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해'라니 생각나는 신축교난
상태바
'소의 해'라니 생각나는 신축교난
  • 한상봉 편집장
  • 승인 2021.01.23 1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상봉의 오늘생각 2021.1.1.
사진=한상봉
사진=한상봉

1. 어젯밤에 108배를 했는데, 아내가 오늘은 새해 첫날이니 출근 전에 함께 절을 하자해서 아침에 다섯번째 108배를 했습니다. 아내가 일 나가고 나는 심학산 둘레길을 걸었습니다. 올겨울 처음 꺼내입은 파카에 땀이 젖어 목을 풀어헤치고 걸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마스크입니다. 마스크가 흠씬 젖어 피부를 달라붙어 애를 좀 먹었습니다만, 걷는 길은 참 좋았습니다. 등산길 주차장에서 뜨근한 오뎅 두 꼬치를 사먹고 집에 왔습니다. 그래서 아침부터 부지런히 몸을 움직인 나 자신에게 칭찬을 해줍니다. 그래, 어쨌든 토 달지 말고 그렇게 움직여야 사람 구실을 한단다, 하고 말입니다. 앞으로 한 주일에 두어번은 꼭 둘레길을 걸을 생각입니다.

2. 오는 길에 라디오를 트니, 올해가 '신축년'이라네요. "소의 해"라곤 들었는데, 그걸 지금에야 알았습니다. 신축년, 하니 신축교란이 떠올랐습니다. 제 서강대 사학과 학사논문이 제주도민란(신축교란)이었기 때문입니다. 벌써 30년도 넘은 이야기네요.

3. 신축교란에 관한 연구는 지난 30년 동안 훨씬 진전되었지만, 그 당시 논문을 준비할 때는 머릿속이 복잡했던 기억이 납니다. 보통 "이재수의 난"이라고도 하지요. 토질이 척박해 중앙정부는 그동안 제주에서 세금을 가져가지 않았고, 제주도민들은 제주의 토착지주들에게만 지대를 내고 지방정부에만 조세를 냈지요. 그런데 대원군이 경복궁을 짓느라 왕실재정이 고갈되어, 제주에 봉세관을 파견해 세금을 걷도록 했습니다. 그러자, 참 묘하게도 평소엔 이해관계가 맞서던 토착지주/지방관리/제주도민들이 한편이 되고, 중앙 봉세관과 천주교인들이 한통속이 되어 대립 투쟁한 끝에 발생한 것이 제주도민란입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당시 천주교인들은 제주에서 고립된 집단이었기에 중앙봉세관 편을 들었고, 봉세관의 마음 노릇을 하면서 이득을 챙겼던 거지요. 천주교는 프랑스를 업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엔 교안사건을 염려한 사람들이 천주교인들의 작폐를 모른 척 했지만, 한 노인이 천주교인들에게 수모를 겪고 자살하는 바람에 봉기가 일어나게 됩니다. 결국 천주교인들은 몰살당하고, 난이 진압된 뒤에는 제주도민들이 천주교인들의 죽음에 대한 배상을 하게되면서...제주에선 천주교인들과 도민들 사이에 아물기 힘든 상처가 남아 있는 거지요.

아마 이 업보 때문에, 강우일 주교님께서 제주교구장으로서 4.3항쟁 등 제주도민들의 고난에 참여하시려고 애를 쓰신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제주에서 교회는 신자들과 도민들의 고통에 더 충분히 아파하고, 그 고통에 연대하면서 기워갚아야 할 몫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4. 그냥 근거없이 떠오른 생각인데요, 타지에서 오신 강우일 주교님이 중앙봉세관이 저지른 패악을 갚아나갔다면, 후임 제주교구 출신의 문창우 주교님께서는 토착 천주교인들의 작폐에 대한 기어갚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제2공항 문제나 강정 문제도 계속 관심을 가져주시길 기대합니다.

5. 새해는 그동안 내 삶에 의미를 주었던 하고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내내 잊지 않기를, 내가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것 하나"라도 꾸준하게 실천하기를 소망합니다. 나머지는 주님께서 이루실 것이라 믿어봅니다.

  

한상봉 이시도로
<도로시데이 영성센터> 코디네이터
<가톨릭일꾼> 편집장

 

종이신문 <가톨릭일꾼>(무료) 정기구독 신청하기 
http://www.catholicworker.kr/com/kd.html

도로시데이영성센터-가톨릭일꾼 후원하기
https://v3.ngocms.co.kr/system/member_signup/join_option_select_03.html?id=hva8204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