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 데이 "우리는 너무나 일에 빠져있었어요"
상태바
도로시 데이 "우리는 너무나 일에 빠져있었어요"
  • 로버트 콜스
  • 승인 2021.03.22 09: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로버트 콜스 [Dorothy Day, a Radical Devotion] -9

도로시 데이는 자서전에서 이렇게 말한다.

수년동안 내가 깊이 사랑해온 남자는 파스칼의 애호자였고, 그래서 나는 그의 작품, 팡세를 알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이해하지 못했고 다만 나를 흔들어 놓았을 뿐이었다. 이 같은 친구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독자였고, 나는 그의 작품을 일상적으로 많이 읽어왔다. 그리고 내가 러시아인들을 사랑한 까닭에, 지금 나는 사람들과 그들의 고통에 대한 이해를 하며 그의 작품을 읽는다. 이 같은 사람은 제임스 죠이스를 싫어했는데, 나는 그의 책들이 주는 맛에 현혹되었다. 한번은 기차를 함께 타고 있었는데 그에게 제임스 죠이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내가 마침 읽고 있던 「어떤 젊은 예술가의 초상」책을 빼앗아 기차 창문 밖으로 던져 버렸다.

그리고 항상 거기에는 신약이 있었다. 나는 소냐가 「죄와 벌」에서 라스코르니코브에게 복음을 읽어주는 것을 들을 때 사랑을 갖고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백치」 에서 이뽈리트가 꺼져가는 자신의 생명을 거부하고 하느님께 반항할 때에 생명을 주신 하느님께 대한 감사와 그것에 보답하려는 갈망으로 가득찼다.

내가 처음으로 얻은 묵주는 생활이 무질서했던 시기에 한 친구로부터 받은 것이었다.

이런 글들을 쓴 후 수십 년이 지났어도 도로시는 여전히 이 “무질서한” 삶에 대해 비난하고 있었다. 그가 매우 솔직한 모습을 보여 왔으므로 나는 어느날 아침, 이 문제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많이 말해 보기로 결정했다. 나는 이런 말로 시작했다: “나는 내가 읽은 것으로부터 다시 말하자면 「열한번째의 처녀」를 읽고 나서 당신이 무질서한 생활이라고 말할 때 무엇을 의미하는지 꽤 정확히 이해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곳에서 멈췄고 그가 이미 내 의도를 파악했음을 알았다. 즉 이 소설의 자서전적인 속성을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그가 파악한 것이었다. 그는 굳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의 얼굴에 미소가 퍼지는 것을 보고 사과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는 자신이 지니고 있었던 오랜 강박관념들 중의 하나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일생동안 내가 직접 해야할 일이 한가지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내가 쓴 「열한번째의 처녀」라는 그 책들을 모두 추적해서 입수하여 하나씩 모두 없애 버리는 일이었습니다. 나는 자만심의 죄를 그 어떤 것보다도 수치스럽게 여깁니다. 나는 침대에 누워 모든 도서관에 있을 책들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한때는 이 나라에 도서관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려고도 했습니다. 물론 나는 대부분의 도서관이 무명의 작가로부터 소설책을 사는 것보다 그들의 기금으로 보다나은 일들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몇몇 도서관에 책이 있었고 내 희망은 할 수 있는 대로 완전하게 그 책을 없애버리는 것이었습니다."

“한번은 고백성사를 보면서 신부에게 내가 하려고 하는 일을 말했습니다. 그는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는 “아이구, 아이구”라고 말했지요. 나는 신부가 나에게 그렇게 어리석은 일을 중단하고 우선순위들을 뒤섞지 말라는 충고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주 친한 친구 두 명은 내게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 지상에 사는 마지막 날까지 그 신부가 말했던 것을 기억할 것입니다: ‘만일 하느님께서 당신에게 주신 생명을 붙잡고 그런 식으로 사용한다면 하느님께 깊은 신앙을 가질 수 없습니다.’ 나는 한 마디도 대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덧붙였습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용서하시는 분이십니다. 만일 우리가 그분께 청한다면 말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용서를 원하지 않는 것처럼 들립니다 ­ 그저 책들만 없애버리면 된다고 생각하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나서 그는 바오로가 코린토인들에게 보낸 그 잊혀지지 않는 두번째 편지에서 다음의 구절을 나에게 인용했습니다: ‘여러분들 자신이 우리의 마음 속에 새겨진 소개장 편지입니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알려져 있고 읽을 수 있는 소개장입니다. 여러분은 분명히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시켜 써 보내신 소개장입니다. 이 소개장은 먹으로 쓴 것이 아니라 살아 계신 하느님의 성령으로 쓴 것이며 석판에 새겨진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마음속에 새겨진 것입니다.’(2고린 3,2-3).

