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나웬: 말씀 안에서 기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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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나웬: 말씀 안에서 기다리다
  • 헨리 나웬
  • 승인 2020.11.15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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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나웬의 [기다림의 길] -3
사진출처=slovobozh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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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기다림의 실천에 관하여 말해보자. 우리는 어떻게 기다리는가? 우리는 우리 가운데에 계시는 하느님의 말씀을 갖고 함께 기다린다.

기다림은 무엇보다도 함께 기다리는 것이다. 성서의 가장 아름다운 구절들 가운데 하나는 루카복음 1, 39-56절로, 엘리사벳을 찾아가는 마리아의 방문에 관하여 말해준다. 마리아가 약속의 말씀들을 받아들였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마리아는 엘리사벳에게 갔다. 그때 마리아뿐만 아니라 엘리사벳에게도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한 변화들을 어떻게 살아낼 수 있었는가?

이 두 여인들의 만남은 매우 감동적이다. 왜냐하면 엘리사벳과 마리아는 함께 왔고 기다릴 수 있도록 서로 도와주었다. 마리아의 방문으로 인해 엘리사벳은 자신이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아이는 그녀의 뱃속에서 기쁨으로 뛰어놀았다. 마리아는 엘리사벳의 기다림을 확인해 주었다. 그러자 엘리사벳은 마리아에게 말했다. “주님께서 약속하신 말씀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으셨으니 정녕 복되십니다”(루가 1,45). 그리고 마리아는 응답했다, “내 영혼이 주님의 위대하심을 찬양합니다”(루가 1,46). 마리아는 기쁨으로 흘러 넘쳤다. 이 두 여인들은 서로를 위하여 기다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그들은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는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고 서로에게 확언해 주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모형을 보게 된다. 그것은 지지와 기념 그리고 이미 우리 안에서 시작된 어떤 것 때문에 우리가 기뻐 뛰놀 수 있는 확인이 있는 공동체이다. 엘리사벳과 마리아의 방문 이야기는 성서에서 가장 아름다운 표현들 중의 하나로서, 공동체를 만들고 함께 하는 것, 약속을 중심으로 한데 모이는 것, 우리 가운데에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아보는 것 등이 무슨 의미인지 드러내주고 있다.

바로 이런 것이 기도이다. 기도는 약속 둘레에 함께 모이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기념의 모든 의미이다. 기념이란 이미 그곳에 있는 것을 들어올리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 성찬례의 의미이다. 성찬례는 이미 심어진 씨앗에 대하여 “고맙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다. 성찬례는 “이미 오신 주님을 우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전체적인 의미는 이미 우리가 본 것을 기다리는 자리를 서로에게 주는 것에 있다.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우리 가운데에 불길을 계속 살아있게 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자리이다. 그럼으로써 이 불길은 우리 안에서 계속 자라고 더 강해질 수 있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용기를 가지고 살 수 있으며, 끊임없이 절망에 기죽지 않으면서 이 세상에서 살아가도록 해주는 영적인 힘이 공동체에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주위에서 증오를 보게 될지라도 하느님은 여전히 사랑의 하느님이시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우리 주변에서 온통 죽음과 파괴를 볼 때조차도 하느님이 생명의 하느님이라고 선포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사실을 함께 말한다. 우리는 이 사실을 서로에게서 확인한다. 함께 기다리고, 이미 시작된 것을 키우며, 그것이 충만하게 되기를 기대하는 것 - 이것이 결혼, 우정, 공동체 그리고 그리스도인다운 삶의 의미이다.

두 번째로, 우리의 기다림은 늘 말씀에 얼마나 깨어있는가에 따라 영글어진다. 그것은 누군가 우리에게 말하고 싶어한다는 인식 속에서 기다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우리가 집에, 있어야 할 곳에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문 앞의 울리는 벨에 응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우리는 서로를 영적으로 집에 있도록 도와주면서 함께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말씀이 오실 때에 우리 안에서 육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하느님의 말씀의 책은 늘 함께 모이는 사람들 가운데에 있어야 한다. 우리는 말씀을 읽는다. 그리고 그 말씀이 살을 취하시고 우리 안에서 전적으로 새로운 생명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대인 작가인 시몬 베유는 “인내롭게 기대 속에서 기다리는 것은 영적인 삶의 기반이 된다” 고 말했다. 예수님이 종말에 대해 말할 때에 그분은 바로 이같은 기다림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계신 것이다. 나라들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고 싸움과 지진과 비참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그분은 말씀하신다. 사람들은 곤궁에 처할 것이고 이렇게 말할 것이다. “자, 보라. 그리스도가 여기 있다, 저기 있다.” 많은 사람들이 혼동할 것이고 많은 이들이 속임을 당할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너희들은 준비하고 깨어있어야 하며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럼으로써 일어나는 모든 일을 겪어나갈 것이며 공동체로서 함께 하느님의 현존 안에 신뢰하며 꿋꿋이 서 있을 수 있을 것이다(마태 24장 참조). 이것이 바로 매우 혼란스럽고 절망스러운 세계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그것도 영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우리가 되도록 해주는 기다림의 태도이다.

 

 

헨리 나웬(Henri Jozef Machiel Nouwen, 1932-1996)은 네덜란드 출신의 사제이며 영성작가. <상처받은 치유자로서의 사목자> <돌아온 아들> 등을 지었고, 마지막 10년동안 라르쉬 새벽공동체에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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