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처럼 사랑하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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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처럼 사랑하면 죽는다
  • 한상봉 편집장
  • 승인 2021.01.23 2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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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봉의 오늘생각-2021.1.14
사진=한상봉
사진=한상봉

1. 어제는 아내와 일산 호수공원엘 다녀왔습니다. 근처에 있는 운정 호수공원도 있지만, 역시 일산 호수공원이 이력만큼 느낌이 있어 좋습니다. 며칠 전에 내린 눈은 완전히 녹아버렸지만, 그래도 운치가 있고, 일산에 살던 때를 떠오르게 해서 특별한 감흥이 있었습니다. 100년이 넘었다는 회화나무 그늘 너머로 보이는 교회당의 첨탑이 좀 음산합니다만... 사람이 누워 있는 것처럼 부분적으로 녹아내린 흔적도 묘하지만, 연결된 정발산 쪽 공원에 있는 나무마다 뜨개질한 걸 둘러놓은 것은 참 따듯해보였습니다. 어느 분 아이디어인지 모르지만, 나무들이 좋아할 것 같았습니다.

2. 가톨릭성서모임 특강으로 기획된 예수님의 마지막 일주일을 다룬 강의를 40분씩 8강에 걸쳐 녹화하느라 요 며칠 고생을 했습니다. 수녀님들도 촬영을 맡은 PD님도 애쓰셨습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이 특강은 일차적으로 가톨릭성서모임 봉사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합니다만, 실상 어찌 진행될 지 조금 더 두고 봐야 하겠습니다. 마지막 촬영하는 날에는 함박눈이 쏟아져, 그걸 즐기지 못한 아쉬움이 쪼~금 남아있지요.

 

사진=한상봉
사진=한상봉

3. 이번 강의를 위해 강의록을 정리해서 단행본 형식을 빌어 자료집을 만든다고 합니다. 완성본은 제가 아직 수정할 부분이 남아서 손에 쥐고 있습니다만, 다음 주에는 최종원고를 보내야 합니다.

4. 이번 특강 제목을 "예수처럼 사랑하면 죽는다"로 정했습니다. 다소 제목이 과격하다 느껴집니다만, 나중에 생각하니, 이것처럼 분명한 언명(메시지)은 없을 듯도 합니다.

5. 예수처럼 사랑하면 (분명히) 죽임을 당할지 모릅니다. 이른바 문명사회에서 죽임을 당하지 않더라도 숱한 반대와 비난과 조롱 한가운데 서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따금 최태선 목사님 포스팅을 읽다보면, 글 때문에 어려움이 좀 있었다는 고백을 듣게 됩니다. 예수님 메시지는 어떤 이에게는 분명히 기쁜소식이 될 테지만, 또 어떤 이에게는 불길한 소식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6. 예수처럼 사랑한다는 것은, 사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예수를 사랑하면 죽는다"로 들립니다.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세 차례나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하고 물었던 것처럼, 그분이 같은 질문을 우리에게 한다면, 그래서 우리가 진심을 담아 "그럼요" 하고 답하고 말았다면, 그런 그리스도인이라면 이승을 매끄럽게 지나가기란 힘듭니다. 예수를 사랑한다는 것은 예수의 운명마저 사랑한다는 것일 텐데, 예수의 운명이란 게 결국 "십자가 죽음"이 아니겠습니까?

7. 그래서 살짝...적당히 예수를 사랑해야지, 하는 마음이 일어납니다. 겉으로야 암말 하지 않지만, 속으론 그분의 시선을 매번 피하고 싶을 때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분을 너무 많이 알면 내가 다칩니다. 그 상처를 감당할 마음이 있어야 사랑도 하는 거겠지요. 상처 받지 않고 건너는 사랑을 찾아보고 싶지만, 그분에게 다가서는 길은 상처를 딛고 가는 길이란 사실에 (더 정확히 그런 진실에) 신앙이란 게 무겁게 다가옵니다.

8. 허나, 예수께서 그러셨죠. 내가 네게 지우는 멍에는 가볍고, 나를 그 안에서 편히 쉬게 하실 것이라고 말입니다. 정말 사랑하는 자는 당해 낼 도리가 없습니다. 정말 사랑하면 그분 빼고 나머진 상대화 되겠지요. 모든 두려움을 넘어 한걸음에 사랑하는 그이에게 가기로 마음 먹는 한 해가 되길 기약해 봅니다. 쉽지 않은 사랑이 오늘 그리고 내일 우리 앞에 있다니, 스스로 주문을 걸어 봅니다. 나는 그를 사랑한다. 그래서 그이처럼 사랑하다 죽어도, 그건 기실 죽는 게 아니다.

9. 아직 사순절이 되려면 많이 남았는데, 어쩌다 보니 미리 사순절을 고민해 보았습니다. 두루 편안한 하루 이어지시길 바랍니다.

 

한상봉 이시도로
<도로시데이 영성센터> 코디네이터
<가톨릭일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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