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폭력에 맞서 다른 의견 가질 권리 옹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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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폭력에 맞서 다른 의견 가질 권리 옹호해야
  • 조용종
  • 승인 2021.02.0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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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종의 책 한권 두 문단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Castello gegen Calvin order Ein Gewissen gegen die Gewalt: 칼뱅에 맞선 카스텔리오 또는 폭력에 대항한 양심》,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 지음/안 인희 옮김, 바오출판사.

종교개혁가가 처음 가졌던 순수함을 독재권력 율법주의 공포정치 잔혹한 속박과 국가 테러로 망쳐버린, 잔인한 지성 스스로 자신을 진노하는 하느님에 임명한 자, 평생 어느누구도 용서한 적이 없는 자, 광신주의 성서정치 화해와 관용을 모르는 독단론 주지주의자, 교수대와 화형장으로 응답한 냉혹한, 지배와 복종의 화신, 기쁨을 죽이는 자-칼뱅에 맞서 침착하게 사랑과 평화의 말로 자유와 양심 관용을 베푼 자 카스텔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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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서 카스텔리오는, 다른 사람들도 곧 깨닫게 될 일이지만, 칼뱅이 독재적인 천성에 맞게 제네바에서 단 하나의 의견, 곧 자신의 견해만을 인정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베즈나 다른 추종자들처럼 칼뱅 독트린을 글자 한 자까지 종처럼 따르는 경우에만 그의 정신적 왕국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카스텔리오는 정신적 강제통치의 이러한 감옥 속 공기를 숨 쉬고 싶지 않았다. 이곳에서 개신교에 의해 또다시 양심의 통제를 받으려고 프랑스의 가톨릭 종교재판으로부터 떠나온 것이 아니었다. 새로운 도그마의 종이 되려고 낡은 도그마를 거부한 것이 아니었다.

카스텔리오에게 그리스도는 칼뱅이 생각하는 것처럼 인정사정 없는 법관이 아니었다. 칼뱅의 복음서는 엄격하고 도식적인 법전이었다. 카스텔리오는 그리스도를 가장 인간적인 인간, 누구든 겸손하게 그의 방식을 좇아 살아가야 할 윤리적인 모범으로 여겼다. 그렇다고 해서 오직 자신만이 진리를 안다고 주장하지도 않는 그런 모범이었다.

제네바에서 새로 임명된 목사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오직 자신들만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오만하고도 자신감에 넘쳐서 해석하는 것을 보면서 카스텔리오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확실한 분노가 자유로운 영혼을 짓눌렀다. 끊임없이 자신들이 거룩한 소명을 받은 것을 찬양하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욕지기나는 죄인이며 무가치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오만한 성직자들에 대한 분노가 그를 사로잡았다. ... 그때 갑자기 카스텔리오가 벌떡 일어서더니 '하나님의 종들에게 언제나 다른 사람만을 검사하고 벌주고 심판하지 말고 한 번쯤은 자기 자신을 점검해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요구했다. 아마도 카스텔리오는 제네바 성직자들의 도덕적인 깨끗함이, 사생활에 관해서는 청교도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듯하다. 그리고 한 번쯤은 이런 위선적인 오만을 공개적으로 징계할 필요성을 느꼈던 것 같다."(112~113 쪽)

"인류는 언제나 진보를 위해서 싸워야 하며, 극히 당연한 것도 새로이 의심받는다. 우리가 자유를 습관으로 여기고 더 이상 신성한 소유물로 여기지 않는 순간에 충동세계의 어둠 속에서 신비한 의지가 자라나 그것을 유린하려고 드는 것이다. 인류는 너무 오래 너무 근심 없이 자유를 누리고 나면, 언제나 힘의 도취에 대한 위험한 호기심, 전쟁에 대한 범죄적인 열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역사는 그 알 수 없는 목적지로 나아가기 위해 때때로 우리에게 알 수 없는 퇴행을 마련해놓는다. ... 그렇게 무시무시한 순간에 인류는 깡패집단의 유혈이 낭자한 발광으로, 양떼의 노예 같은 양순함으로 되돌아가는 듯이 보인다. ... 모든 폭력 통치는 극히 짧은 시간에 낡아버리거나 차갑게 식어버리고, 모든 이데올로기와 그 일시적인 승리는 그 시대와 더불어 종말을 고한다. 오로지 모든 이념 중의 이념, 절대로 패하지 않는 이념인 정신적 자유의 이념만이 영원히 되살아나온다. 그것은 정신처럼 영원한 것이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이 이념이 말을 못하게 막으면, 그것은 모든 억압이 미치지 못하는 가장 깊은 양심의 공간 속으로 도망쳐 들어간다. 그래서 권력자들이 자유정신의 입을 틀어막고서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새로운 인간이 태어나는 것과 더불어 새로운 양심이 태어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제나 누군가는 인류와 인간성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위한 싸움을 떠맡아야 한다는 정신적인 의무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제든 모든 칼뱅에 맞서 어떤 카스텔리오가 다시 나타나서 폭력의 모든 폭행에 맞서 사상의 독자성을 옹호하게 될 것이다."(286~288 쪽)

 

조용종 프란치스코 바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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