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없이 성인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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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없이 성인이 될 수 있을까?
  • 마크 H. 엘리스
  • 승인 2021.01.2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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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일꾼공동체에서 보낸 1년-12월 18일

공동체는 상처받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소수의 사람들만이 확신 때문에 이곳에 온다. 대부분은 절박한 요구 때문에, 일이 없고 유기되고 낙오되기 때문에 오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사람들의 상처가 즐거움과 행복의 순간들을 방해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웃는다든가, 사람들 사이에 공동의 어떤 끈이 생긴다든가 하는 순간들도 있다.

이층에 앉아 신문을 접고 있노라면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자주 들린다. 이런 때가 공동체의 순간이고, 나눔의 시간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동체감은 일시적이고 봉사자들은 끊임없이 내면으로부터 거듭 새로와지기를 요구 당한다.

이곳에서 공동의 장이란 그들이 살고 있는 장소일 뿐이며, 우정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호성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특히 봉사자들은 어떤 지지나 도움도 없이 서로 떨어져 있다. 조정관으로, 심판관으로 그리고 소위 친구로서(?) 살다보면 이 상황의 어려움이 보이기 시작한다. 정신적으로 피곤하고 고갈되는 것이 이곳 봉사자 생활의 끊임없는 모습이다.

지난해 도로시 데이가 우리 학교에 와서 이야기를 했을때 나는 까뮈가 <페스트>에서 물었듯이 신없이 사람이 성인이 될 수 있는가를 그에게 질문했었다. 데이는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는데, 마침내 가톨릭일꾼 생활에 신앙이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대답했다. 신앙없이 결단의 생활이 가능한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려고 나는 가톨릭일꾼 공동체에 온 것이다.

나는 같은 신앙을 지닌 중산층을 이웃으로 자라났다. 그러나 유대 신앙은 성에 관한 도덕성이나 이스라엘 국가 보존 이외에 삶에 대해 방향을 제시하는 것 같은 신앙이 아니었다. 그리고 가난하고 억압받는 이들에 대한 선택에도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가난한 사람들은 존재하고 있었으나 내 삶과는 무관했다.

대학 생활이 진행되면서 나는 허전함을 느꼈다. 정부 관리가 될 것인가? 교수? 다른 사람들은 집도 없고 상처를 받고 있는데, 나 혼자 전문직을 갖고 편안할 수 있을까? 그리고 믿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때라면 어떻게 그 아니오를 말할 수 있을 것인가? 폭력에 대해 아니라고 말할 때 그것을 단죄하고 그저 버리기만 하면 될 것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투신의 생활을 선택할 때 무엇이 나를 유지시켜 줄 것인가? 과거에는 투신이 신앙을 통하여 이루어졌지만 그런 선택은 나에게 별로 가능할 것 같지 않다.

분명히 이런 질문들은 나의 존재를 훨씬 넘어서는 것들이다. 점점 더 신앙을 버리는 세계에서 앞으로 결단의 생활이 얼마나 가능할 것인가?

가톨릭 일꾼의 신앙에 찬 증언은 하느님 없이 성인이 되는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별로 긍정적인 해답을 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마치 하느님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는 세계의 미래에 대해서도 별로 상관이 없는 것 같다. 만일 자기의 이익만이 우리의 세계를 좌지우지하게 된다면 정의에 대한 가능성은 매우 작은 것 같다.

 

마크 H. 엘리스 / <피터 모린; 20세기에 살다 간 예언자>의 저자. 엘리스는 미국 텍사스 베일러 대학에서 유다학연구센터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유다학을 가르치다 은퇴하였다. 그는 스무 권 이상의 책을 쓰고 편집했다. 그의 대표작은 <해방의 유다신학>, <거룩하지 않은 동맹>, <우리시대의 종교와 포악성>, <예언의 미래: 고대 이스라엘 지혜의 재현> 등이 있다. 그는 유대인이면서도 유대극우주의의 강력한 비판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스라엘의 미래를 팔레스티나와의 평화로운 연대에서 찾고 있다. 최근에는 <불타는 아이들: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유대적 관점>(2014), <추방과 예언: 새로운 디아스포라의 이미지>(2015)를 저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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