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절이 시작되고서 성탄과 새해를 맞이하면서 나 자신과 세상을 만나러 가려는 몇 가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입니다. 페이스북에 <오늘생각>을 이틀에 한 번 꼴로 적으면서, 내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생의 한 모퉁이에서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을 다시 호출하고, 서늘하고 때로 혼란스러우면서도 따듯한 마음자리를 찾아나서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초록빛 지구 행성 언저리에 살면서 빚어지는 사건들을 접하면서 드는 생각을 나누고 있습니다.
‘무죄한 아기들의 순교 기념 축일’을 시작으로 김진숙 동지의 복지과 쾌유, 그리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바라는 마음으로 매일 밤 다락에서 108배를 올리고 있습니다. 108배를 하면서, 십자가 곁에 나란히 도로시 데이와 시몬 베유를 모셔두고 있습니다. 그분들에게서 빛을 얻어 통공의 한 가닥을 얻어 누리고 싶은 마음이었겠지요. 지금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하여, 그리고 주저하며 길을 걷는 나 자신의 영혼을 위하여 그분들을 부르고, 그분들을 스승으로 삼고 싶은 것이겠지요.
어찌하다 보니, 연말연시에 강의 계획이 빼곡하게 잡혀서 다소 분주합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예술과 구원 영성강좌>가 동영상 강의로 대체되면서, 공들여 강의 PPT를 준비하고 있는데, 정작 어려운 것은 ‘혼자서’ 강의하는 걸 녹화하는 일입니다. 늘 강의 초입에서 네댓 번은 다시 찍고 있습니다. 항상 첫마디가 어려운 모양입니다. 처음은 항상 신중하고 정성이 집중됩니다. 그래서 가장 순수한 열정은 첫마음에 담기는가 봅니다. 나이가 들면서 그 첫마음으로 돌아가자고 자꾸 읊조리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겠지요.
호남지역에는 폭설이 내렸다는데, 이곳 경기도 파주는 하늘이 명징하고 공기가 얼어붙는 것처럼 차갑습니다. 그렇게 새해가 시작되었네요. 묵은 해를 보내면서, 지난 2020년 한 해 동안 <가톨릭일꾼> 신문과 도로시데이영성센터를 응원해 주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립니다. 저희는 아직 이런저런 생각을 나누는데 급급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골방에서도 온 세상을 끌어안을 방도를 찾으라고 요청하는 것만 같습니다.
아직 더듬거리며 발음하고 있는 저희를 격려하고 훈기를 보태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과 더불어 동행하며 주님께서 저희에게 무슨 말씀을 건네주시려 하는지 가늠해 보는 하루입니다. 어려움 속에서 은총도 많을 것이라 안심하며 2021년을 시작합니다.
2020년 12월 31일 한상봉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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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수도회, 성삼의딸들수녀회, 빈센트드뽈수녀회,
거룩한말씀의수녀회, 자비의 메르세다리스수녀회
[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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