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섭리에 기대서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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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섭리에 기대서 일합니다
  • 서영남
  • 승인 2021.01.10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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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남의 민들레국수집 일기

엄청 춥습니다. 우리 손님들이 민들레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먹을 때 뜨거운 국물을 어묵보다 더 많이 찾습니다. 꽁꽁 언 몸을 가장 빨리 녹이는 것에는 뜨거운 국물이 제일 좋습니다. 그래서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먹는 것을 우리 손님들은 겨울 맛이라고 합니다. 손님들이 어묵꼬치를 두세 개 먹고는 충분히 먹었다고 합니다. 남들도 먹어야 한다고 합니다. 어묵은 충분히 있으니까 맘껏 드셔도 된다고 하면 그제야 맘껏 먹습니다. 보통은 대여섯 개 먹습니다. 서너 분 정도는 열댓 개를 먹습니다.

고마운 분들이 어묵을 많이 보내 줍니다. 그런데 어묵이 크게 두 종류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묵탕용과 볶음용입니다. 볶음용 어묵은 전분이 많아서 끓는 물에서 금방 불어 버립니다. 어묵탕용은 오래 끓여도 불지 않고 쫄깃합니다. 민들레국수집에는 어떤 어묵을 보내 주셔도 괜찮습니다. 볶음용은 도시락 반찬으로 하면 됩니다. 우리 손님들은 힘든 생활로 대부분이 치아가 부실하기에 부드러운 음식이 좋습니다.

이웃과 나눌 때는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대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네가 잔치를 베풀 때에는 오히려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다리저는 이들, 눈먼 이들을 초대하여라. 그들이 너에게 보답할 수 없기 때문에 너는 행복할 것이다."(루카 14,13-14).

우리 어머니 시대에는 모두가 가난했습니다.  가진 것이 별로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가난한 사람이 밥이라도 한 끼 먹을 수 없는지 물어보면 소반에 소박한 밥상을 차려서 대접하고는 했습니다.  대접하는 사람도 대접 받은 사람도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물질적으로 풍부해진 요즘에는 인정머리가 없어졌습니다. 쥐꼬리만큼 내어 놓고는 로또 일등 당첨된 것처럼 되돌려 받으려고 터무니없는 욕심을 부립니다.

 

사진=서영남
사진=서영남

 

노숙하는 우리 손님들은 선한 사람들이 나누어 주는 옷에 기대어 살아갑니다. 우리 손님들도 사람답게 입고 싶습니다. 노숙을 하게 되면 가진 것이라곤 입고 있는 것뿐이기에 얼마나 아껴 입는지 놀랄 정도입니다. 비가 오면 배고픔을 참고 비가 그치길 기다립니다. 옷이 젖으면 갈아입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또 간절기에는 낮에는 더워도 밤에는 춥기에 두꺼운 옷을 신주단지 모시듯 갖고 있어야 합니다. 

전에 필리핀에 큰 태풍이 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필리핀에 헌옷을 많이 보냈습니다. 그런데 필리핀에서 고마워하기는커녕 한국에서 보내오는 헌옷은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도저히 사람이 입을 수 없는 옷을 보내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재민들에게 옷을 나눌 때, 헌옷을 전달 받은 사람들이 제발 옷을 보내주지 말아달라고 당부를 합니다. 쓰레기로 처리해야 하는 비용이 더 든다고 한탄합니다. 어려운 이웃에게 나눌 때는 내가 입을 것처럼 나누어야 합니다.

어떤 분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후원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천만 원을 후원하겠다고 합니다. 민들레국수집은 미인가 시설이므로 연말정산을 위한 소득공제 영수증을 발급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세금 혜택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괜찮은데 몇 가지 조건이 있었습니다만 민들레국수집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었습니다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왜냐하면 민들레국수집을 열면서 네 가지만은 꼭 지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다. 기부금을 얻기 위한 프로그램을 하지 않는다. 생색 내는 돈은 받지 않는다. 조직을 만들지 않는다"입니다. 민들레국수집은 오로지 하느님의 섭리에 의지하면서 착한 개인들의 희생으로 나누는 도움으로 민들레국수집을 운영합니다. 매월 민들레국수집 홈페이지를 통해 후원해 주신 은인들과 후원물품과 총 후원금액을 올립니다. 단 개인별 금액은 올리지 않습니다.

 

서영남 베드로
민들레국수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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