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에게는 가난하게 다가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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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에게는 가난하게 다가가야 합니다
  • 가톨릭일꾼
  • 승인 2020.12.20 15: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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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영남
사진=서영남

민들레국수집은 인천 동구 화수동에 위치한 아주 조그만 식당입니다. 간판은 빛바래서 거의 글자가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그 국수집이 뭐 그리 특별하냐고요? 바로 배고픈 이웃은 누구든지, 마음껏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밥을 먹는 데 돈이 필요하지도 않고 눈치를 볼 필요도 없습니다. 어디서 따스하게 밥 한 끼 먹기 어렵고, 밥 때가 됐지만 돈 한 푼 없을 때, 민들레국수집은 환한 웃음으로 찾는 이를 반겨줍니다. 그렇다보니 갈 곳 없는 노숙인이나 끼니 때우기가 어려운 분들이 많이들 찾아옵니다.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이빨조차 없어 오랜 시간 식사해야 하는 관계로 다른 무료식당에서도 푸대접 받는 사람들도 이곳을 찾습니다. 거리에서 엄마와 사는 자폐 장애가 있는 소년부터 아흔이 넘는 어르신까지 손님 연령대도 다양합니다.

민들레국수집은 네 명이 앉을 수 있는 식탁 여섯 개가 전부입니다.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매일 300명에서 400여 명의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두세 번 들르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눈치 보이는 일은 전혀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언제든 열려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식당 문을 열고 배고픈 손님을 맞이할 수가 없습니다. 큰일 났습니다. 민들레국수집 손님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을 무서워하기 전에 굶어 죽게 생겼습니다.

손님들에게 겨우 도시락이나마 드릴 수 있었습니다. 새벽부터 밥하고 반찬을 해서 도시락 꾸러미를 만듭니다. 밥과 반찬을 많이 담기 위해 돈까스 용기를 씁니다. 국, 컵라면, 도시락 김, 사탕, 빵, 과일, 생수를 비닐봉투에 담습니다. 모든 준비가 끝나면 오전 11시부터 도시락 꾸러미를 나눠드립니다. 대부분의 손님은 오전 11시에 도시락 꾸러미를 받아가지만 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서 오후 4시까지 기다립니다. 어느 누구도 늦게 왔기 때문에 도시락을 받지 못하는 손님은 없습니다.

 

사진=서영남
사진=서영남

지난 2020년 2월말부터 지금까지 우리 손님들은 도시락만 먹었습니다. 한여름에는 손님들에게 도시락을 받으면 즉시 드셔야한다고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쉽게 상할 수 있는 국 대신 생수 한 병을 대신 넣어드렸습니다. 겨울이 되어서 다시 된장국을 담아드리면서 생수는 빼려고 했더니 손님들이 물을 구하기가 정말 어렵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이 노숙하는 사람들을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사람처럼 무서워하면서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국과 함께 생수 한 병도 계속 드리기로 했습니다. 

겨울이 깊어지면서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노숙하는 처지에 있는 우리 손님들은 도시락을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도시락을 먹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라고 합니다. 밥이 꽁꽁 얼었어도 먹을 것이 있으면 살 수가 있습니다. 컵라면을 먹기 위해서는 뜨거운 물이 필요합니다만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민들레국수집 앞에 천막을 치고 포장마차를 차렸습니다. 손님들이 무상으로 어묵과 뜨거운 어묵 국물을 먹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언제든지 커피와 컵라면을 먹을 수 있도록 뜨거운 보온물통을 준비했습니다. 

 

사진=서영남
사진=서영남

꽃섬고개에 바람이 세차게 붑니다. 눈도 휘날리고 비도 내리고 굳은 날씨의 어느 날입니다. 어제 저녁은 먹었는데 아침은 먹지 못했고 점심도 먹지 못한 손님이 오후 2시가 다 되어 왔습니다. 먼저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드시도록 했습니다. 어묵꼬치 열다섯 개를 맛있게 먹으면서 "내가 이렇게 많이 먹으면 다른 사람이 못 먹는데." 걱정합니다. "제발 남 걱정 말고 좀 더 드셔요. 많이 드셔도 괜찮아요."(좋은 품질의 부산어묵 제품의 어묵꼬치 1개의 원가는 약 219원입니다. 어묵 15개는 약 3,285원 정도).

이렇게 조금 많이 드시는 분은 서너 명 정도입니다. 보통은 3~6개 정도면 그만 충분하다고 합니다. 손님들은 어묵보다는 어묵 국물을 더 좋아합니다. 그러니 공짜라고 많이 먹을 것이라고 지레짐작을 해서 소심하게 숫자 제한할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두세 끼니 굶은 사람이 어묵 열 개를 먹는 게 많은 것이 아닙니다. 조금 더 먹어야 합니다. 

 

서영남 베드로
민들레국수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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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형 2020-12-22 17:25:46
왜 글을 쓰다 말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