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가는 햇살의 이적
-닐숨 박춘식
며칠 전부터 조금씩 길어지는 빛이
더 줄려는 엄마 손처럼 길게 뻗고 있습니다
구석구석까지 청구서 없이 찾아오는 햇살을
어떻게 대접해야 하는지 미처 생각 못 했습니다
‘세위한분’
소나무 위에 글을 쓰며 엷어지는 햇살 앞에
턱이 떨리면서 저는 하늘 보며 넘어집니다
신비로운 만양(晩陽)에 마냥 두려워
몸통을 돌려 흙바닥에 얼굴을 박습니다
<출처> 닐숨의 미발표 시(2021년 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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