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공현대축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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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공현대축일입니다
  • 한상봉 편집장
  • 승인 2021.01.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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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봉의 오늘생각-2021.1.3
사진=한상봉
사진=한상봉

1. 다용도실 정리를 하다가 양파에 싹이 돋은 걸 보았습니다. 버릴까 하다, 이것도 생명이다 싶어 물컵에 담아 놓았는데, 노랗던 싹이 푸르게 자리를 잡고 자랍니다. 새로 희고 굵은 뿌리가 두어 가닥 물밑으로 내려 뻗고 있습니다. 사람에게 목숨이란 모진 것이어서, 가멸진 아픔이 있기도 하고 아픔 속에도 남아있는 희망이란 게 남아 있는 것처럼, 모든 생명은 그리도 가엾고 그리운 것이겠지요.

2. 오늘은 주님공현대축일입니다. 그분께서 아라비아에서 찾아온 손님들을 맞이한 날입니다. 낯선 이들의 느닷없는 방문에 예수 아기의 부모들은 퍽 놀랐을 것입니다. 전설이라서 더욱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손님들은 촌구석 마굿간에서 발견한 아기를 '임금'이라 했습니다. 인류를 구원할 메시아라 했습니다.

3. 이 이야기는 복음사가들의 놀라운 역사관을 비추어줍니다. 세상을 구원할 이는 고관대작도, 대통령도 장관들도 검사와 법관과 변호사도 아니라는 겁니다. 장군도 아니고 의사도 학자도 뒷전으로 밀려납니다. 복음사가들은 "가난하고 누추한 이 아기에게서 새로운 하늘이 열릴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이걸 두고 민중신학자 안병무는 "민중 메시아론'이라 불렀습니다.

4. 요지는 그런 거지요. 이천 년 전 그날 그때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그 아기만 메시아가 아니라는 게지요. 복음의 전갈을 듣고 하느님 자비 안에서 떨쳐 일어난 "각성된 민중"들은 누구나 메시아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성령으로 말미암아 노동자, 농민, 빈민들의 강보에 싸인채 자라난 또 다른 의미의 '그리스도'라는 것입니다. 데이야르 드 샤르댕은 "우주는 진화하고 있고, 만인이 그리스도화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도로시 데이와 토머스 머튼이 "그리스도인의 삶의 목적은 성인됨에 있다"고 한 것과 같은 말이겠지요.

5. 그러므로, 우리는 주님공현대축일에 우리 자신의 메시아됨, 우리 자신의 성인됨에 첫발을 딛고 있구나, 생각해도 좋을 것입니다. 이 무슨 망발, 이라고 생각하실 분도 계실지 모르지만, 예수님은 늘 저희에게 "그물을 멀리 넓게 던지라"고 하십니다. 우리는 세상에 그물을 던지는 어부이기도 하고, 하느님의 그물에 잡힌 물고기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이 된 것에 감사해야 합니다. 우리가 우주의 진화과정에서 그리스도가 되기 위해 첫발을 뗄 수 있기 때문입니다.

6. 오늘 하루 예수 아기와 더불어 자축하며 기쁘게 호흡하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한상봉 이시도로
<도로시데이 영성센터> 코디네이터
<가톨릭일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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