나는 바보 같다는 느낌으로 고백소를 떠났습니다. 나는 내가 얼마나 내 자신 속에, 내 말속에, 내 명성에 둘러싸여 있는지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만일.... 만일 그들이 그 책에 손을 대기만 한다면... 이런 걱정을 끝없이 해왔던 것입니다.

나는 그날 내 생애에서 가장 오랫동안 걸었습니다. 난 계속해서 그 신부의 말을 듣고 있었습니다. 보통 나는 고백소의 신부가 어떤 모습일지 전혀 궁금해하지 않았지만, 그날은 정말 궁금했습니다. 마치 언젠가 나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 것이라는 나의 기대보다 그 신부가 나를 더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 그를 힘껏 실제 인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의 목소리를 그의 사진과 연결시켜서 내가 그로부터 들은 말을 놓치지 않기를 바랬습니다.

“그 이후로도 나는 여전히 내 책에 대해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도 그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영원히 읽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전같이 걱정하지는 않으며 매년 조금씩 더 잊어버립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삶을 잊을 수가 없으며, 만일 하느님께서 우리를 용서했다해도 (그리고 아무도 하느님께서 용서하신다고 함부로 추정할 수 없지만) 나쁜 것은 나쁜 것이며, 우리는 어떤 이유 때문에 그것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즉 우리의 과오로부터 배우고 다시 그것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기억합니다. 난 내가 배웠기를 바라며, 내 과오가 마침내 가르쳐준 것을 잊지 않기 바랍니다. 그것은 그 신부가 지적한 것처럼 내 마음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허영심 혹은 자만심입니다.”

나는 이런 때에 정신과 의사들이 적용하기 좋아하는 “상황들”이라는 조건을 동원해보려고 했다. 나는 젊은 민권운동가들에게서 보여지는 정서적이며 성적인 고민들과 혼란을 그들의 어떤 나쁜 기질이나 특정한 정신적 어려움으로서가 아니라 나이에서 오는 문제로, 젊은 남녀로서 이 삶에 대하여 인식하려는 투쟁이고, 특정한 사람과 이 세계에서 특정한 자리를 찾아보려는 노력이라고 조심스럽게 설명하였다. 도로시 데이는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거렸으나 내가 안간힘을 쓰며 발달시키는 이런 근거에 별로 감명을 받는 것 같지 않았다.

이런 순간이면 나는 그로부터 가장 멀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면서 나 자신의 삶에 대해 내 아이들과 학생들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가 자신의 젊은 시절의 삶, 일련의 애정사건들이 분명히 일으켰을 작은 질투들과 자기 중심적인 모습들에 대해 그렇게 호되게 꾸짖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표현했듯이 단지 “버둥거리거나”, “죄만 지은 것”도 아니었다. 많은 젊은 행동가들 처럼 그는 자신과 자신의 이상에 충실하려고 애썼으며 사랑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 더 배우려고 애쓴 것이다.

나는 그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을 결코 직접 물어보지 못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의 젊은이들이 고등학교에서 그냥 결혼으로 뛰어넘기를 바라는가 혹은 수도원으로 곧장 들어가기를 바라는지 묻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이 문제를 한두 번 넌지시 비추면서 소위 성 혁명이란 것이 그다지 나쁜 것은 아니었으며 긍정적인 측면도 보여주었는데, 결코 이루어질 것 같지 않은 결혼들을 가능하게 하고 다른 강력하고 지속적인 결혼들을 위한 길도 마련해주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나의 현대적인 옹호론을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는 교회가 어떤 제약을 견지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그는 말하면서 제발 다음 주제로 넘어가자는 고통스러운 침묵의 표정을 재빨리 지었다.

