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숙 선배 따라 절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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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숙 선배 따라 절하기
  • 한상봉 편집장
  • 승인 2021.01.23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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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구 노동사목에서 거의 한 평생을 바쳤다고 할 수 있는 이태숙 선배의 페북 글을 보면서 가슴이 아렸습니다. 지난 12월 23일 김진숙 동지가 정년퇴직을 해야하는 날이지만, 복직이 되지 않았으니 퇴직도 없는 상황에서 "뭘 더해야 하지?' 하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35년간의 해고자의 삶은 결국 암투병까지 하게한다
천막도 없이 칼바람맞으며 단식을 하고
냉기품은 땅바닥을 온몸으로 받아안으며 오체투지를 하고
부처님도 돌아앉는다는 삼천배를 하고...
오늘부터 다시 박문진 동지가 청와대앞에서 삼천배를 시작한다.
몸이 좀 살만하면 투쟁하느라 김진숙 동지마냥 몸이 바스라진다.
김진숙 동지의 복직은 김진숙 개인의 복직이 아니다.
한국 노동운동 35년이 김진숙동지 해고와 맞물려있다.
뭘 더해야하나
뭐라도 해야하는데..."

이태숙 선배는 "코로나때문에 손발이 묶이지만 노동자투쟁은 코로나를 비껴갈수도 없다." 고 했습니다. 그래서 108배를 하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나도 내자리에서 108배라도 해야겠다. 무릎이 안좋아 108배도 걱정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뭐라도 해야겠기에! 일하다 다치거나 죽지않을 권리를 위해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과 모든 해고자와 김진숙동지의 복직과 쾌유를 위해 오늘부터 간절함으로 108배로 동참하겠습니다"

2. 나의 삶을 결산하자고 생각하면, 노동사목은 늘 제 마음의 고향이고, 내게 '생애의 방향타'를 마련해 준 공동체입니다. 노동신학을 해보겠다고 나선 걸음에 의자공장에 들어갔는데, 당시 노동사목 전국본부 간사였던 이대훈 선배가 공장에 찾아와 노동사목을 하면 더 많은 노동자들을 만날 수 있다고 꼬여서(?) 노동사목에 첫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내 선임은, 지금은 사제가 된 김상식 바오로 신부입니다. 그 선배 후임으로 '신앙생활분과' 간사를 맡아서 3년 동안 일을 했습니다. 그곳 장충동 본부는 <인성회>와 같은 공간에 있었기 때문에, 거기서 최재선 선생님과 한현 선생님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결국 한현 선생님을 통해 <가톨릭일꾼운동>과 도로시 데이를 알게 된 것은 내가 노동사목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때 만난 수많은 동지들... 윤순녀, 박순희, 정인숙, 이철순, 이대훈, 김상식, 박주미, 김영숙, 이태숙, 권오광, 최연례, 한상욱, 최영, 오두희..........오기백, 하유설, 문정현, 문규현 신부님 등... 지금 생각하면 모두가 제 스승이고 동무이고 동지입니다.

 

사진=이태숙

3. 나도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합니다. 요즘은 주로 글을 쓰고, 강의준비를 하고, 가톨릭일꾼 사이트를 관리하면서, 일 다니는 아내를 대신해 집안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집밖에 나갈 일이 거의 없는 요즘, 페북과 유튜브에 매달리는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도 합니다. 이러다 머리만 커지고 복잡해지고 기형화 되는 건 아닌지, 이렇게 살아도 사람인지 회의가 생깁니다.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면서, 이태숙 선배의 제안에 마음이 움직입니다.

4. 오늘은 제 딸의 생일이기도하고, '무고한 아기들의 순교 기념 축일'입니다. 그 아이들은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대신해 헤로데의 군병들에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어쩌면 지금도 우리가 앓을 병고를 대신 짊어지고, 우리가 저지른 죄악을 되갚으려고 무고한 이들이 날마다 희생당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김진숙 동지가 복직이 되지 않고 병고에 시달리며, 아직도 수많은 노동자들이 지옥같은 작업장에서 생계를 위해 목숨을 담보잡히며 일하고 있습니다.

5. 그래서 오늘부터 저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김진숙 동지의 복직과 회복을 위해 하루 103배를 올리려고 합니다. 이태숙 선배의 제안에 동참해서, 저처럼 103배를 해도 좋고, 하루 10배를 해도 좋을 것입니다. 뭐라도 몸으로 연대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월요일입니다.

6 이런 이야기를 페북에 올리는 이유는 그래야, 매사에 야물지 못한 내가 나를 다그치고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절을 할 수 있겠지,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한상봉 이시도로
<도로시데이 영성센터> 코디네이터
<가톨릭일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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