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기도: 더불어 살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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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기도: 더불어 살기 위하여
  • 유대칠
  • 승인 2020.11.17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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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칠의 주님의 기도 5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이 한 줄도 저에겐 다짐으로 다가옵니다. 

아버지의 뜻을 생각해 봅니다. 하느님이 원하시는 것은 무엇일까요? 어떤 것일까요? 아버지의 나라는 분명 다툼과 분열의 흩어짐으로 갈려지지 않은 나라일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웃음이 되고 울음이 되는 그러한 나라일 것입니다.

지옥은 어떤 곳일까요? 내가 너를 조금이라도 더 앞서가면 그것으로 기뻐하다가 또 누군가 자신을 지나치면 절망하며 다시 그를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그러한 곳일지 모릅니다. 누군가를 이기고 누군가보다 더 많은 소유를 가진 기쁨에 웃다가 다시 금방 절망하는 그러한 공간, 남과의 비교 속에서 자신이 높아지다가 더 낮아지는 그러한 공간, 행복의 중심이 스스로에게 있다 생각하지만 사실은 남에게 있는 그러한 공간, 남을 보면서 자신보다 못한 것을 찾아 그것을 조롱하며 기뻐하고 남을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그러한 공간이 지옥일 듯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절망의 이유가 되고 서로가 서로에게 이겨야 하는 적이 되는 그러한 공간, 분명 지옥은 그러한 곳이라 생각합니다. 하느님의 뜻은 우리에게 그러한 모습으로 살라하지 않을 것입니다. 더불어 살라하시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라 믿습니다. 누군가의 약한 부분을 조롱하기보다 다가가 안아주고 누군가의 아픔을 드러내 모욕을 주기보다 감싸 안아주는 그러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이 세상 아프고 힘겨운 곳에 다가가 더불어 있는 것, 그것이 바로 하느님의 뜻이고, 바로 그런 곳이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진 하느님의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성령님은 라틴말로 sanctus spirtus(상투스 스피리투스)입니다. spiritus는 입김 혹은 숨이란 뜻입니다. 참 재미난 생각이 듭니다. 여럿이 더불어 나아가기 위해 서로 다른 숨으로 달려서는 안 됩니다. 누군가는 숨이 차서 달리지 못하고 누군가는 너무 여유로워 아쉬울 것이 많아 더 많이 더 멀리 달려갈 것입니다. 그렇게 누군가는 앞에 누군가는 뒤에 서게 됩니다. 그렇게 서로 다른 각자의 숨으로 살아가면 이 세상은 흩어지게 됩니다.

앞선 이들은 뒤에 오는 이들을 조롱하고 마치 자신이 앞서 있으니 당연히 지배하고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들은 스스로 벽을 쌓고 자신들만의 영역을 만들어 자신들이 하느님에게 더 가깝다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은 그러한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뜻은 모두가 더불어 하나의 숨으로 가는 것입니다. 하나의 숨으로 '하나 둘, 하나 둘' 그렇게 숨을 맞추어 달리면 누군가는 조금 더 기운을 내고 누군가는 조금 아쉬울 수 있지만, 너무가 더불어 나아가게 됩니다. 더불어 하나가 된다는 말입니다.

홀로 자신의 호흡으로 다투며 살지 않고 그렇게 더불어 하나의 호흡으로 홀로 있는 여럿이 일치를 이루어 더불어 산다는 것, 어쩌면 이러한 곳이 성령님께서도 더불어 우리의 숨으로 있으신 바로 그러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진 하느님의 나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기자'는 구호가 여기저기 가득합니다. 누군가를 이기고 누군가를 지배하는 것이 일종의 기쁨인 그러한 세상입니다. 일상의 사소한 착취와 폭력에서 거대한 사회의 부조리까지 이 모든 아픔들이 누군가에겐 기쁨인 그러한 세상입니다. 이러한 세상에 더불어 손을 잡고 숨을 맞추어 걷는다는 것, 어찌 보면 바보 같은 일이지만, 사실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아간다는 것은 바로 그러한 바보가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하느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해 달라 그냥 떼만 쓰는 것은 안될 일입니다.  하늘의 더불어 있음 같이 이 땅에서도 더불어 있게 우리가 그리 살아야 합니다. 우리의 그 애씀에 하느님의 손길이 더불어 있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우리의 그 더불어 있는 하나 된 숨에 성령님께서는 우리 삶의 숨으로 우리와 더불어 있어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그냥 여기 하느님의 뜻을 임하게 해 달라 떼쓰기보다 하느님의 뜻을 품고 살자.

오늘 저는 이 구절이 그렇게 다짐으로 다가옵니다. 예수께서는 우리에게 <주님의 기도>를 통하여 더불어 살라 하시는지 모릅니다. 이 기도를 통해 매일 다짐해 보라, 매일 자신을 돌아보라, 그런 마음으로 주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돌아보며 부끄러워합니다. 하느님의 뜻, 그것을 품고 살고 있는지, 나 혼자 홀로 더 많이 더 앞서 가려는 욕심에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나를 돌아봅니다.  

 

유대칠 암브로시오
중세철학과 초기 근대철학을 공부한다.
대구 오캄연구소에서 고전 세미나와 연구, 번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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