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으로만 웃고 속으로만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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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으로만 웃고 속으로만 운다
  • 장진희
  • 승인 2021.01.1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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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희 시편
사진출처=pixabay.com
사진출처=pixabay.com

겨울 풍경

-장진희

 

눈 덮인 마을
눈 덮인 지붕 아래
사람들
속으로만 산다

장꽝에 장독 뚜껑
두터운 눈 이고
된장 고추장
익기를 멈추고 익는다

하얀 들판
얼어붙은 논바닥 아래
서릿발로 굳은 흙 밭 아래
씨앗들
깊이깊이 숨어 있다

먼산 나무들
발 밑에
낙엽 이불 덮더니
하얀 이불 또 한 겹
등성이마다
깎아 자란 수염처럼 까끌빼쭉
느긋하다
나는 지금 뿌리에 있다

전봇대고 도로고 빌딩이고
지금 흰눈 밖으로 나와 있는 것들은
모두 가짜다
돌림병처럼 사라질 것들이다
순수만이 살아남을
지금은 겨울

꽁꽁 언 강물
밑으로만 흐른다
속으로만 웃고
속으로만 운다
나는 지금
속에서 산다

 

장진희
돈 안 벌고 안 쓰고 안 움직이고
땅에서 줏어먹고 살고 싶은 사람.
세상에 떠밀려 길 위에 나섰다.
장터로 마을회관으로.
곡성 죽곡 보성강변 마을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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