또다른 기회에 그는 가톨릭일꾼 모임들에서, 다양한 가톨릭일꾼 프로그램의 자리에서 뛰어나게 가치 있는 목표들을 지향하는 예의바른 투신과 결단이 그가 죄악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과 “거룩하지 않은 동맹”을 맺는 것을 보았다고 인정하였다. 그는 이어 서둘러 덧붙이기를, 그러한 죄악은 어떤 특정한 부류의 사람들에게만 한정되지 않고 젊든 늙든, 이상주의적이든 철저하게 물질주의적이든 상관없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내가 그런 것처럼 그는 현대의 정신학이 제시하는 위대한 면죄론으로 그것을 합리화 하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우리자신을 위한 어떤 기준들을 치워버리지 말고 견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심판만이 참으로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결국 끝에 가서야 심판하시지만 우리 자신들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것을 우리에게 맡기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그분의 용서가 희망이라는 사실을 나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그분의 용서를 마치 내 은행구좌처럼 생각해서 그저 내가 가고 싶을 때마다 계속 다가갈 수 있는 것이라고 여겨서는 안됩니다.

어떤 사람이 한 순간은 이상주의자로 처신하다가 다른 한 순간에 어떤 사람을 넘어뜨리는 모습을 보게되면 내 성질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난 하느님의 도움을 청하려고 애쓰지만, 항상 그 도움이 오는 것은 아닙니다. 아마 그분은 내가 곧장 달려들어 내 마음속에 있는 말을 해 버리기를 원하시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그분의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지 누가 알 수 있겠습니까?) 어쨋든 난 사람들에게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그들에게 차거운 말로 투덜댑니다. 나는 많이 잘못했지만 그러나 늘 그랬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은밀하게 자랑하지 않았고 아직도 자신의 과거생활과 싸우고 있었다. 또다른 기회에 그는 스스로가 약간 정신분석적인 입장이 되어 젊었을 때의 사회정치적 투쟁과 행복하지 않았던 애정사를 바라보기도 했다.

“우리는 너무나 일에 빠져있었어요. 싸우기에 쉽지 않은 명분들을 갖고 싸웠으며, 대중적이지 않은 이유들을 붙잡고 있었기에 전체사회가 우리를 반대하는 무게를 감당해야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그러나 순교자들이 아니었어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순교자가 될 기회는 붙잡고 있었어요. 하지만 결국 수 차례 감옥에 가는 것으로 끝났지요. 그러니 결국 애정과 위안을 찾을 수밖에 없었지요. 사람들이 큰 압력 속에서 자기들끼리만 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설명하기 위하여 프로이드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그는 젊은 시절의 인간관계와, 그 성적인 측면의 관계까지 포함하여, 이상주의가 애덕으로부터 제외되지 말아야 한다고 자신에게 상기시키는 것 같았다. 젊은이들의 정치적 도덕적 증언의 순간에 대해 생각했을 때 그는 그들의 개인적인 대가를 기억하였다. 눈물과 고통, 한계, 위험 등 그리고 이 모든 것과 함께 밀착, 동지애 그리고 그 이상의 어떤 것들이 개인적으로 젊은이들이 치루어야 할 대가였다.

과오가 있었고 지금도 있으며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덧붙였다, “가장 큰 과오는 때때로 이곳에서 매우 안전하게 살기 위해 영리하게 처신하다가 결국 도덕적인 실패로 끝나는 삶”이라고. 우리에게는 계속할 시간이 없었다. 너무나 추운 아침이었기 때문에 그는 일찍 마련된 아침식사 배급을 도와주고 싶었다. 다시 만날 시간을 정하면서 나는 그가 했던 이 마지막 말 때문에 그의 개종에 대해서, “안전위주로 행동하는 것”과 참으로 매우 큰 기회를 붙잡는 것 사이의 내기(파스칼의 표현대로)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원출처] <Dorothy Day, a Radical Devotion>, Robert Coles, 1987
[번역문 출처] <도로시 데이, 뿌리로부터 온전히 살다>(<참사람되어>2002, 7월호)

 

로버트 콜스(Robert Coles)

하버드 의과대학의 정신의학과 및 사회윤리학과 명예교수. 청소년 문제 상담 전문가로 활동해 왔으며, 50여 권이 넘는 책을 집필한 작가. 1973년 미국의 다양한 계층과 인종의 아이들을 직접 취재하고 분석한 <위기의 아이들>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종이신문 <가톨릭일꾼>(무료) 정기구독 신청하기 
http://www.catholicworker.kr/com/kd.htm

도로시데이영성센터-가톨릭일꾼 후원하기
https://v3.ngocms.co.kr/system/member_signup/join_option_select_03.html?id=hva8204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