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먼저 '학교협동조합' 만들자
상태바
가톨릭 먼저 '학교협동조합' 만들자
  • 조세종
  • 승인 2016.07.11 1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NS를 통해 퍼지고 있는 대전 봉산초의 불량 급식 사진.

[조세종 칼럼]

많은 사람들이 보고 분개했던 사진이 SNS에 있었다. 언뜻 보아도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아이들 급식은 너무도 형편이 없었다. 문제는 음식의 양과 질만이 아니라 급식 위생 상태, 학생들을 대하는 조리원들의 태도 등 총체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어떻게 도심 한 가운데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을까?

오래 전부터 학부모들의 민원과 항의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학교장은 해결할 의지가 없고 1년 넘게 끌다 드디어 곪은 것이 터져 7월 4일자로 조리원 여섯 명과 영양교사, 교육지원청 공무원 두 명이 모두 전보 조치가 되었다고 한다. 아직 교육청의 진상조사가 끝나지 않아 공식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경과나 후속 조치가 나오지 않고 있고, 학부모들은 틀림없이 급식비를 둘러싼 비리가 있을 것으로 보고 오늘도 교육청 앞에서 철저한 진상조사, 교육감의 사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놓으라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에게 제공되는 한 끼 급식비는 대전이 2350원, 부산 2350원, 인천 2690원, 서울 3190원으로 대전이 광역시 가운데 가장 낮다. 타 시도에 비해 낮은 것도 문제지만, 이 금액으로는 유기농산물은 커녕 GMO가 들어가지 않는 농산물을 골라 먹이기에도 부족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한마디로 급식의 질과 양이 보장되지 않는 적은 금액이다. 적은 예산을 책정해 놓고 좋은 식단을 만들 수는 없는 일이지만, 대전의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총체적인 난국은 우리 사회의 문제들이 그러하듯, 교육청과 학교의 책임의 부재에서 나온 것이다.

법률과 조례 등 급식과 관련된 제도가 있고, 학교급식의 책임을 맡은 교장이 있고, 민주적으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가 있으며, 급식 소위원회, 영양교사 등이 있지만, 이 모든 제도와 인원 가운데 어디에서도 아이들 급식에 대해 책임지고 돌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급식만이 아니라 아이들의 건강도 안전도 돌보지 못하는, 좀 더 심하게 말하면 공교육의 실종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책임이 있는 사람은 물론 학교장이다.

학교급식 문제 하나만 봐도 학교협동조합의 도입이 얼마나 시급한지 알 수 있다. 학교협동조합은 교사, 학부모, 지역주민 뿐만이 아니라 교육의 대상자이자 이용할 당사자인 학생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한다. 학생들의 참여는 학교협동조합이 전인적 협동경제활동의 교육 현장이라는 뜻이기도 하며, 조합원인 학생들이 학교급식, 수학여행, 매점 등 예산과 비용이 들어가는 사업에 운영자이자 이용자이기 때문에 이윤보다 실질적인 혜택이 학생들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장치가 가능해진다.

학교협동조합은 학교급식공급을 지역의 생산자와 연계된 로컬푸드 생협과 같은 조직에 맡겨 아이들 급식의 내용을 충족시킬 수 있다. 만에 하나 대전의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일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 해도 처음 학생들이 제기하는 선에서 문제가 공론화되어 조기에 바른 수습이 가능할 것이다. 그것은 학교협동조합은 학교장이 모든 권한과 책임을 지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 내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경제적 또는 교육적 사업에 있어 투명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와 운영에 따른 권한과 책임이 조합원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권한과 책임은 협동조합이 어떻게 작동하고 협동하는 경제와 사회가 어떻게 선순환 되는지 학생들이 몸소 배우고 익힐 것이다. 이러한 훈련은 아이들이 커서 생산자와 소비자로 경제생활을 영위할 때에도 당당하게 협동하는 경제의 주체자로 살아가도록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기득권이다. 지금 학교의 기득권은 이권이다. 학교매점에서 질 낮은 식품을 파는 이유가 학교에 최대한 이윤을 남겨 학생들을 위해 사용한다는 것인데, 정말 앞뒤가 모순된 이야기이다. 지금 학교장 및 교육청 공무원들의 인식의 변화와 함께 <학교협동조합 운영과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이란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서울시를 비롯한 몇몇 지방자치단체는 학교협동조합 설립에 민관 거버넌스를 형성해 많은 학교에서 결실을 보고 있고,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선도적으로 추진해 보자는 시도도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지역별로 자리 잡고 있는 가톨릭계 초,중,고 학교들이 학교협동조합 설립을 위해 발 벗고 나서면 어떨까? “사람이 자본을 지배하는 협동조합은 생명에 봉사한다.” 프란치스코 교종께서 하신 말씀이다. 물론 생명에 봉사하는 이들을 길러내는 것이 가톨릭 학교의 가장 큰 사명이다. 바로 학교협동조합이 있다.

조세종 디오니시오
소셜경영연구소 소장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대전교구 카리타스 한끼백원나눔운동본부 운영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