 매달 한 번 이상은 새벽 일찍 일어나서 경북 청송군  진보면에 있는  경북 북부교도소를  다녀옵니다. 일년 전 어느 날이었습니다.

안동을 지나 진보에 도착해서 자매상담에 쓰일 케이크와 빵 과자 그리고 과일을 준비했습니다. 정문을 지나고 경북북부 2교도소를 지나고 경북북부 3교도소를 지나고 경북북부 직업훈련교도소를 지나서 목적지인 경북북부 1교도소에 들어갔습니다. 내정문을 들어가서 몇 차례의 철문을 통과해서 강당 옆에 있는 자매상담실에 들어갔습니다. 

15명의 우리 형제들과 함께 시작 기도를 하고 안부를 나누고 이어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했습니다.

- 출소하면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은?
- 출소 후에는 어떻게 살 것인가?
-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은?

세 가지 질문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입니다.

* 불에 구운 고기(이곳에서는 먹어본 수 없는 음식)
* 10년 후에 출소하면 예전처럼 성공하고 돈을 많이 벌려고 아등바등 살고 싶지 않고요.  욕심 버리고 부모님 모시고 그냥 소소하게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 이혼하고 헤어진 아들이 제일 보고 싶어요.

* 2025년 7월에 출소하면 두부 김치에 소주 한 잔 마시고 싶습니다.
* 어머니를 도와드리면서 입에 풀칠이나 할 정도로 일하면서 조용히 살 것입니다.
* 어머니가 보고 싶습니다.

* 참치 회와 시골 장터국수
* 다시는 사채놀이를 하지 않고 그냥 살고 싶습니다.
* 돌아가신 어머니

* 돌아가신 어머니가 차려 주시는 밥
* 한식 보조로 일하다가 조그만 식당을 차려서 살고 싶습니다.
* 돌아가신 부모님

* 신선한 회
* 아직도 출소하려면 20년이나 있어야 해서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 아들과 딸이 보고 싶습니다.  부모 없이는 살아도 자식 없이는 못 산다는 말이 이제야 가슴에 와 닿습니다.

*. 2029년에 출소하면 맥주 한 잔에 짜장면 곱빼기
* 목공 일을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 부모님과 딸이 보고 싶습니다.

* 집사람이 차려주는 밥이 먹고 싶습니다.
* 2026년에 출소하면 민들레국수집에서 봉사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 아내와 딸이 보고 싶습니다.

* 홍어 삼합
* 출소하게 되면 나이가 75세인데....  막막합니다.
* 돌아가신 어머니가 보고 싶습니다.

* 생선회와 돼지국밥
* 농사짓고 살고 싶습니다.
* 부모님 영정 앞에서 통곡하고 싶습니다.

* 소등심 구워서 먹고 싶습니다.
* 무기수입니다.  이제 10년을 살았고요.  20년 후 혹시 가석방이 되어서 나갈 수 있으면 화물차 운전을 하면서 돌아다니고 싶습니다.
* 처와 자식이 제일 보고 싶습니다.

이야기를 하다가 눈물이 그렁그렁.... 준비해 간 간식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짧은 자매상담 시간이 눈 깜짝할 새  지났습니다. 서둘러 마침기도를 했습니다. 교도소 내정문을 나와서 민원실에 가서 형제들 영치금을 넣어주었습니다.

다행히 길이 그리 막히지 않았습니다. 밤 아홉 시 반에야 집에 도착했습니다. 몸은 노곤하지만 마음은 편안합니다.

 

서영남 베드로
민들레국수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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