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꾼운동에는 사람 사이 상하좌우가 없다
상태바
일꾼운동에는 사람 사이 상하좌우가 없다
  • 마크 H. 엘리스
  • 승인 2021.03.15 18: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톨릭일꾼공동체에서 보낸 1월 8,10,12일

[1월 8일] 스프시간에 지하실에 앉아 있었다. 바우어리 지역에서 적어도 20년 동안 살아온 50대의 두 흑인남자, 마르틴과 래리가 내려왔다. 그들은 결혼한 부부처럼 붙어다닌다. 함께 술을 마시고 함께 걷고 함께 일하고 함께 떠난다.

그들의 관계는 편리함 이상인 것 같다. 그건 서로를 깊이 배려하는 관계이다. 두 주일 전 래리가 시립 일시 보호소에서 칼에 찔렸을 때 마르틴은 이곳에 정신없이 들어서며 울음을 터트렸다. 마르틴이 아플 때면 래리가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오후에 뉴저지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가톨릭 일꾼 운동에 대하여 보고 배우기 위하여 왔다. 1층이 시끄러워 우리는 지하실로 내려갔다. 곰팡이 냄새가 나고 벽에는 빨간색으로 산상수훈이 쓰여진 그곳에서 아이들과 우리들은 가톨릭 일꾼 공동체와 그 비전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이애미에서 왜 유대인 청년이 이곳에 와 있는가 하는 질문을 받고 나는 있어야 할 자리인 것 같아 와 있다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지난 몇달동안 내가 그 의미를 파악하고자 고심해 온 성서의 다음 구절을 읽으며 대화를 끝냈다.

야훼께서 카인에게 물으셨다. “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느냐?” 카인은 “제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까?”하고 잡아떼며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그러나 야훼께서는 “네가 어찌 이런 일을 저질렀느냐?”고 하시면서 꾸짖으셨다. “네 아우의 피가 땅에서 나에게 울부짖고 있다”.

 

[110일] 또 다른 금요일 밤 모임. <다른 아메리카>라는 책을 써서 60년대 초기에 케네디로 하여금 가난과의 전쟁을 일으키도록 부추겼고 50년대에 일 년간 가톨릭 일꾼 공동체에서 살기도 했던 마이클 해링톤이 강사로 왔다. 30여명이 참석했다. 해링톤은 사회주의자이며 21세기의 삶이 집단적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인구증가, 식량공급, 그리고 세계의 상호의존성 등으로 인해 현재의 체제 아래 우리가 누리고 있는 개인의 자유는 사회전체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체제로 바뀔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해링톤에 의하면, 그 집단성이 전체주의적이 될 것인가 혹은 민주적이 될 것인가의 문제이며 선택은 우리에게 달렸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흥미로웠고 좋은 토론이 시작되었다. 다른 도시에서 온 사람들을 이곳 바우어리 친구들은 환영하고 싶어했다. 오늘밤 샤론은 부르스가 창문을 깨지 않게 하기 위해 온통 힘을 쏟고 있다.

 

[112일] 인간에 관한 소위 "객관적인" 개념, 정의를 받아들이길 거부한다. 그 거부는 예를 들면, 우리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를 생각하는 것조차 거부하는 것이며, 학문의 세계나 현실세계에 있어야 한다는 등의 고정관념을 거부하는 것이다. 장소, 나이, 혹은 있어야 할 자리에 관한 신비화를 단호하게 거부하는 것이다.

가톨릭 일꾼 운동은 사람에 관한 이 객관적인 정의를 거부하는 전형이다. 이곳에는 모든 나이의 사람들(19살부터 76살에 이르기까지)이 돈을 받지 않고, 직함도 없이 기증 받은 옷들을 입고 끝도 없이 같은 일을 되풀이한다. 기존의 그룹들과 달리 이곳에선 사람들간에 차이가 최소한이며 모두 평등하게 인정된다.

40년 동안의 가톨릭 일꾼 운동은 이러한 강조 때문에 여전히 유동적이고 개방적으로 남아 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 모두는 접시를 닦고 마루를 쓸며 물건들을 나르고 영적인 비전도 함께 형성해 나간다. “보잘것없는일들은 낮은 계층에 맡기고 기술적이고 지능적인 일들은 상류전문적인 계층에 분리해 맡기는 기존의 체제를 이곳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으며 이러한 통합 때문에 균형 잡힌 사람들이 만들어지고, 차이보다는 공동체성이 어느 정도 성취되는 것이다.

 

마크 H. 엘리스 / <피터 모린; 20세기에 살다 간 예언자>의 저자. 엘리스는 미국 텍사스 베일러 대학에서 유다학연구센터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유다학을 가르치다 은퇴하였다. 그는 스무 권 이상의 책을 쓰고 편집했다. 그의 대표작은 <해방의 유다신학>, <거룩하지 않은 동맹>, <우리시대의 종교와 포악성>, <예언의 미래: 고대 이스라엘 지혜의 재현> 등이 있다. 그는 유대인이면서도 유대극우주의의 강력한 비판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스라엘의 미래를 팔레스티나와의 평화로운 연대에서 찾고 있다. 최근에는 <불타는 아이들: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유대적 관점>(2014), <추방과 예언: 새로운 디아스포라의 이미지>(2015)를 저술하였다.

종이신문 <가톨릭일꾼>(무료) 정기구독 신청하기 
http://www.catholicworker.kr/com/kd.htm

도로시데이영성센터-가톨릭일꾼 후원하기
https://v3.ngocms.co.kr/system/member_signup/join_option_select_03.html?id=hva8204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